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위기다. 취임 3개월째를 맞이한 이 대통령은 ‘광우병 소고기 파동’과 함께 지지율이 20%대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취임 100일 무렵의 다른 전임 대통령들의 지지율과 비교해 보면 ‘위기’라는 말이 당연할 정도다.
취임 3개월째 김영삼 대통령은 81%, 김대중 대통령은 73%, 노무현 대통령은 57%였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은 20%대다. 작금의 위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인수위 시작초…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화’ 자초
이 같은 위기의 근본원인을 ‘인수위’때에서 찾는 시각이 높다. 성과에만 급급하다 계속해서 ‘에러’를 범했다는 게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출범한 이 대통령의 인수위는 대선 공약을 토대로 ‘5대 국정과정 지표, 21대 전략, 192개 국정과제’를 마련하고 정권초기 추진할 ‘100일 플랜’을 작성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초반부터 성과에만 급급한 나머지 어설픈 정책들을 남발, 국민의 원성을 샀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영어몰입교육’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조차 공개 비판할 정도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휴대전화비 요금과 유류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를 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정부 조직개편안을 들고 나왔다가 통합민주당이 반대하자 시간에 쫓겨 물러선 것도 개혁이미지를 퇴색시켰다”고 밝혔다.
내각 인선도 실패작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첫 내각인선도 ‘실패’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첫 고위직 인선에 몇몇 경험 없는 정권실세들이 과도하게 개입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다.
그 결과 고위공직자들은 재산 공개 파문 등 부적합 논란에 휩싸였고 출범 2개월 만에 3명의 장관 후보자와 1명의 청와대 수석이 낙마했다.
정치전략연구소 이석호 소장은 “이 대통령은 첫 인사에 실패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강부자 장관과 돈수석’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만 남겼다”고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의 ‘공천파동’도 지금의 지지율 하락에 한 몫 한 듯하다.
여론전문기관인 R&B 리서치 정호성 소장은 “이방호 사무총장으로 대표되는 친 이명박계가 주도한 공천을 국민들은 ‘박근혜 죽이기’로 인식했고, 그 결과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소속 후보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당선됐다. 이로 인해 친 이명박계로 불리는 의원들과 친박 세력과의 당내 갈등이 더욱 표면화됐고, 결국 이 같은 문제점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측면이 깊다”고 전했다.
‘우울한 경제지표’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가 달라질 것’이란 국민들의 과도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급속한 상승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신용위기에서 촉발된 국제경제 침체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5%대를 유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지난 대선 때 ‘7% 경제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던 이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가능할 것으로 받아들인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침체된 경제여건으로 볼 때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새 정부는 이명박 정부 취임 첫해 35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