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오는 5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기로 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관련해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본회의를 자정이 지난 시점(5일)에 개의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운명은 자신이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규정했던 국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일반적 안건과 달리,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현재 범야권의 의석수는 192석으로, 가결 요건인 200명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느냐에 달린 상황이다.
일단 야권에선 친한(친한동훈)계의 동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날 새벽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할 당시에도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개인적으로 몇몇 의원들과 소통했다”며 “투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 중 일부는 ‘더 이상 안되겠다’ 이런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 계엄 선포를 굉장히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것으로 선언했다”며 “이탈표 8표만 필요한 상황에서 이 정도는 충분히 넘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친한계가 윤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거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주류적 시각은 ‘탄핵안 통과는 쉽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다. 보수층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 일부가 동조함으로써 정권을 빼앗기고, 보수 진영이 궤멸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중도보수의 이탈을 부르고, 이로 인해 강성보수의 목소리가 커짐으로써 중도층과 멀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점이 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국민 여론에 동조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중도층을 보수에서 멀어지게 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는 반성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유승민 전 의원으로 대표되는 ‘탄핵 찬성파’가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것도 부담이다. 당시 유 전 의원 등은 국민 다수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판단 아래 탄핵에 찬성했지만, 오히려 ‘배신자’ 꼬리표만 달았다. 이런 사례를 목도한 친한계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어려울 거란 예상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사실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관식’이 될 거라는 점도 고민이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로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3개월여가 소요됐다. 대선은 그로부터 2개월여 후에 치러졌다. 이 시간표대로라면,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늦어도 내년 5월에는 차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의 가장 큰 ‘불안요소’인 사법리스크는 사실상 깨끗이 제거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의 재판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공직선거법 재판조차도 내년 5월 전에 대법원 판결이 내려질 순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현재 지지율을 감안하면, ‘조기 대선’의 결과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탄핵에 찬성하기보다 윤 대통령 탈당 등의 카드로 시간을 끌면서 이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전략을 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라는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굳이 윤 대통령을 탄핵해 차기 대선을 앞당기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당이라, 쉽게 탄핵 얘기를 꺼내지는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섣불리 야당의 전략에 끌려가기보다는 차분하게 여러 가지 대안을 생각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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