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업’ 새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지만
기존 핵심 사업체 한미약품은 ‘독자경영’
11월 임시주총…모자 간 갈등 해결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유통 사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다. 헬스케어 계열사에 집중 투자해 유통 부문을 강화하고,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관련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단 포석이다.
임 대표는 지난 5월 단독 대표이사로 취임 후 사내 전산망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성장 전략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임 대표는 헬스케어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 ‘온라인팜’을 중심으로 유통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의약품과 건강 관련 제품의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기기와 건강식품 사업 부문은 데이터를 기반해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며 “투자는 AI 기술 혁신과 시장 발굴에 초점을 두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보는 임 대표가 과거 의약품 유통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과 맥을 같이한다. 임 대표는 한미헬스케어(옛 한미 IT) 대표 당시 한미약품 의약품에 무선인식(RFID) 기술을 적용하는 혁신을 이끌었다. 의약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유통 과정을 RFID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케이다스’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임 대표는 유통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헬스케어 시장 진입을 위한 리소스 및 기술 확보의 중요 수단이라 본 것이다. 그는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강력한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임 대표에게 신사업 발굴이 기회라면, 기존 주력사업을 지키는 건 숙제다. 한미사이언스의 주 사업체인 한미약품이 최근 ‘독자경영’을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다.
임 대표의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지난 7월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의사를 밝혔고, 한미약품은 8월 독자경영을 본격화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별개로 인사·법무팀을 신설한 바 있다.
당시 한미사이언스 측은 “항명성 인사명령”이라며 한미약품이 조직 신설을 발표한 지 단 1시간 만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을 전무로 강등했다.
업계 안팎으로는 임 대표가 ‘독재경영’을 이어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엄연히 법인이 다르다”면서 “지주회사라 하더라도 계열사의 대표를 함부로 전무로 강등시키는 건 독재경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미그룹의 결재 시스템을 한미사이언스 IT부서가 갖고 있어서 박재현 사장이 결재를 승인해도 업무 자체가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미약품이 사업 추진을 못하도록 결제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단 것이다.
임 대표의 낙하산 인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는 한미약품 사내 경영진에 과거 경영호흡을 맞췄던 한미사이언스 박준석 부사장과 한미정밀화학 장영길 대표를 진입시키려는 임시 주총 안건을 제안했다. 다만 박 부사장과 장 대표는 한미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쳤던 인물들로 평가돼 부담을 안긴다.
한미 모자 간 불협화음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갈등 해결을 위한 임 대표의 책임 역시 무거워졌다. 송 회장은 현재 경영권 회복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측에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이에 임 대표는 기존 대표 해임을 논의하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요구, ‘맞불’을 놨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오는 11월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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