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무기 거래, 강력 대응을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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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무기 거래, 강력 대응을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9.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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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짓
우리 안보에도 중대 위협
비핵화 역행하는 북·중·러
전쟁범죄 가담 안 된다
‘북핵 완성’ 모든 수단 동원해 막아야
국제사회 공조 대응 긴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북한·중국·러시아 3각 공조가 강화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자주와 주체를 강조하던 북한이 러시아, 중국 등과 연합훈련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북한이 한·미·일 협력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에 손을 내밀면서 동북아 정세는 더욱 요동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초점을 맞춰 왔던 한·미·일의 군사 전략 역시 복잡한 고차방정식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 체제에 맞서기 위해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을 끌어들여 북·중·러 연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 안보 환경이 냉전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정전협정 70주년 행사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얼굴을 내밀더니 북러 정상회담도 나온다. 당시 외신들은 방북한 쇼이구 장관이 길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기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지원을 요청하고 북한도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한 걸음 더 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기 거래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위험한 거래’ 예고

북-러 회담은 ‘위험한 거래’를 예고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쇠락한 러시아지만 여전히 핵무기를 최다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김정은·푸틴 회담에서는, 러시아가 탄약과 포탄 등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해 절실한 무기를 받는 대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군사위성,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할 수 있는 핵잠수함 전력(戰力) 등을 제공하는 식의 거래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러 사이에서는 고위급 교류 등을 통해 그런 조짐을 보여 왔다. 북한은 ICBM 재진입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 ICBM 발사에 필수적인 군사위성 발사도 최근 두 차례 실패했다. 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을 보유하면 미국 앞바다에서 핵미사일이 발사될 수 있다. 모두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

김정은과 푸틴의 군사협력 확대는 우리 안보에 새로운 위협인 것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까지 뒤흔드는 심각한 일이다. 그동안 중국과 달리 한반도 문제에 일정 거리를 둬온 러시아가 남북문제에 전면적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연합군사훈련까지 논의 중이다. 한·미·일 공조에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중·러의 사상 첫 연합훈련 개최 가능성이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군사협력을 논의하는 수준에 그쳤는데 실질적인 삼자 훈련이 최초로 실현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연합훈련이 실시되면 단순히 북·중·러의 밀착 강화가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도발에 쓰이는 군사기술의 고도화와 나아가 더 강한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

유엔 합의 깨는 초유의 일

안보리 결의 제1874호와 제2094호에 따라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모든 무기 수출이 금지돼 있다. 특히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안보리 핵심 일원이 유엔 합의를 깨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다.

미국 백악관도 “김정은이 러시아와의 무기 협상을 정상급에서 논의하기를 원한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정은과 푸틴이 만나려는 것은 그간의 은밀한 거래를 넘어 이젠 대놓고 정상 간 밀착을 과시하며 북한 재래식 무기와 러시아 첨단 기술 간 맞교환을 안팎에 공식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미국 백악관도 이를 확인한 것을 보면 북·러 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하는 기류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러시아에 로켓 등 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에 이어 정상 간 회담까지 이뤄지면 무기 거래 폭은 한층 확대될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이전받으려는 군사기술 중 주목할 것은 핵추진잠수함이다. 원자력을 동력으로 쓰는 핵잠수함은 재래식 디젤잠수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고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원양에서 장기간 은밀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북한이 핵잠수함까지 보유한다면 태평양 깊숙한 곳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다. 동북아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고 역내 안보를 위협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미국은 5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호주처럼 미국에 핵잠수함 기술 등을 요구해야 한다. 러시아를 향해서는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도발이나 다름없다는 신호도 보낼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 경계심

신냉전 기류의 격화에 따른 북-중-러 밀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지만 그 급가속은 세계 정세를 더욱 요동치게 하는 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이웃 나라의 주권을 난폭하게 유린한 푸틴과 불법 무기 개발에 혈안이 된 김정은의 연대는 이미 전 세계의 경계심을 낳고 있다.

양측의 무기거래가 미칠 국제적 파장은 심각하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가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포탄과 대전차 미사일을, 러시아는 핵 첨단기술에 목마른 북한에 인공위성과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서로 제공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경우 그간 무기 제공을 부인해왔던 북한이 러시아가 벌이고 있는 반인류적 전쟁범죄에 노골적으로 가담하는 일이 된다.

러시아 또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의 한 당사자로서, 상임이사국 자격이 없는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막무가내식 불법 행위가 한반도는 물론 세계 질서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 등 이해당사국과의 조율을 통해 북러의 무기거래는 물론 북중러 군사협력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러북 연합훈련 가능성

더 큰 문제는 중러북의 연합훈련 가능성이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대사가 지난 2일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을 포함하는 구상에 대해 “상당히 적절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중국 변수가 있어 3국의 군사훈련 가능성은 낮지만 중러북이 한미일 대항 전선을 강화하면 동북아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북·러가 중국과 함께 해상연합군사훈련을 논의 중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와 우려를 더한다.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신냉전 체제가 공고해지는 것은 우리 안보와 경제에 악재다.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현대화를 요구할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주력 전투기는 모두 소련제로 1980년대 도입한 미그-29가 최신형이다. 만약 러시아가 북한의 숙원인 최신 전투기와 방공 시스템까지 제공한다면 이것은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특히 북한이 핵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무제한 잠항이 가능한 핵 추진 잠수함까지 갖게 되면 우리의 북핵 감시는 무력화된다. 푸틴과 김정은의 거래를 주시하고 핵 추진 잠수함 등이 현실화되면 비상사태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런 위험한 무기가 북한 손에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해서는 안 된다. 만일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면 한국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6개국이다. 호주가 2030년대 초반까지 미국으로부터 5척을 구매하고 8척을 직접 건조하게 되면 7개국으로 늘어난다. 북한의 핵잠수함 보유를 끝내 막지 못하면 한국도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핵잠수함 건조를 추진해야 한다.

모든 수단 동원해 막아야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부품을 제공 받으면 핵·미사일 무장을 완성할 수 있고, 이것은 한반도는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안보를 뒤흔들 게임체인저가 되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국제 규범을 깡그리 무시한 북·러 결탁은 우크라이나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과 미국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된다. 러시아에 대한 압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순방에서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을 공유하고 한·아세안 공조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5일 보도된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은 아세안 국가들에도 직접적이며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아세안의 긴밀한 공조와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북·중·러 연대가 현실화하고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순방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치르면서 벨라루스 등을 통해 무기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결국 북한에까지 손을 벌리게 된 것이다. 북한의 각종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추가 제재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뒷배’가 돼 준 것도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은 지난 7월 푸틴 대통령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을 평양에 보낸 것도 그런 차원일 것이다. 북한 역시 지난 5월과 8월 발사에 실패한 군정찰위성 기술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조절

다행스러운 건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 속도전에 비해 중국이 아직까지는 조절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달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도 허용했다. 한국 입장에선 중국을 통한 실리외교의 공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입장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으로 이어져 동북아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중국은 외교, 군사, 경제적으로 미국과 경쟁 구도를 취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선 핵심 행위자다. 동시에 북한의 ‘거대한 뒷배’이자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던 이유다.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드러낸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언급은 매우 바람직하며 환영할 일이다.

북한 식량난 전략무기 완성도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는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푸틴은 북한의 실탄과 포탄 등이 필요하고,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에너지난 타개와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이 절실하다.

북한이 무기 지원을 대가로 정찰위성,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진입, 핵추진 잠수함 등과 관련한 군사기술과 부품을 이전받을 경우 전략무기 완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이스칸데르, 극초음속 미사일 등에 러시아 기술을 지원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북러 간의 폭넓은 군사협력 가능성은 최근 여러 조짐이 있었다. 지난 7월 정전협정일을 맞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평양을 방문, 김정은의 안내로 중화기 등 무장 장비 전시회를 둘러본 데서 무기거래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타스통신에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이 참여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했고, 국가정보원은 쇼이구 장관이 김정은에게 해상 연합훈련을 제의했다고 4일 국회에 보고했다. 여러 정황 등에 비춰 김정은의 방러로 북러 간의 폭넓은 군사협력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북한 러시아, 유엔총회 회부를

북한과의 모든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스스로 이를 어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밀착하는 북·중·러에 우리 단독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만큼 강력한 국제 공조를 통한 제재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북 정보 공유 시스템 조기 구축 등 한·미·일의 더욱 확고한 협력은 두말할 필요 없다.

만약 푸틴이 북한에 핵 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첨단 전투기와 같은 무기를 지원하려 한다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각종 치명적 무기를 직접 지원하면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인도적 지원에 그치고 있지만 푸틴이 한국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것을 러시아에 분명히 알려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선 안 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간곡한 요청에도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8·18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로 공고해진 한·미·일 협력은 말할 것도 없이 국제사회와도 공조해 나가는 주도면밀한 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할 때다. 이달 중 러시아 차관이 지난 6월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의 방러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방한할 경우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북·중·러의 결속에 맞서 우리 정부는 더욱 치밀한 외교전략을 펼쳐야 한다. 한·미·일 간 3각 연대를 한층 끌어올려 전략적 우위를 선점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 단독으로 안 된다면 3국이 공조해 북한과 러시아를 유엔총회에 회부해 추가 제재를 받도록 하는 등의 응징에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자유와 평화를 지향하는 국제사회의 대다수 국가들이 큰 지지를 보낼 것이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했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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