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민주당이 합당과 분당을 반복하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는 동안, 한나라당은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말 치러진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원 투수’로 나서면서 보수정당의 전성기는 지속됐죠. 그러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새누리당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악의 시기를 겪게 됩니다.
양당제인 우리나라에서 특정 진영의 분열은 다른 진영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제20대 총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그랬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진 건 ‘진보 분열’이고, 당연히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죠.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180석 이상을 획득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낙관적인 전망이 가까이는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를, 멀게는 보수의 분열을 불러왔습니다.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자 새누리당에서는 공천을 놓고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이 격한 갈등을 벌였는데요.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라는 기상천외한 용어가 등장했고, ‘비박 학살’이라는 끔찍한 단어가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총선 승리를 ‘따 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듯한 새누리당의 태도에, 민심은 회초리를 내리쳤습니다.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치며 123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제1당을 내주고 말죠. 야권으로 분류됐던 국민의당까지 38석을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새누리당이 참패를 당한 셈이었습니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왔습니다. 총선이 치러진지 반 년 후, 언론에서는 민간인 신분이었던 최순실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하며 국정 농단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였죠. 이 일은 국민의 공분을 샀고,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제20대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승리로 끝났다면 상황은 어떻게 흘러갔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은 최순실 게이트를 파고드는 야권의 공세를 차단할 힘이 없었습니다. 이에 날이 갈수록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은 커져 갔고, 여론은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졌습니다.
이러자 새누리당에서는 다시 한 번 내홍이 벌어졌습니다. 비박은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이 탈당과 사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한 반면, 친박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비박은 야권의 탄핵 행보에 보조를 맞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에 동참합니다.
탄핵안 통과는 친박과 비박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친박과 비박이라는 ‘한 지붕 두 가족’은 서로 당을 떠나라며 등을 떠밀었습니다. 탄핵안 통과 5일 후 친박 정우택 의원과 비박 나경원 의원이 격돌한 원내대표 경선은 ‘남을 자’와 ‘떠날 자’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진검승부나 다름없었죠. 당시 기사 한 토막 살펴보겠습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정우택 의원과 비박계 나경원 의원이 맞붙는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 자리를 놓고는 친박에서 이현재 의원이, 비박에서 김세연 의원이 도전한다. (중략)
후보들이 중립적인 색깔을 띠고 있음에도 양 계파는 명운을 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특히 비박계는 이번 원내지도부 선거 결과에 따라 탈당·분당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가결 이후에도 친박계가 혁신과통합을위한보수연합(혁통)을 발족하는 등 강공을 펼치면서 비박계가 원내지도부마저 차지하지 못할 경우 당내 비주류로 계속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후략)
2016년 12월 14일 <머니투데이> 與 사활 건 원내대표 경선…친박 정우택 vs 비박 나경원
원내대표 경선의 승자는 정우택 의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원내대표 경선 열흘가량이 지난 2016년 12월 17일, 김무성·유승민 전 의원 등을 포함한 비박 의원 29명은 동반 탈당을 선언하고 보수 신당을 창당합니다. 바른정당의 탄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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