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돈 갚는데 왜 수수료를?”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 논란史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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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돈 갚는데 왜 수수료를?” 은행권, 중도상환수수료 논란史 [옛날신문보기]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5.01.15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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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1995년 벌칙금리 약관 ‘문제없음’ 결론
소수 외국계 은행→국내 은행 수수료 제도 확산
작년 4.10총선때 중도상환 수수료 폐지 도마 위
폐지 아닌 수수료 체계 합리화 가닥…절반 인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여의도 금융가 전경. ⓒ연합뉴스

대출금을 조기에 갚았을 경우 차주가 금융사에게 지불해야하는 조기상환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벌써 30여 년이 넘은 해묵은 숙제입니다.

시작은 씨티은행이었습니다. 1995년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약관상 명시한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앞으로 은행에서 빌린돈을 만기 이전에 갚을 경우에는 우대서비스를 받기는커녕, 상환하는 대출금의 일정 비율을 중도상환수수료로 물어야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조기상환 대출금의 1%를 수수료로 지불토록 요구한 씨티은행에 대한 부당약관심사결과 ‘고객이 만기일 이전에 상환할 경우 은행입장에서는 대출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자금운용에 차질을 빚게 되므로 이를 배상토록 한 것은 약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다.”

-1995.12.14. <조선일보> “대출금 조기상환 수수료내야”-

공정위의 판단이 나오자 그동안 눈치만 보던 일부 국내은행들도 중도상환수수료 도입에 나섰습니다.

“은행들의 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부과를 위한 약관승인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제일은행이 지난 16일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에 대한 약관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서울은행도 26일 약관승인을 받았다.”

-1996.02.28. <매일경제> 중도상환수수료 부과 제일·서울銀 약관승인-

이후 주요 은행 모두 중도상환수수료를 도입하면서 해당 약관은 금융권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아갔습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만기 전에 갚을 경우 정해진 이자외에 범칙금리를 더 물어야하는 ‘중도상환 수수료제’가 확산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말부터 신규대출을 받은 기업이 만기 전에 갚을 때는 상환액에 대해 연 1%의 금리를 추가로 부과할 방침이라고 9일 밝혔다. 신한은행도 4월말부터 가계 및 기업대출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제를 시행중.”

-1999.06.10. <동아일보> 중도상환 대출금 ‘벌칙금리’ 확산-

이 과정에서 반발과 비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을 만기 전에 갚으면 벌칙성 금리를 물리는 ‘중도상환 수수료제’가 전체 은행권으로 확산되고 있어 고객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략) 한 기업의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들이 자금이 부족하고 금리가 높던 IMF 직후에는 대출금을 회수하는데 주력하더니 상황이 변하자 벌칙성 금리까지 물리면서 대출을 떠안기고 있다’고 은행의 대출관행을 꼬집었다.”

-1999.06.10. <경향신문> 대출금 중도상환 벌칙성 수수료 부과 확대 ‘은행 돈놀이 횡포’ 고객들 반발-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오히려 올렸습니다. 공정위의 합법 결정이 방패막이가 됐습니다.

“조흥은행은 오는 6월2일부터 중도상환 수수료율을기존 0.25∼1.0%에서 0.5∼1.5%로 인상하고, 여신한도약정수수료적용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따라 조흥은행(00010)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금리종류 및 상환기간에따라 0.5∼1.5%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특히 시장금리연동대출은1.0∼1.5%로, 기타금리대출은 0.5∼1.0%로 각각 조정했다.”

-2003.05.09. <이데일리> 조흥은행, 중도상환수수료율 0.25~0.50%p 올려-

은행권의 뉴노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은 중도상환수수료 제도가 다시금 주요 화두로 떠오른 건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서입니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중도상환수수료 폐지’를 내걸었습니다.

일부 은행들은 정치권 압박에 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발표, 부과체계 개선을 담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실제 발생되는 비용 내에서만 중도상환수수료율을 부과하도록 한 게 핵심입니다.

이에 대해 최근 은행권은 대출금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최대 60% 인하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은 고정 1.40%, 변동 1.20%였지만 지난 13일부터 0.58~0.74%로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의 수수료만 내면 됩니다. 5대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 0.58%, 신한은행 고정 0.61%·변동 0.60%, NH농협은행 0.65%, 하나은행 0.66%, 우리은행 0.74%로 수수료율이 인하됐습니다.

이전보다 수수료율은 내려갔다지만 여전히 조기상환시 벌칙 명목으로 추가금리가 붙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인 셈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프로모션 형태로 해오고 있지만 영향력은 미미합니다. 시중은행들은 인뱅의 수수료 면제 정책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인뱅이 시장 내 가진 영향력이 작기 때문입니다. 2025년 새해, 해묵은 논란거리인 중도상환수수료의 오늘은 30여년 전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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