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SAF 국제 인증·폐식용유 등 공급망 확보
국내 전방 인프라·제도 첫걸음…“속도 맞춰 준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이하 SAF) 의무도입 시기가 내년으로 가까워지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SAF 상업생산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쓰오일(S-OIL)과 HD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시장에 SAF를 공급하기 위한 시범생산 및 인증 획득을 마쳤고,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은 폐식용유, 팜유 등 원료 공급망 확보 및 상업화 설비 구축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국내 제도가 마련되는 중인 만큼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규제 인증 SAF 시범생산…GS칼텍스·SK이노 공급망 확보
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자사 고도화 정제공정 설비를 활용해 시범생산한 SAF 제품에 대해 ISCC 인증 3종(△EU △PLUS △CORSIA)을 획득했다.
ISSC EU, PLUS는 바이오 연료가 각각 EU, EU 이외 국가의 규제를 이행한다는 인증이다. ISCC CORSIA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 상쇄·감축 규제인 CORSIA 이행에 적합한 항공유라는 인증이다.
올해 기준 CORSIA 이행을 선언한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126개국으로, 이에 따라 ISCC CORSIA 인증 SAF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시범생산 및 인증 획득 등 성과를 업고 상용화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2026년까지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SAF의 주 원료인 수소화식물성오일(HVO) 설비로 전환한단 목표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래 HD현대오일뱅크가 갖고 있던 고도화 정제 공정(중질유를 경질유로 크래킹하는 공정)이 HVO 생산 공정과 비슷해 기존 고도화 공정에 바이오 원료를 넣으면 HVO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ISCC CORSIA 인증 등을 획득한 에쓰오일 역시 상용화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존 석유정제 공정을 활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을 준비해 왔다. 지난 1월엔 실제 공정 투입을 시작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폐식용유 등 원재료 공급망 확보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바이오 원료 정제시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올해 2분기 내 착공하고 오는 2025년 2분기 내 가동한단 계획이다.
공장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세우는 것은 생산시설 인근에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현지 생산 팜유 등을 공급받아 현지에서 바로 (바이오연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관계사 지분투자 등을 통해 공급망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22년 생활폐기물 기반 합성원유 생산업체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지분투자를 시작으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 이퓨얼(e-fuel) 기업 인피니움(Infinum), 폐자원 기반 원료 기업 대경오엔티 등에 투자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공급망을 기반으로 오는 2026년까지 SK울산콤플렉스(CLX)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
EU, 2025년부터 혼합급유 의무화…업계 “국내 인프라는 이제 첫발, 제도 속도 맞춰 사업 준비”
정유업계가 SAF 상용화에 이처럼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는 글로벌 규제가 꼽힌다.
EU는 내년부터 자국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대해 SAF 2% 이상 혼합급유를 의무화한다. 혼합비율은 오는 2030년 6%, 2035년 20%에 이어 2050년엔 70%로 늘어날 예정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연간 항공연료 수요 100%를 SAF로 대체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 생산 및 판매된 SAF에 대해 갤런(약 3.8L)당 1.25~1.7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아직 전방 산업 및 제도가 자리 잡기 전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분위기 읽힌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SAF를 대체연료로 인정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존 정제시설에서 SAF를 생산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4월엔 관련 시행령 개정안도 준비했다. 시행령은 오는 6월 3일까지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다. 이제 법적 근거가 채워지는 단계인 셈이다.
SAF 상시 급유가 가능한 공항도 아직은 국내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GS칼텍스,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SAF 실증 운항에 나서면서 공항에서 핀란드 네스테에서 공급받은 SAF를 급유하는 시스템이 시범 운영된 바 있으나 아직 SAF 상시 급유는 운영 전이다.
정유사의 항공유 공급 방법은 수출도 있지만, 국내 공항을 통한 외항 급유 등 비중도 크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SAF와 일반 항공유의 물리적, 화학적 성분은 동일한 것으로 공항 내에 SAF를 위한 별도의 급유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아직 우리나라에 SAF 상시 급유 공항으로 등록된 곳은 없으나 향후 SAF 급유 상용운항이 시작된다면 ICAO에 SAF 상시 급유 공항으로 등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AF 품질기준 마련은 올해 상반기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업 수행에 나설 전망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더 갖춰져야 사업 진전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아직은 (관계 산업 시스템이) 테스트 단계고, (전방 산업 및 법령이) 준비되는 대로 그에 맞춰서 (정유업계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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