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금융지주 풍속도…임종룡, 진옥동 등 고개 숙이는 회장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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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금융지주 풍속도…임종룡, 진옥동 등 고개 숙이는 회장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10.18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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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 모부서, 1300억 운용손실 미보고
결산 과정서 파악…진옥동 회장, 주주에 사과문
임종룡 회장도 전임 회장 관련 부당대출에 사과
밸류업 발표 이후 불거진 금융사고에 주가 출렁
성난 주주달래기 일환…시장신뢰 회복여부 관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 1월2일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사진 왼쪽). 지난 10일 정무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은행, 증권, 보험 등 수많은 금융 자회사를 거느린 금융지주 수장인 회장들이 요즘 고개를 숙이기 바쁜 모양새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을 이끄는 진옥동 회장 역시 그중 한명이죠.

진옥동 회장은 지난 17일 오후 신한금융 주주들에게 서면 형식의 사과문을 보냈습니다. 이는 신한금융의 주요 자회사 중 하나인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사과였습니다.

사과문에는 진옥동 회장의 친필 서명과 함께 지주 이사회를 이끄는 윤재원 의장의 서명 역시 함께 들어가 있죠. 자회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지주 경영진 수장과 이사회 수장이 공동으로 주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셈입니다.

신한금융그룹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금융사고는 증권사 내 상장지수펀드 유동성 공급부서가 지난 8월5일 KOSPI 200 선물거래에서 약 1300억원의 운용손실을 기록했음에도 경영진 등에게 이를 알리지 않으면서 불거졌습니다. 해당 손실은 신한투자증권이 10월11일 선물거래 결산과정에서 확인했으며 금융사고 공시와 함께 신한금융과 금융감독당국에도 보고가 이뤄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4일 내부망을 통해 동요하는 직원들을 독려하고 사태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그 대상은 엄밀히 말해 조직 내부구성원으로만 한정돼 있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회사 금융사고에 대해 금융지주를 이끄는 진옥동 회장이 직접 본인 명의로 공개적 사과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공개적 사과가 앞으로 금융권의 새로운 풍속도(風俗圖)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우리은행 부당대출과 관련해 발 빠르게 사과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죠. 이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 사건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임 회장은 지난 8월12일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사과의 말을 전했습니다.

임원급 인사만 참여한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해당 내용은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돼 사실상 사과의 대상은 우리은행 이용고객 및 우리금융 주주들도 포함하는 형태였죠. 당시 임 회장의 사과 발언을 보면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고객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횡령 등 우리은행에서 잇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공개적인 사과가 없었던 임 회장이 이처럼 고개를 숙인 까닭은 무엇일까요. 진옥동 회장이 자회사 금융사고와 관련해 주주에게 사과 서한을 보낸 이유와 같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입니다. 바로 밸류업 프로젝트입니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은 최근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밸류업 프로젝트’를 앞다퉈 발표했다는 점이죠.

밸류업 프로젝트(기업가치 제고 계획)는 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담고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 즉 주가 부양 및 배당금을 늘리겠다는 것이죠. 금융지주를 믿고 투자해준 주주들을 위한 정책인 셈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밸류업 프로젝트 발표 이후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이같은 신뢰를 저버리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는 거센 반응도 나오죠.

신한금융의 경우 주가가 진옥동 회장이 주주들에게 사과서한을 보내기 전날인 16일 전일 종가 대비 1400원 하락한 5만6400원으로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밸류업 발표로 주가 부양에 대한 시장 기대감을 높였던 금융지주 입장에서보면 금융사고로 피해를 입은 성난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그룹 수장인 회장이 진화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임 회장의 상황도 이와 유사합니다. 우리금융의 밸류업 프로젝트는 보험사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핵심입니다만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차질이 생긴다면 밸류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립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임 회장이 책임을 질 일이 있다면 지겠다면서도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건 우리은행 사태로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아 보험사 M&A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으로 읽힙니다.

결론적으로 진옥동 회장과 임종룡 회장이 자회사 금융사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한 건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신뢰를 되찾고 밸류업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주주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반성문인 셈입니다. 금융지주 수장들의 이같은 행보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성난 주주들의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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