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권=생존권”…배달노동자 ‘기후실업급여’를 둘러싼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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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권=생존권”…배달노동자 ‘기후실업급여’를 둘러싼 시선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4.08.0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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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악화에 죽어나가는 배달기사들
배달노조 결국 ‘기후실업급여’ 촉구
악천후 시 ‘초단기 실업’ 인정하고
통상 급여 70% 보장해달란 취지
현행 노동법상 진행은 사실 어려워
플랫폼사 “시행되면 파장 많을 것”
‘라이더 부족 현상’ 가속화 우려도
노동계 “이상기후 늘어 도입 타당”
“단계적 실현 모색될 가능성 높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지난 3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배달라이더 산업재해 예방 및 생활 안정을 위한 기후실업급여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노동자들이 ‘기후실업급여’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폭염·폭우 등 극한 기후에 배달이 어려울 경우 이를 실업 상태로 보고 수입의 70%를 지급해달란 주장이다. 노동계와 플랫폼 사이에선 기후실업급여 도입 타당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시행될 시 배달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유니온)는 배달노동자 폭염 대책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교현 지부 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노동자들이 폭염에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기후실업급여와 같은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라이더 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 이상이 폭염 등 극한 기후에도 배달을 이어간다고 응답했다. 폭염 시엔 플랫폼사에서 운임을 인상하기 때문. 폭염 속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경험한 라이더가 96%에 달하지만 이들 중 일을 멈추는 이는 약 8%에 그쳤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에 유니온은 기상 악화 시 작업을 중지하면 고용보험을 통해 해당 시간에 대한 실업급여를 지급해달라고 노동부에 요구했다. 폭염·집중호우 등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단기 실업’으로 인정해달란 요지다.

플랫폼 측은 억울하단 입장이다. 이미 라이더 안전 관련 지원에 노력하고 있단 것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라이더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폭염·장마와 혹한기 등에 계절성 안전용품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며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업계 최초로 교육 시스템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현재 배민은 기상 악화를 대비해 △전신우비 등 라이더 폭우 지원물품 제공 △우천 시 안전 운행 가이드 제공 △라이더 대상 우천상황 시 필요한 안전수칙 교육 △전국 배민B마트 발수코팅제 및 김서림 방지제 비치 △서울 시내 이마트24 900곳 라이더 쉼터로 제공 △이륜차 오프라인 교육장 ‘배민라이더스쿨’ 운영 △생수 공급 등을 라이더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노조가 궂은 날씨에도 일을 멈추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든 ‘기상 할증’ 제도도 배민은 라이더 지원의 일환이라고 했다. 

배민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우천, 설천, 영하 5도 이하, 영상 33도 이상의 경우 기상 할증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운행 서비스에 따라 한집배달은 건당 1000원, 알뜰배달은 구간별 500원씩 지급한다”고 했다.

배달플랫폼 관계자들은 기후실업급여가 시행된다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업계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라이더 부족 현상이 기후실업급여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단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기후실업급여가 도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지만 받아들여진다면 파장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소규모 배달 대행사들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한 “폭염이나 폭설이 반복되는 여름과 겨울은 배달 수요가 가장 많은 계절”이라며 “매출 타격이나 배달지연으로 이어져 플랫폼과 점주들의 타격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실업급여의 타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배달노동자들은 건당 수수료를 받는 ‘자율성’을 선호하지만, 혜택은 정직원과 같은 수준을 원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은 하지 말라 그러는데, 혜택은 여느 정규직처럼 누리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행법상 플랫폼에 종속돼야만 할 텐데 그걸 라이더들이 원할지 모르겠다”며 회의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를 개인의 부주의로 볼지, 기후재난으로 볼지도 모호하다”며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라 통상적인 실업급여를 산정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는 어떨까. 이상기후 현상이 늘어난 만큼 관련 노동법 도입은 불가피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김수정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공인노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상기후 영향으로 앞으론 기상악화 상황이 더욱 빈번히 일어날 것”이라며 “배달라이더 등 업무 시 이동이 동반되는 직업군은 기후 영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런 직업군이 기후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실업급여가 실현된다면 배달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돼 의료비 절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악천후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생명을 담보로 일하는 상황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현행법상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만큼, 단계적으로 해당 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노무사는 “정부와 사용자들에겐 결국 비용문제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실현되더라도 결국 고용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국가 세금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 시범적, 단계적 실현이 모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울러 “특히 기후실업급여가 야외작업 직업군 전체로 확대될 경우, 그 예산 부담이 사용자들에게 가중될 수 있어 경영악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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