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 총선, 역사 바꾼 신민당 돌풍 [한국정당사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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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대 총선, 역사 바꾼 신민당 돌풍 [한국정당사⑦]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7.18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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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25일 만에 치른 선거서 67석 돌풍…민주화 앞당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신한민주당은 창당 25일 만에 치른 제12대 총선서 67석을 획득하며 원내 제1당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다. ⓒ시사오늘
신한민주당은 창당 25일 만에 치른 제12대 총선서 67석을 획득하며 원내 제1당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다. ⓒ시사오늘

<6편에서 계속>

신한민주당(이하 신민당)은 제12대 총선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1985년 1월 18일에 공식 창당됐습니다. 그리고 1987년 4월 YS(김영삼 전 대통령)·DJ(김대중 전 대통령) 계파 의원 74명이 대거 탈당하면서 사실상 몰락 수순을 밟았습니다. 신민당이 실질적으로 야당 역할을 수행한 건 2년 3개월여, 명목상으로나마 존속했던 것도 3년 3개월여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신민당은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정당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전두환 정권의 ‘꼼수’로 인해 창당 25일 만에 선거를 치러야 했던 악조건 속에서도 무려 67석(지역구 50석·전국구 17석)을 확보, 제1야당으로 급부상하며 군사독재정권 연장을 막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6편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신민당은 선거 참여 자체를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선거 참여가 전두환 정권에게 정당성만 부여해 주는 꼴이 될 거라는 ‘거부파’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에 YS는 일거에 선거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모험수’를 던집니다. 바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중구에 신민당 초대 당수인 이민우를 출마시키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내심 전국구 비례 1번을 염두에 뒀던 이민우는 제안을 듣고 “고희(古稀)를 넘긴 나를 사지(死地)로 보내려는 것이냐”며 반발했지만, YS는 “정치 1번지 종로에 당의 존립(存立)이 달려 있다”는 말로 설득했습니다. YS의 간곡한 부탁에 마음을 돌린 이민우는 결국 서울 종로·중구 출마를 결정, 선거 2주 전부터 합동 유세를 시작합니다.

YS의 판단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985년 2월 6일. 옛 서울고등학교 자리에서 열린 이민우의 서울·종로 중구 합동연설회에는 무려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고목나무에 올라가 연설을 듣는 장면까지 연출됐을 정도였습니다.

합동연설회의 대성공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른 시점, 신민당에게 또 하나의 호재가 찾아옵니다. 2월 8일. DJ가 총선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전격 귀국한 겁니다. 당시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강제로 미국 망명길에 올랐던 DJ는 목숨을 걸고 귀국을 감행, 국민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비록 입국 직후 동교동 자택에 연금을 당해야 했지만, ‘폭풍의 귀국’은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변수가 됐습니다.

그 결과 2월 12일 치러진 제12대 총선에서 신민당은 67석을 얻어 제1야당으로 올라섰습니다. 신민당뿐만 아니라 제2야당이었던 민주한국당도 35석을 획득했습니다. 지역구 득표율을 종합하면 신민당이 29.3%, 민주한국당이 19.7%로 두 야당만 합쳐도 여당인 민주정의당 득표율 35.2%를 한참 앞서는 수준이었습니다. 지역구 제1당에게 전국구 의석 2/3을 몰아주는 편파적 선거법만 아니었다면,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될 수도 있었던 결과였습니다.

제12대 총선의 후폭풍은 컸습니다. 우선 국민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전두환 정권은 YS와 DJ,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정치활동 규제를 해금시켰습니다. 또 관제야당이었던 민주한국당, 한국국민당 의원들도 대거 탈당, 신민당에 개별 입당하며 ‘대세’를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로써 신민당은 YS·DJ라는 걸출한 지도자와 의석수 103석을 갖춘, 명실상부한 ‘거대 야당’으로 도약합니다.

제12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김대중 세력이 연합해 민주화추진협의회를 결성, 관제야당인 민주한국당을 넘어설 신당 창당에 나선다. 이름은 과거 유신에 맞서 싸웠던 ‘신민당’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신한민주당’으로 정했다. 총선 결과 신한민주당은 제1야당으로 부상하고 민주한국당은 몰락의 길을 걷는다.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7편에서 계속>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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