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감 충족…한때 주가 10만원 돌파
우리·신한금융, 밸류업 공시 전보다 주가↑
하나금융, 29일 실적 및 밸류업 공시 예정
높아진 시장 기대감에 차별화 포인트 고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우리금융에 이어 신한금융, KB금융이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 공시를 하면서 금융주 주가 부양 채비를 마쳤다. 하나금융도 오는 29일 3분기 실적발표에 앞서 밸류업 공시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정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를 마친 금융주 주가들이 일제히 우상향하고 있다. 먼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이른 지난 7월25일 오후 4시 밸류업 공시를 한 우리금융은 익일(7월26일)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1650원, 11.36% 오른 1만 6180원을 기록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한 우리금융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1만 6060원으로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음에도 불구하고 밸류업 공시 전 주가(1만 4450원)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신한지주 역시 7월26일 밸류업 공시 후 주가가 이틀 연속 3500원(6.42%), 2700원(4.66%) 오르면서 한때 6만 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날 종가는 5만 6000원으로 밸류업 공시 전(5만 4500원)보다 1500원 올랐다.
가장 최근 밸류업 공시를 발표한 KB금융은 한때 주가가 10만 원대를 돌파하면서 금융대장주 위치를 공고하게 다졌다. 지난 24일 3분기 실적발표에 앞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약 6분 길이의 영상을 통해 구체적인 밸류업 방향성을 직접 제시했다. 현재까지 금융지주 밸류업 발표 중 회장이 직접 나선 경우는 KB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실적발표에 앞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밸류업 공시 내용을 요약해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양 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 연차 총회를 위해 워싱턴 D.C에 체류 중인 가운데 영상을 통해 깜짝 등장해 KB금융만의 차별화된 밸류업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의 기대감에 부응했다.
실제로 24일 종가 9만 3200원으로 10만 원대를 넘지 못하던 KB금융 주가는 공시 다음날 7800원, 8.37% 오르며 10만 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9만 6200원으로 상승폭 일부를 반납했지만 여전히 밸류업 공시 전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3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호실적까지 거두면서 증권가에서는 KB금융 목표주가를 높여잡고 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밸류업이라고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11만 5000원에서 12만 5000원으로 상향했다.
4대 금융지주 중 막차를 탄 하나금융은 금융주 밸류업 열풍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실제로 금융주 밸류업 방향이 구체화되기 전인 지난 7월1일 6만 200원이던 하나금융 주가는 3분기 실적 및 밸류업 발표를 하루 앞둔 28일 종가 6만 5400원을 기록했다.
다만 금융주 밸류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상당히 높아진 가운데 앞서 발표한 KB금융의 경우 양종희 회장이 직접 보통주자본(CET1)비율 연계 총주주환원율 제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과 발표를 보여주면서 하나금융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커졌다.
앞서 KB금융과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밸류업 공시가 늦어지면서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바 있다. 대신 경쟁관계로 꼽히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면서 금융주 밸류업 대표주 자리를 차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KB금융 양종희 회장의 등판은 밸류업에 대한 진심을 시장에 전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 역시 같은 입장에서 차별화된 ‘진심 전하기’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B금융 사례를 벤치마킹해 함영주 회장이 직접 밸류업 발표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다만 지주회장이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참여해 직접 마이크를 잡는 경우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제 막 연차총회 일정을 마친 함 회장이 관련 발표를 준비하기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밸류업 성공 여부는 적어도 1년이상 장기적으로 봐야한다”면서 “주주환원정책의 양과 질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부적인 로드맵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또 지속가능성에 대해 주주들에게 얼마나 확신을 줄 수 있는가가 밸류업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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