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후진과 불체포 특권 함수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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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후진과 불체포 특권 함수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8.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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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의원들 숨어 있을 텐가
‘쇄신 타령’만 하는 野
민주주의 시계 거꾸로 돌린 더불어민주당
이럴 바엔 자진 해산 선언하라
아예 헌법 고쳐 폐지하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는 시대적 요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혁신안에 당원이 답한다’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혁신안에 당원이 답한다’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지금의 국회는 헌법 정신에 맞게 작동되고 있는가.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대부분 국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을 것이다. 국가사회 전 분야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만이 후진적 양태가 선명하다.

군사독재 시절 민주주의를 지키는 수단 중 하나였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민주화 이후에도 남용되면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 부패와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방탄막이로 악용하자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서 정치가 사라지고 정쟁만 남은 지 오래됐다. 국가 미래를 고민하고 민생을 살피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여야로 편을 갈라 매일 죽고살기식 싸움만 벌인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 ‘방탄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한 차례 구속을 면했던 윤관석 의원이 결국 구속됐다. 지난 6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지 53일 만이다.

앞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위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보좌관이 구속된 데 이어 현역 의원으론 윤 의원이 처음 구속됨으로써 그에게 돈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 20여명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높이게 됐다.

여권의 무능과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정체를 면치 못하는 사실이 야당으로서 신뢰를 상실한 방증이 아닐 수 없다. 당 혁신위가 사실상 해체 수준에 이른 만큼 민주당은 국민이 바라는 당의 혁신을 위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치 않으면 살아날 수 없다.

방탄수단으로 전락

불체포특권 폐지는 국민의 심각한 정치 불신을 감안할 때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국회의 자율성 보장에 기여한 불체포특권이 지금은 범법행위를 저지른 의원의 ‘방탄’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돼서다.

매관매직 악습이 21세기 민주정당을 덮고 있었다는 사실을 접한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는 거센 질타로 이어지는 중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불체포특권을 남용,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하면서 범죄 증거 인멸을 사실상 방기했다. 민주당은 발뺌만 하지 말고 뼈를 깎는 성찰의 자세로 수사에 협조하고 불체포특권 포기도 서둘러 확정 지어야 한다.

정당 최고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로 표를 매수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국민의 표를 받아 당선된 현역 의원들이 돈을 받고 당원들의 표심을 왜곡했다면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다.

돈봉투 의혹은 핵심 피의자의 구속으로 사건의 전말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민주당 전당대회는 금권선거로 점철되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렸다. 송 전 대표가 당시 전당대회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 대표에 당선된 점으로 미뤄 집중적인 금품 살포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4연속 부결

불체포특권은 권력의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국민의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헌법에 명시된 권리다. 아직 일부 국가에서 경찰이 의원들을 불법 구금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취지와 전혀 다르게 행사돼 부패·비리 정치인에 대한 정당한 사법처리를 방해하는 도구로 변질됐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와 함께 요구한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상 권리인데 포기를 당론으로 박는 것은 헌법 위배라는 이유에서다. 가소로운 핑계다. 불체포특권이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민주화가 되면서 기능이 ‘변질’됐다. 이재명 대표, 노웅래·이성만·윤관석 의원 체포동의안의 4연속 부결이 잘 보여주듯 권력의 부당한 탄압을 막는 장치에서 의원 개인의 비리를 비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런 점에서 불체포특권 포기가 헌법 위반이라고 비난할 국민은 없다. 오히려 잘 했다고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니 ‘헌법 걱정’은 접을 일이다.

검찰과 숨바꼭질

민주당은 당 혁신위가 돈봉투 사건 진상 조사, 꼼수 탈당 의원 복당 금지를 제안했어도 전부 모르쇠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못 믿을 정당이 돼 가는 판이다.

딱한 것은 지금껏 검찰과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는 의원들이다. 이미 자신들의 실명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는데도 국민에게 자복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법적 대응” 운운하며 발뺌을 이어 가고 있다. 자신을 뽑아 준 유권자에 대한 뻔뻔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윤 의원은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후보 캠프 관계자들부터 현금 6000만 원을 받아 300만 원씩 봉투 20개에 담아 국회 소회의실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건넨 혐의를 받는다. 당시 “대의원들에게 송 후보를 찍으라고 해 달라”는 취지의 주문도 했다고 한다. 그는 사건이 불거지자 민주당을 탈당했다.

검찰 수사 속도

돈봉투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윤 의원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 온 윤 의원에 대한 구속이 이뤄진 만큼 검찰은 수사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 윤 의원은 20명의 민주당 의원에게 돈 봉투를 직접 준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를 받은 현역 의원 명단을 특정하는 수사 결과부터 도출해야 한다. 윤 의원이 ‘송영길계 좌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송 전 대표의 관여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검찰 수사가 과도하고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이 윤 의원 영장을 발부한 건 민주당 주장이 틀렸음을 방증한다. 결국 민주당의 윤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이 자기 당 출신 의원을 방탄하려는 것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검찰이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을 총 20명으로 적시했다고 한다. 이는 돈봉투 의혹의 꼭짓점으로 지목받는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박용수 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긴 내용이다. 돈봉투를 받은 의원을 20명으로 특정할 정도면 검찰의 수사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 박 씨가 구속됐으니 이제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줄 소환이 예상된다.

이번 수사를 촉발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통화 녹음 파일에는 윤 의원 등이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전달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검찰은 윤 의원의 구속을 계기로 돈봉투를 받았다는 현역 의원들과 송 전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은 선거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민의를 왜곡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만큼 조속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자체 진상조사부터 착수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 돈을 수수한 정황이 드러난 현역 의원 19명 명단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지난 4일 구속된 윤관석 의원의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실명과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 중 10명은 2021년 4월 28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모임’ 참석자로, 당시 윤 의원이 현금 300만 원이 든 봉투를 하나씩 건넸으며, 나머지 9명은 다음 날 국회 의원실 등에서 전달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해당 의원들 모두가 ‘허위 사실’ ‘악의적 여론몰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앞서 구속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출신 박용수 씨 등을 통해 구체적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여전히 돈봉투 사건을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기획 수사’ 등으로 호도하고 있다. 어설픈 정치 용어가 진실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민주당이 진정 쇄신을 원한다면 ‘쇄신 타령’만 하지 말고 돈봉투 자체 진상조사부터 착수하기 바란다.

국민 기만하는 심리상태

윤 의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적시한 의원들의 실명이 보도되자 해당 의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돈봉투 수수 정황에 대한 소명 없이 부인만 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떳떳하다면 검찰에서 구체적으로 소명하면 된다. 이재명 대표 등 그동안 불체포특권이란 ‘방탄막’ 안에 숨어 있던 민주당 인사들도 윤 의원 구속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불체포특권이 탄압으로부터의 보호가 아니라 비리 보호를 위한 방탄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방탄정치’를 접어야 한다.

검찰이 윤 의원 영장실질심사에서 돈봉투를 받은 정황이 포착된 민주당 현역 의원 19명 명단을 법정에서 공개했다고 한다. 이들의 실명이 특정돼 공개됐고, 회의 참석이나 의원실 방문 등 돈봉투 수수 당시 정황도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사실이 아니라면 반발할 게 아니라 스스로 수사에 협조해 무고함을 입증하면 된다.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권고했던 것이 지난달 23일이다. 민주당은 이런저런 핑계로 뭉개다 지난 13일에야 등 떠밀려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래 놓고는 “정치적 목적의 영장 청구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무산시켰다. “헌법상 권한을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민 정서와 아예 성벽을 쌓고 사는 별천지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이해못할 이재명 대표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이해 못할 이는 이재명 대표다. 그는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대국민 선언을 했다. 앞서 지난해 대선에서 불체포특권을 공약하고도 정작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의 구속영장에는 특권 뒤에 숨었던 그다. 뒤늦게 불체포 권리 포기를 거듭 다짐했다면 대표로서 당론 관철에 앞장서야 하건만 그는 친명 진영의 반대 앞에서조차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다가 돌아서서는 “존경한다니까 정말 그런 줄 알더라”고 했던 말 뒤집기를 떠올리게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듯 국민을 기만하는 그의 심리 상태가 궁금할 따름이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애초 9월 초까지 예정된 활동 기한을 당겨 8월말에 조기 종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송영길 전 대표의 대표 경선 기간 중의 돈 봉투 의혹 사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파문 등 잇단 당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출범했지만 출범 초부터 많은 문제를 안고 출발했던 게 사실이다. 우선 당 지도부와 최고위원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혁신위가 온전하게 자율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고, 민주당이 처한 위기가 당내 혁신안 몇 개를 가지고 극복하기 힘들 만큼 구조적인 탓이었다.

민주당이 혁신위 제안을 무시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진상 조사를 요구했지만, 깔아뭉개고 있다. 혁신위가 2호 혁신안으로 ‘비리 의혹 사전 조사와 꼼수 탈당 방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에선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의원들의 변칙 탈당이 줄을 이었다. 돈봉투 파문을 일으킨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 거액의 코인 보유·거래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 등이 탈당했다. 진상 규명을 거쳐 징계하는 게 상식인데, 사전 탈당으로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다. 혁신위가 꼼수 탈당 시 복당 금지 의지를 밝혔음에도 민주당은 김홍걸 의원을 슬그머니 복당시켰다. 민주당은 3년 전 재산 신고 축소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은 김 의원이 자진 탈당 시 의원직을 잃을까 봐 ‘꼼수 제명’을 해줬다.

특권으로 인식한 보여주기 쇼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상 제도다. 군사독재 시절 정권의 탄압을 대비해 국회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민주화된 지금도 국회의원의 특권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관석 의원 등의 체포동의안이 잇따라 부결돼 논란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의했다. 그런데 ‘정당한 체포영장 청구’라는 조건을 달았다. 영장이 정당한지 아닌지는 법원이 결정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라는 정치적 잣대로, 사실상 자기들 입맛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정치 수사’라는 논리를 들이대면 특권 포기는 ‘눈 가리고 아웅’이 된다. 이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에 대한 체포안을 정치 탄압 프레임으로 부결시킨 바 있다. 특권 포기가 아니라 ‘보여주기 쇼’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영장의 정당성 여부는 여론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대장동 비리 혐의를 받던 이재명 대표와 뇌물 혐의의 노웅래 의원, 돈 봉투 사건의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영장 청구는 정당한 영장이 아니어서 부결시켰다는 뜻이 된다. 누가 납득하겠나.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번에도 말만 앞세운 정치적 쇼로 끝날 수 있어서다.

당 혁신위도 문제

민주당은 혁신위가 요구해 온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체포 동의안 표결 시 당론 가결’에 대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무기명투표라 당론으로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무기명투표와 당론은 상관이 없다. 포기 서약서를 굳이 내지 않는 이유도 알기 힘들다. “불체포 특권 포기 안 하면 망한다”고 했던 혁신위는 “실천을 통해 보여줄 것을 믿는다”고 했다.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안 하면서 한 것처럼 꾸미는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다.

민주당 비(非)이재명계 의원 31명은 이미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의원 100여 명은 오래 전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서약했고, 정의당도 당론으로 포기를 선언했다. 결국 민주당 친명계와 비리 혐의를 받는 의원들만 빠진 것이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어떻게 검찰 독재 정권과 싸울 수 있나”며 ‘절대 반대’를 외쳤다. 국민 대다수가 잘못 사용되는 특권을 버리라는데 “포기하자는 사람은 검찰 독재 정권에 항복하겠다는 투항주의자”는 그의 말은 시대에 뒤떨어진 궤변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가 불체포특권 포기 결의안을 추인하기로 한 것은 이런 반발이 초래할 내분을 막고 불체포특권 포기 거부에 따른 민심 악화를 추스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 조건이다. 13일 의원총회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온 바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영장 청구가 정당한지 아닌지 민주당이 판단하겠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 기준은 무엇인가? 그런 것은 없다. 그저 민주당이 ‘정치 수사를 위한 부당한 영장 청구’라고 판단하면 그만일 뿐이다. 영장이 정당한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한다. 정당하다면 발부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기각할 것이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법원 노릇까지 하게 됐나?

폐지는 국민적 공감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헌법 개정 없이도 ‘방탄 국회’라는 비웃음과 조롱을 받지 않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의원 개개인과 당 차원의 서약을 할 수 있고, 국회법을 개정해 부패·비리 혐의자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할 수도 있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기명으로 바꾸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여야 의원에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참여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1호 혁신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할 정도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또는 포기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여야는 1차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법안을 통과시키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내년 총선에서 ‘불체포특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헌 국민투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불체포특권부터 없애야 한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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