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 원 투자’ 샤힌 프로젝트, 에쓰오일 동앗줄 될까? [오래가는 정유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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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조 원 투자’ 샤힌 프로젝트, 에쓰오일 동앗줄 될까? [오래가는 정유①]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1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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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2026년까지 9.3조 원 투자
납사 전용 시설 등으로 가격 경쟁력 높여
증설 1단계 탄소배출 증가…친환경 ‘과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정유업계는 최근 불안정한 시기를 건너가고 있다. 정유업이 당초 예측이 어려운 산업이기도 하지만, 최근 탄소중립 기조로 장기적인 성장성까지 불투명해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유업만으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데 업계 안팎의 중지가 모인다. 정유업계의 신사업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에쓰오일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10년 여에 걸친 석유화학 종합기업 전환 프로젝트가 내후년이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선다. 에쓰오일은 지난 2022년부터 두 번째 대규모 석유화학 신·증설 사업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업황 개선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되겠지만, 자칫 자사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단 시선이다.

 

TC2C·스팀크래커 등 신기술 무장한 샤힌 프로젝트…시장도 “원가 경쟁력 기대”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쓰오일의 투자 역량은 석유 화학 비중 확대 사업에 집중된다. 샤힌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온산 국가산업단지 기존 정유시설 인근에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일련의 석유화학 시설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총 투자금액은 9조2580억 원으로, 모기업 아람코의 한국 투자 중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배경으로는 에쓰오일의 사업 자신감이 꼽힌다. 에쓰오일은 국내외 석화산업이 현재 ‘레드 오션’이라 보면서도,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렛대는 TC2C 설비다. TC2C는 아람코가 자체 개발한 것으로, 저부가가치 중질유를 투입해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 LPG 등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정제시설이 아닌 전용 시설에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해당 전략을 사용하면 원가 경쟁력 확보가 용이해진다. 기존 정제시설에 원유를 투입하면 전체 생산품 중 5분의 1 정도만 납사가 되는 데, TC2C를 사용하면 더 많은 납사를 만들 수 있어서다.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 시설 역시 전통석화의 NCC 방식 대비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기존 NCC가 아닌 고효율 스팀크래커를 통해 에틸렌을 만드는 방식”이라며 “완공 후 시장상황을 봐야하겠지만, 중국 제품에 뒤처지지 않게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쓰오일의 지난 2022년 4분기 IR 자료 내 샤힌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 ⓒ에쓰오일
에쓰오일의 지난 2022년 4분기 IR 자료 내 샤힌 프로젝트 소개 페이지. ⓒ에쓰오일

시장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석유화학 업황은 부진하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준공되는 2026년엔 중국의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샤힌 프로젝트 준공 시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생산물량 기준 약 12%에서 25%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회복이 2025년에 가시화될 경우, 2026년 중반 가동이 예정된 샤힌 프로젝트의 상대적 원가 우위가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지난 8월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하면서 “NCC 대비 사업경쟁우위를 확보하며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탈탄소’ 전략 석화 전환에 탄소배출 되레 ‘증가’…에쓰오일 “에너지 효율 높일 것”


탄소중립 목표 달성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은 만만찮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 산업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하는 탄소 다배출 산업이다.

그럼에도 에쓰오일은 오는 2050년 탄소중립과 자사의 탄소배출을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BAU) 대비 35% 저감한단 계획을 발표했다. 목표가 서로 상충될 수 있는 셈이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비중 확대를 친환경 전환 사업 중 하나로 내세웠다.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의 전환이 탄소배출 저감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에쓰오일의 첫 번째 석유화학 대규모 투자 현황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8년 약 5조 원을 투자해 첫 번째 석유화학 신·증설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비중은 매출 기준, 2018년 18%에서 2023년 12%까지 줄었다. 다만, 탄소 배출량은 되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에쓰오일의 탄소 배출량은 지난 2018년 882만2778톤에서 2021년 1003만6000톤으로 증가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안팎으로 에너지 효율 증가 방안을 강구해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TC2C 설비, 스팀 크래킹 설비 등이 작업을 효율화해, 기존 석화 시설 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거란 주장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기본 설계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집중해, 최초 설계 단계보다 탄소배출량을 약 20% 이상 절감하도록 했다”며 “가동 이후 세부적인 배출량은 상세설계를 거쳐 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 말 기준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의 EPC(설계·조달·시공)는 42% 수준까지 완료됐다. 이와 관련 에쓰오일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금조달 계획은 변동없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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