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주가 잔혹史…“이쯤되면 가족이 아니라 웬수”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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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주가 잔혹史…“이쯤되면 가족이 아니라 웬수”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10.26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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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금융대장주 등극…9만원 넘던 주가 2만원선 위협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 사태·카카오 SM엔터 주가조작
카카오發 리스크에 주가 휘청…개미투자자들은 빚더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집안 보물인 소를 팔아치우고 고향을 떠난 형. 사기 치다 걸려 감옥에 가게 된 엄마.”

그야말로 풍비박산(風飛雹散) 난 집안 꼴이 꼭 카카오뱅크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지금부터 하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금융속풀이’ 주인공은 모회사와 자회사 리스크로 박살난 카카오뱅크 주가 이야기입니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6일 상장해 한때 주당 가격이 9만원을 넘었던 적이 있습니다. 상장 첫날 5만원을 넘기면서 단숨에 금융대장주에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카카오뱅크의 시총은 무려 30조원에 달했습니다.

정통 금융대장주인 KB금융의 주식 최고가가 7만원을 넘지 못했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죠.

이후 카카오뱅크는 고평가 논란 속에서 상장 후 2개월여 만에 6만원선이 한때 붕괴되고 여러 차례 가격 조정을 거쳐 6만원 후반대에 안착하는 듯 했죠.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바로 형제회사인 카카오페이에서 ‘스톡옵션 먹튀’ 논란이 터졌기 때문이죠. 그 유탄을 맞은 카카오뱅크 주가도 휘청거렸습니다. 당시 먹튀 논란으로 국회에서 ‘카카오 먹튀 방지법’이 발의될 정도로, 크게 화제가 됐는데 이 즈음 카카오뱅크 주가는 5만원선도 무너지고 간신히 4만원대를 유지하는 형상이었습니다.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는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믿고 투자한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례로 꼽힙니다. 당연히 같은 브랜드를 사용한 카카오뱅크도 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카카오 조직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왔죠.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노력해오던 직원들은 임원의 먹튀 논란으로 폭락한 주가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카카오뱅크 직원이라고 다를 상황은 아니었죠. 회사를 믿고 산 우리사주가 ‘빚더미’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회사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정작 회사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시세차익을 챙겼으니 말입니다. 통상 증권가에서는 회사 대표와 고위 임원의 스톡옵션 행사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고 봅니다. 이 경우 해당 주가가 고점에 올랐다는 판단에 회사 임원들이 팔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주가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뱅크 주가는 급기야 2만원선까지 무너지면서 바닥을 쳤습니다. 한때 최저가는 1만 50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시 증권가도 일제히 등을 돌렸습니다. 카카오뱅크의 고평가 가치(밸류에이션 프리미엄)가 훼손됐다고 보고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했죠.

형제(兄弟)가 친 사고로 휘청이던 와중에도 카카오뱅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10월 임직원이 나서 자사수를 매입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첫 배당을 결정하기도 했죠. 비록 주당 80원에 불과했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정책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떨어지던 주가가 조금씩 상승세를 타면서 한때 3만원선 회복까지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잔혹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대형사고가 모회사에서 불거진 탓이죠. 바로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입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오늘(2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이미 소환 조사를 받았죠. 다만, 이번 검찰 송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특사경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임원들이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확인했습니다.

‘카카오’는 고가 매수 주문, 종가 관여 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사용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만으로도 신뢰에 타격을 받았죠.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은행산업을 영위하는 카카오뱅크가 받을 무형적 피해 역시 클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주가 조작 사태가 대주주 적격성 시비로 이어질 경우 카카오뱅크 대주주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해야할 처지에 놓입니다.

경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말이죠. 자산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해외진출까지 꾀하던 카카오뱅크의 사업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대주주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믿고 추가 투자를 받을 수 있을까요? 비단, 투자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도 불안감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죠.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그야말로 가족이 아니라 원수처럼 느껴질 상황입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지금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카카오’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컸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SM주가 조작 사태로 대주주 적격성 시비가 본격화되자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2만원선마저 무너졌습니다. ‘카카오’라는 브랜드마저 없다면 ‘카카오뱅크’에는 미래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죠.

‘카카오’ 없는 ‘카카오뱅크’. 이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현실이 될지, 검찰 수사결과와 금융당국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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