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1주택 실거주자, 과세 대상서 빠져야”
고민정 “종부세 폐지했으면…총체적 재설계 必”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종합부동산세는 정치권에서 민감한 문제다. 참여정부에서 도입된 이래 지난 20여 년간 과세 기준, 대상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최근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종부세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와, 관련 논란이 재점화한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8일 <한국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종부세 전향적 개선 필요성을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공개된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종부세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년을 버텨온 종부세의 총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며 종부세를 성역으로 여기지 말고, 실용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는 참여정부에서 도입된 이래 보수정부에선 완화하고, 민주당 정부에선 강화하길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보수 진영은 종부세 강화에 ‘징벌적 과세’라며 비판했고, 민주당 진영은 종부세 완화에 ‘부자 감세’라고 지적했다. 이 싸움이 반복되며 고 최고위원 말대로 “종부세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여러 예외조건과 완화조치로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엔 누더기가 돼버린” 측면이 있다. <시사오늘>은 종부세의 역사에 관해 간략히 살펴봤다.
참여정부, ‘투기 억제’ 목표로 ‘종부세’ 신설
盧 “땅 가진 사람, 돈 많은 사람들 저항 부딪혀”
종부세는 참여정부에서 처음 도입된 과세제도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부터 “서민경제가 안정되도록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잡겠다”고 공언했다.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 일환이었다.
종합부동산세법 1조에 따르면 제정 목적이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해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라 명시됐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엮고 유시민 작가가 정리해 펴낸 노무현 대통령 자서전 <운명이다>에 소개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파트엔 ‘투기 억제’를 소목표로 한다고도 돼 있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거래를 실명으로 하고 거래 신고도 실거래가로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종합부동산세라는 이름의 보유세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장기적으로 투기를 잡을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나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같은 보조수단도 이런 정책의 토대가 있어야 비로소 효과를 낼 수 있다. 나아가 투기 억제라는 소극적 목표를 넘어 국민의 주거 복지 보장이라는 적극적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과 상관없는 서민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국가정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219~220쪽.
참여정부에서 초대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최근 발간한 저서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이 지나치게 거래세 중심이고 보유세 비중이 낮다는 것은 오랜 숙제였다”며 보유세 점진적 인상,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임대주택 확대 등 내용이 담긴 참여정부의 10·29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최초의 원칙주의적, 장기주의적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부세는 도입 초기부터 거센 조세 저항에 부딪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땅 많이 가진 사람, 돈 많은 사람, 힘없는 사람들이 반대했기 때문에 순조롭게 실행하기가 어려웠다”고 기록했다.
정부가 재산세를 시세에 맞춰 인상하고, ‘땅부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등 부동산 보유세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세제 개편으로, 강남 아파트가 강북 아파트보다 가격은 2~3배 비싸면서도 재산세는 절반도 안 되는 과세 불공평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보유세 개편방향이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기여하겠지만, 당장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 2003년 9월 2일 자 <조선비즈> ‘[9·1 부동산대책] 종합토지세 3년 후 '평균 2배 인상'’
당정이 합의한 종합부동산세는 비싼 집을 가진 사람에 매기는 "부유세" 성격을 띠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투기목적이 아닌 실수요자가 좋은 주택에 산다고 해서 고율을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일부 부유층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종부세를 국세로 걷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야당인 한나라당도 주택보유세 인상이 부동산경기 급랭을 초래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 2004년 11월 4일 자 <한국경제> ‘[9억 이상 주택 종부세] 수도권 고가주택 종부세 폭격 온다’
2005년 1월, 논란 끝에 종부세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2005~2006년 부동산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주택 가격이 폭등하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종부세 반대론자들은 정부에 ‘다주택자들을 악인화한다’ ‘주택 구매자들을 투기꾼으로 취급한다’ 등 비판을 가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노무현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하며 열린우리당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
이명박(MB)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제도 자체에 대해선 합헌으로 인정했으나세대별 합산과세부분에 대해선 위헌결정, 1세대 1주택 과세 부분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MB 정부에선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 펼쳐졌고, 정부가 종부세 완화 조처를 하며 관련 논쟁이 사그라들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발표만 27차례…집값 잡기 실패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종부세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부동산 정책을 27차례나 발표할 정도로 많은 조치를 내놨지만, 부동산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집값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4년간 10.75% 올랐다. (중략) 지역별로는 서울이 15.39% 상승한 것을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이 각각 18.48%, 14.76%씩 올라 수도권 전체로는 17.00% 상승했다. (중략)
세종시가 47.50%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광역시에서는 대전(32.16%), 대구(17.87%), 광주(9.50%), 부산(7.82%) 순으로 올랐다. 울산(-0.37%)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집값이 내렸다.
- 2021년 5월 10일 자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4년…7억 원이던 성동구 아파트 15억 원 됐다’
부동산 상승세가 지속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종부세 등 세금을 강화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전국의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정부 기조가 변화하기 시작한 분기점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11일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에게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그해 7월 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2021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는 민심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대폭 낮추게 된다. 특히 1주택 소유자의 재산세, 종부세 부담을 도로 낮추는 한편, 양도세도 공제 한도를 12억 원으로 높였다. 국토보유세를 주장하던 이재명 후보까지 재산세를 깎아줘야 한다고 나섰다.
- 김수현, <부동산과 정치-문재인 정부의 좌절과 한국사회의 과제>, 136쪽.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2021년 3월 4일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 이유 1위로 ‘부동산 정책’이 꼽혔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응답자 1002명 중 74%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잘하고 있다’는 11%에 그쳤다. 보수 정당 지지자는 물론 민주당 지지자 상당수도 부정 평가를 보낸 것이다.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런 민심을 인식했는지 ‘1주택자 위주 보유세 완화’ ‘다주택자 대상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등 공약을 내놓으며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결국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줬다.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에서 최근 종부세 완화 입장이 은근히 흘러나오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향후 집권을 위한 포석 깔기’라는 해석도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28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민주당이 종부세 등 정책이 부자, 똘똘한 집 한채를 가진 유권자,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보고, 중산층 이상 유권자에게 표심을 얻기 위한 일종의 중도화 전략을 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논설위원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본인의 강성 이미지를 회복하고 강남 부유층, 중도층 등이 자신에게 갖는 거부감을 희석하기 위해 대중 골프 육성과 같은 방침을 내건 적 있다”며 “민주당도 비슷하게 본인에게 등 돌린 중산층 이상, 고연령층에게 유화적 전략을 피는 것으로 보이나, 전면적으로 추진하기에 기존 지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으니 일부 의원들을 통해 외부로 흘리며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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