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원스톱 금융서비스 지원 인기…종금사 난립
국내 종금사 한때 30곳까지 늘어…이후 IMF 사태로 몰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종합금융회사, 즉 종금사(綜金社)는 1970년대 국내 금융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 관련법이 제정된뒤 정부 차원에서 육성에 힘쓰며 한때 30여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2024년 5월 현재 국내 종금사는 우리종금이 유일하며 이마저도 모회사인 우리금융이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시사오늘>은 한때 금융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종금의 흥망성쇠를 살펴봤다.
관계당국에 의하면 금융업무의 국제화와 앞으로 제4차 5개년계획을 수행하는데 있어 필요한 막대한 외화를 국제금융업무의 개발을 통해 조달하기 위해 빠르면 연말까지 영국의 머천트뱅크와 같은 성격의 종합금융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며 대우실업, 삼성, 현대등 국내 5개 재벌급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종합금융회사 설립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5년 8월25일자 <매일경제> 대형종합금융회사 설립 추진
정부와 여당은 금융의 국제화와 외자 도입의 다원화를 위한 종합금융회사 육성에 관한 법안과 조세감면규제법중 개정안을 마련,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6일 공화당 당사에서 열린 정책위의장단 및 국회 재무위상공위 소속 공화당의원 정부 관계자연석회의는 정부가 성안한 종합금융회사육성법안에 관해 보고 받았는데 종합금융회사를 신설해 외자도입기업에 대한 전대, 일반기업에 대한 중장기대출, 신탁·증권·시설대여, 단자 및 단기대출을 하도록 했다.
-1975년 9월6일자 <경향신문> 정부·여당 종합금융회사 신설
이처럼 종금사 도입의 최대 목적은 외화 확보였다. 70년대 금융시장의 그림자였던 사채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차원의 육성지원을 받으면서 종금사는 국내 금융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당시 종금사는 금융백화점이라고도 불렸는데 고객의 다양한 금융업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자금융회사(단자사)가 할 수 있는 어음할인·매출·회사채인수, 팩토링, 어음보증업무를 비롯해 리스, 신탁 및 증권업무 일부, 국제업무 등까지도 할 수 있는 ‘금융백화점’이다. (중략) 따라서 기업은 투자금융회사로부터 단기자금을 조달받는데 비해 종합금융회사로부터는 ‘원스톱’ 방식의 일괄금융서비스를 받게 된다.
-1994년 4월16일자 <경향신문> 종합금융회사, 국제업무 가능한 ‘금융백화점’
이 때문에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종금사가 투자금융회사와 유사하면서도 수신업무까지 겸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특혜 논란은 꼬리표처럼 종금사 신설 추진 과정마다 따라붙었다.
정부는 서울지역에 2~3개의 종합금융회사의 신설을 허용하려던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재무부는 18일 종합금융회사 신설 허용 등을 뼈대로 한 ‘종합금융사 발전방안’에 대한 상당수 금융산업발전심의회(금발심) 위원들이 이견을 내놓고 있고 특혜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빠른 시일 안에 금발심자금시장분과위원회를 소집해 신설 필요성·신설기준 등을 신중히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1992년 6월19일자 <한겨레> ‘종합금융’ 신설방침 전면 재검토키로
그러나 이후에도 종금사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특히 1994년 단자회사(투자금융회사)의 종금사 일괄전환은 종금사가 금융시장내 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결정적 배경으로 거론됐다.
지방투자금융회사중 9개사가 종합금융회사로 전환돼 올 하반기중에 본격영업에 나서게 된다. 재무부는 20일 지방투금사 16개사중 종금사로 전환을 신청한 9개사에 대한 전환을 내인가했다고 발표했다. 종금사로 전환하는 지방투금사는 부산, 영남, 광주, 동해, 전북, 경남, 대전, 경수, 반도 등이다.
-1994년 5월21일자 <조선일보> 지방투금사 9곳 종합금융사 전환
이같이 정부의 적극적 육성지원을 받으며 금융시장 강자로 군림하던 종금사는 외환위기(IMF) 사태를 계기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본격적인 시작은 IMF 사태를 목전에 둔 1997년 하반기부터였다. 이전부터 위험 신호는 있었지만 당시 사태는 상당히 심각했다. 정부가 기업에 대출을 내주지 않는 종금사를 대상으로 특검을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정도였다.
종합금융사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여신을 금융시장이 호전될 때까지 일절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종금사의 집중적인 자금회수로 부도위기에 몰렸던 해태그룹등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개 종금사 사장단은 22일 서울 종금협회에서 긴급 회동, 금융시장이 호전될 때까지 자금회수를 억제라고 현재의 여신 수준을 유지하고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정부와도 협의된 것으로 알려진 이 결정은 정부의 종금사 지원과 맞물려 금융시장 불안 및 기업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97년 8월23일자 <동아일보> 종금사 ‘돈 회수’ 중단 종금협 결의
단기 외화를 끌어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외화장사를 하던 종금사들은 정부의 특검 발언 이후인 1997년 하반기 자금회수 중단 결의까지 내렸지만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불과 3개월뒤 정부의 IMF구제금융 공식요청이 이뤄졌고 종금사들은 IMF 사태에 결정타를 날린 역적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실제로 IMF 직후 당국의 사정칼날은 종금사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종금사 육성을 지원하고 대규모 전환을 추진하던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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