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지금 국회의 권한도 강해…양원제 되면 행정기능 더 어려워질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오지혜 기자)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개헌은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불을 지폈고, 우윤근 신임 국회 사무총장은 개헌특위를 구성, 내년에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구체적인 구상까지 내놓았다.
이 같은 논의는 대체로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제에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중심에 의회가 있지만, 의회 구성방식 자체에 대한 논의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의회 구조 개편은 역대 국회의장과 학계를 중심으로 개헌의 일부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단원제 유지 vs. 양원제 전환 '팽팽'
우리나라 국회가 공식적으로 역사를 시작한 것은 1948년 7월 17일 제헌의회에서부터다. 의회 형식으로 단원제가 채택된 것은 당시 신생 국가로 정치와 사회, 경제 등 여러 정책을 신속하게 수립·집행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1960년 4·19 혁명 당시 양원제로 전환, 제2공화국에서 참의원과 민의원으로 구성된 국회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듬해 5·16 군사정변 발생과 함께 1962년 제5차 개정 헌법을 통해 단원제로 회귀했다.
단원제는 초기 정부의 채택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효율적인 의결 절차와 분명한 책임소재 파악, 정부에 대한 의회의 지위 강화가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양원제에서는 상원과 하원 양쪽의 결정이 일치해야 의회 의사로 간주된다. 이는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을 주장한 프랑스 정치학자 몽테스키외가 제안한 것이다.
양원제에서 하원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민선 의원들로 구성되며, 상원은 나라마다 여러 가지 형태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세습 귀족과 임명직, 종교계 인사로 상원이 구성되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하원과 마찬가지로 민선된다.
양원제 전환을 주장하는 측은 기존 단원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4일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현행 단원제에서는 국회와 정부가 충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양원제가 도입되면 상원이 그 충돌을 완화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기, 강창희, 박관용 등 전직 국회의장들도 의회 내 상호 견제로 의안 심의 과정의 신중성을 높이고, 직능대표 또는 지역대표로 구성한 상원을 통해 특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양원제 개편을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지역대표로 구성된 상원 설치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수연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날 기자와 통화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한민국의 한 구성요소로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공청회나 청문회에 공술인으로 참여하는 등 수동적인 방식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이 지방자치단체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되거나 지연되는 경우들이 다수 발생한다"며 "국민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국회 본연의 임무라는 점에서 지역대표형 상원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지방자치법 제165조 제4항에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장의 전국적인 협의체가 지방자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령 등에 한해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정부에 의견 제출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게 유일하다.
국회에 대한 의견 제출 기회 역시 국회 전문위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제한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적극적인 의견 제시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의결 지연과 정치비용 증가로 양원제 전환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우선 양원제를 도입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복잡하게 구성돼 있지 않다"며 "또 지금도 힘센 국회가 두 개로 늘어나면 행정부가 일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선거가 또 하나 생겨서 국민들이 쓸데없는 정치적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것도 문제"라며 "우리나라 국회 역사상 단원제가 나름대로 축적한 소중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굳이 엄청난 낭비를 초래하면서 양원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정치권 '공감'
최근 개헌 논의는 선거구제 개편 문제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선거구제는 개헌 사항이 아니지만, 의회 구조 변화의 직접적인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개헌의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에서는 선거구를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개편이 가능하지만, 일부 개헌론자들은 개정 헌법에 선거구제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개편 방향으로는 기존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소선거구제는 지역구 투표 1위 후보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도로 영·호남 지역주의의 고착화를 비롯,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에 따른 인구편차 문제, 이질적인 지역을 한 선거구로 묶는 복합 선거구 문제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2014년 10월 선거구 획정 기준에 따른 인구편차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현행 선거구제를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일환으로 한 선거구에서 2인 이상의 상위 득표자를 당선시키는 중·대선거구제가 제시된다.
김현 변호사는 지난 2010년 국회에서 열린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에 따른 과제와 향후 전망'이라는 정책토론회에 참여, "한 선거구에서 다수의 상위 득표자를 당선시켜 인물 본위의 선거제도 정착과 지역주의 문제 해소를 함께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실 정치권도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 공감하는 모습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헌, 선거구제 개편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같은 날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금 정치권에 시급한 것은 선거구제 개편"이라며 "개인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적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과 유인태 전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박주선 국회부의장 모두 개헌 논의의 일부로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한 바 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3월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소선거구제를 지금 그대로 두면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바꾸더라도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똑같아질 것"이라면서 "국민의당이 교섭단체가 된다면 정치개혁의 가장 큰 부분으로 소선거구제를 바꾸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좌우명 : 本立道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