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는 구독료 ‘나홀로’ 인하…9900→2900원
“반사이익 누려 8월 시장점유율 변동 가능성 有”
“반등 어렵지만 네이버 외 협업 늘려 파이 키워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요기요가 구독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9900원이던 요기패스X 구독료를 2900원까지 내린 거다. 다음 달부터 주요 경쟁업체가 수수료·구독료 등을 올리는 것과 대조적 행보다. 모두 올릴 때 ‘나홀로’ 가격 인하를 외친 요기요가 하반기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올 하반기에도 구독료 인하 정책을 이어간다. 최근 더 치열해진 배달 경쟁에서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회복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당장 수익성이 안 좋더라도 ‘일단’ 소비자 눈길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8월은 요기요에게 기회다. 주요 경쟁사인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의 구독료·수수료가 오르는 달이기 때문이다.
먼저 쿠팡·쿠팡이츠의 구독제 ‘와우 멤버십’은 다음 달 1일부터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60% 인상된다. 회사는 지난 4월 신규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변경된 요금제를 적용했고, 오는 8월부터는 모든 멤버십 고객에게 인상된 요금을 받는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요기요를 추월(MAU 기준)한 뒤 줄곧 업계 2위를 지키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지난 9일 월 3990원의 유료멤버십 ‘배민클럽’을 내놨다. 현재는 프로모션 가격으로 1990원에 제공하고 있지만, 추후 정상가로 인상할 예정이다.
배민은 수수료도 올렸다. 다음 달 9일부터 6.8%(부가세 별도)인 배민1플러스 중개 수수료를 9.8%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곧 외식값 혹은 추후 구독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를 낳는 상황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물가 상승을 유도해 소비자 후생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 같은 가격 인상 소식이 시장점유율 변동으로 이어질지 눈여겨보는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앱은 고객 이탈이 크지 않은 분야지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구독료·수수료 인상이 미미한 수준이 아닌 만큼 요기요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며 “모두 올릴 때 혼자 할인 혜택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요기요는 최근 떨어진 MAU를 회복하기 위해 구독료 인하 및 무료배달 혜택을 선보이는 등 ‘고객 붙잡기’에 총력을 다해 왔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요기요의 MAU는 737만6470명(2023년 6월)에서 554만8635명(2024년 6월)으로 약 25% 떨어졌다.
요기요가 지난 3월 쿠팡이츠에게 업계 2위 자리를 내준 뒤, 두 회사의 MAU 격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3월 55만 명에서 4월 134만 명까지 벌어졌고, 지난 달엔 그 차이가 180만 명까지 확대됐다.
적자폭도 비교적 크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영업이익 6998억 원을 기록할 때, 위대한상상은 655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냈다.
이에 회사는 지난해 11월 9900원이던 요기패스X 구독료를 6개월 만에 4900원으로 내렸고, 올해 3월엔 2900원까지 낮췄다. 처음 요기패스를 선보인 당시에는 구독료가 다소 높단 평이 지배적이었으나, 현재는 배달앱 3사 중 가장 낮다.
혜택도 늘렸다. 국내 포털 1위인 네이버와 손잡고 ‘요기패스X with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선보인 것이다. 이로써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고객은 요기패스X를 추가금액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 수는 8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멤버십 이용자 수가 많은 만큼 요기요도 ‘락인효과’를 제대로 봤다. 서비스 론칭 일주일 만에 신규 가입자 15만 명을 돌파, 신규 구독자가 전주 대비 12배 증가했다. 요기요는 이달 말부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패밀리 계정 사용자까지 요기패스X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수익이 안 나더라도 구독료 인하, 무료배달 등 ‘실질적인’ 할인으로 고객 혜택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네이버와 협업한 지 약 한 달 정도 됐는데, 벌써 구독자 수가 많이 늘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나아가 요기요가 더 많은 협업으로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네이버가 쿠팡에 이어 구독자 수가 제일 많기 때문에 네이버와 손을 잡은 건 정말 잘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와우멤버십 고객 수가 1000만 명이 훌쩍 넘는다”면서 “락인효과를 더 크게 보려면 네이버 외에 CJ, 신세계, 롯데 등 다양한 회사와 손잡고 파이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봤다.
이어 “배민과 쿠팡의 수수료·구독료 인상 자체만으로 요기요 MAU가 반등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잘 활용해 ‘이삭줍기’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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