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서식환경 급변…개체수 감소 위기
탐사 계속 가능할진 미지수…기후위기 현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무주에 반딧불이를 보러 가겠다는 기자의 소소한 여름 휴가 계획에 대한 반응은 제법 뜨거웠습니다. 점심식사 테이블 위로 언젠가 반딧불이를 직접 봤던 경험들이, 즐겁고 설레는 감상과 함께 흘러나왔습니다. 예상보다 대화가 오래 이어지던 중에 질문 하나가 튀어올랐습니다. “그런데 아직 반딧불이가 있어요?”
“그러네요. 있다고 하네요”라고 답하고서 정말 있는지는 나중에야 찾아봤습니다. 5월에서 9월까지 반딧불 탐사를 진행하는 무주 반딧불축제 측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서식 반딧불이는 3종으로, 무주에서 3종을 모두 관찰할 수 있습니다. 활동기간은 5월부터 9월까지로, 운문산 반딧불이,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가 차례로 활동합니다.
탐사 현장에서도 반딧불이의 실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2일 무주의 캄캄한 산길을 한참 오른 끝에 만난 늦반딧불이는 “3종의 반딧불이 중 가장 밝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대로 매우 밝았습니다. 탐방로에서 먼 산까지 하얀 불빛이 반짝였습니다.
이날 반딧불이 만큼이나 주의를 끌었던 건 함께 길을 올랐던 어린이 탐방객들이었습니다. 어린이 탐방객들은 탐방 전 버스에서 “반딧불이는 불을 갑자기 비추거나 큰 소리를 내면 겁을 먹고 도망갈 수 있다”는 문화해설사의 말을 금과옥조처럼 안고 버스에서 나선 모양이었습니다. 어린이 탐방객들은 불빛 하나 없는 탐방로를 보호자의 손을 잡고 무사히 완주했습니다. 우는 어린이도, 소리치는 어린이도 없었습니다. 날아드는 반딧불이를 보호자에게 일일이 자랑하기 바빴습니다.
들떠서 버스로 돌아오는 어린이 탐방객을 보면서, 예의 질문이 변주를 거쳐 되돌아왔습니다. “반딧불이는 언제까지 있을까요?”
시민사회 등에 따르면, 이날 만난 어린이 탐방객들이 내년, 내후년에도 반딧불이 탐사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최근 날이 더워지면서 반딧불이의 거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섭니다.
폭염이 이어지면, 유충이 성충이 되는 시기가 우선 늦춰지고, 유충의 주 먹이인 고둥의 확보도 어려워진단 설명입니다. 날이 더 더워지면 서식지가 줄어들 수 있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문화해설사 역시 “올해 날이 더워 반딧불이를 관찰하기 어려울 거라고 봤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 탐방객들이 첫 반딧불이를 마주한 경험을 나중에 커서 추억할 때, ‘아직 경험할 수 있는 일’로 남아있을까요. 기후위기를 헤칠 방법을 같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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