“가계대출 줄었다는데”…‘고금리 카드론’ 급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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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줄었다는데”…‘고금리 카드론’ 급증, 왜?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5.22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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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4분기만에 감소세 전환
카드업계 카드론 잔액은 역대최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국내 카드업계(9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대출잔액이 4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개월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카드론의 증가세가 매섭다. ⓒ픽사베이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은 1767조원으로 직전분기보다 2000억원 줄어들면서 4분기만에 감소했지만 서민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서민의 급전창구로 이용되던 저축은행의 대출문턱이 높아지면서 카드사의 고금리 대출상품인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고금리 카드론 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저축은행 등 다른 제2금융권의 대출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카드론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도 1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비(非)은행예금취급기관인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우체국예금의 올 1분기 가계대출잔액은 30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이어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별로 보면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만 9000억원 감소한데 이어 올 1분기에도 5000억원 줄어들며 가계대출잔액은 38조5000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업계의 가계대출잔액이 이처럼 감소하고 있는 배경에는 부동산PF발(發) 건전성 리스크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부동산PF 관련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은 상황에서 저축은행업계 안팎에서는 가계대출 연체율 리스크까지 떠안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는 곧 대출문턱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갈 곳을 잃은 대출수요가 카드론을 쏠리는 분위기가 최근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회사의 올 1분기 가계대출잔액은 72조8000원으로 집계됐다. 직전분기 대비 3000억원 감소한 것이지만 카드론만 놓고 보면 상황이 다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9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에 육박한 39조96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선 기록은 지난 3월말 39조4821억원으로, 불과 한달새 무려 4823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규모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특히 앞서 2022년 1월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으로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서는 경우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시 ‘카드론’도 포함한 뒤 이어지던 감소세가 최근 두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급증세로 돌아선 부분은 우려할 대목이다.

가계대출 규모가 줄었지만 고금리 카드론이 늘었다는 건 연체율, 즉 부채 부실이 커질 우려가 증가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론 금리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내려갔다지만 여전히 높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금리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고금리 카드론은 연체율이라는 리스크를 지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도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카드론이 가계부채 뇌관이 될 우려가 제기되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동산PF 리스크를 지닌 저축은행에 대출문턱을 낮추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카드론 규제 카드를 꺼낼 경우 현금서비스·리볼빙, 대부업체 등으로 대출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앞서 카드론이 DSR 규제에 포함된 2022년 한해 카드업계 리볼빙 잔액이 19% 이상 급증한 사례도 있다.

사태 해결을 마땅한 카드도 없는 상황에서 고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부담은 한층 더 가중될 전망이다. 한은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동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5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11회 연속 동결 기록을 세우게 된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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