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월드컵 이어 3대 국제행사 목표
국가적 목표에 與野 따로 없다
엑스포 실사, 우리 모두가 ‘부산’이다
개최 역량 실사단에 보여줘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기회는 다시 온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이 공식화 됐다. 세계박람회 개최 후보지에 대한 실사작업을 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현지 실사는 엑스포 개최 도시 선정을 위한 필수 절차로, 실사 보고서는 6월 말 총회에서 171개 BIE 회원국에 배포되고, 11월 말 개최국 결정 총회의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친다. BIE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대한 실사를 마쳤다. 이달 17일부터 21일까지는 이탈리아 로마 실사에 들어간다.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4번째 월드엑스포 개최국이 된다.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3대 주요 국제행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나라로 기록된다.
국회, 만장일치 결의안 채택
한국 방문 공식 일정에 들어간 실사단은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 면담을 시작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잇따라 방문하고 국회도 찾았다.
국회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임시국회 개회 첫날인 3일 본회의를 열고 ‘2030 부산 세계박람회의 성공적 유치 및 개최를 위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실사단에 전달했다. 결의안에는 엑스포 개최를 위한 조직·재정·제도 사항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지원이 담겼다. 모처럼 여야 없이 국가적 사업에 동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과 경제계 등이 총망라돼 엑스포 유치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이번 실사단 방문 준비에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외교부를 비롯해 부산시와 대한상의까지 관계 부처·기관, 재계 등이 6개월간 총동원됐다고 한다.
엑스포, 가장 큰 경제 효과
5년마다 열리는 공인 엑스포(등록박람회)인 이 행사에선 인류의 미래 문명과 기술 진화가 한자리에서 6개월간 총체적으로 선보인다. 지구촌 문명·문화·기술의 대축제다.
엑스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큰 경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역대 엑스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엑스포를 유치하면 잠정적 지역경제 유발 효과만 60조 원이 넘고 50만 명가량의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엑스포를 개최하게 되면 성장 동력을 차츰 잃어가는 한국 경제가 또 한 차례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잘해 나갈 자신이 있다. 한국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변경됐다. UNCTAD의 회원국이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기는 1964년 기구가 만들어진 뒤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누구보다 개도국 입장을 잘 아는 한국은 개도국부터 선진국까지 아우를 수 있다. 특히 부산은 한국의 ‘해양수도’라고 불린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교차지역 부산에서의 엑스포는 의미가 크다.
여야 없는 국가적 과제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대전 엑스포와 2012년 여수 엑스포가 열렸지만 이들 행사는 모두 개최국이 참가국에 설치비용을 제공하는 ‘인정’ 엑스포다. 개최국은 부지만 제공하고 참가국이 자비로 설치하는, 규모가 훨씬 큰 ‘등록’ 엑스포는 열린 적이 없다. 부산이 유치하면 처음이다. 일본은 이미 1970년 등록 엑스포를 오사카에 유치했다. 중국은 우리보다도 앞서 2010년 상하이에서 등록 엑스포를 열었다.
오는 11월 171개 회원국이 투표로 개최지를 확정하기까지 불과 7개월 남았다. 정부부터 더 긴장하되, 국회도 엉거주춤 따라와선 안 된다. 본회의에서 부산 유치와 성공 개최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잘했지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발족 1년이 넘은 국회 내 부산유치지원 특별위원회를 활성화하면서 민관 공동유치단을 한껏 돕기 바란다. 이런 일이야말로 여야가 없는 국가 과제다.
부산은 뒤늦게 엑스포 유치에 뛰어들었지만 그동안 정부와 기업 등이 합심해 지구촌을 돌며 유치 총력전을 벌여왔다. 많은 나라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대한 지지세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도전한 경쟁국들과 한국의 역동성
사실, 2030년 엑스포 유치에 도전한 경쟁국들이 만만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이후에 대비하는 국가로 탈바꿈해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고자 리야드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경쟁에서 멀어진 듯 보였다. 그러나 전후 재건을 위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인 오데사로의 유치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도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유치전이다.
우리는 K팝을 위시한 ‘K컬처’ 시리즈로 강력한 이미지를 선사하면서 현대 한국 문화의 역동성을 최대한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고유한 관광자원, 비즈니스 환경, 미래 산업의 가능성까지 실사단에 인상적으로 보여줄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 국내로 들어온 실사단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강력한 경쟁 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물론 그 뒤로 따라붙은 이탈리아 로마를 따돌리는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부산엑스포 개최가 결정된다면 지역균형발전의 신기원이 열리게 된다. 서울과 수도권 일극 중심에서 벗어나 인구 800만 명에 이르는 부산·울산·경남 발전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 다소 앞서고 있지만 승산은 충분하다. 엑스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공감대가 최대 관건이다.
국민 개개인 지혜 모아야
실사단 평가항목 중 엑스포 개최에 대한 국민적 열기와 지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실사단이 환대 속에서 우리의 개최 역량과 유치 의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국민 개개인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나라 전체의 일이다. 국민 각자가 홍보대사라는 마음으로 노력을 보탰으면 한다. 한국은 K컬처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문화에서도 기술에서도 경쟁국이 따라오지 못할 매력적인 나라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준 우리 민족의 도도한 저력을 또 한번 발휘할 때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