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풀무원이 지난해 식품업계 도미노 가격 인상 수혜를 톡톡히 본 모양새다. 올해에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해외사업 정상화가 요구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여느 국내 식품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풀무원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바 있다. 2021년 매출이 전년 대비 8.98% 확대됐음에도 풀무원의 영업이익은 16.22% 빠졌고, 당기순이익은 97.43% 급감했다. 원가 방어에 실패한 탓이다.
부진의 늪에서 풀무원이 꺼낸 카드는 대대적인 가격 인상 정책이었다. 풀무원은 지난해 2월 수입콩 두부 제품 가격을 7~8% 올렸고, 냉동만두와 냉동피자도 각각 5%, 10% 인상했다. 비슷한 시기 풀무원녹즙도 녹즙, 발효유 제품가를 100~200원 올렸다. 가격 인상은 지난 연말에도 이뤄졌다. 풀무원은 지난달부터 수입콩 두부인 소가 두부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같은 달 풀무원녹즙은 녹즙, 식물성유산균, 발효유, 대용식, 건강즙, 기호식품, 유제품 등 제품 39종 가격을 새해부터 인상한다고 고객들에게 고지한 바 있다.
전략은 주효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풀무원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2조8687억 원, 영업이익 563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3.88%, 영업이익은 46.23% 증가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약 70배 이상 늘어난 219억 원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 효과가 본격화되기 전인 같은 해 1분기 당시 풀무원의 연결기준 순손익이 -4억1026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적자전환했음을 감안하면 가격 인상 정책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하지만 올해에도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고물가, 고금리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내수 소비자들이 지갑 자체를 굳게 닫은 실정이어서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국내 소비는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국내 소비는 지난가을부터 3개월 연속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 측은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고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소비 심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격 인상 명분도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제 대두(CME, CBOT시카고상품거래소) 값은 2022년 6월 톤당 649.99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 흐름을 보이며 올해 1월 11일 기준 556.66달러로 떨어졌다. 국내산 콩(백태, 흰 콩) 도매 가격도 2021년 평균 40kg당 25만6515만 원에서 지속 하락해 최근에는 23만 원대로 낮아졌다.
더욱이 풀무원은 시민단체로부터 '부당한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는 업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21년 1월 "풀무원이 최근 5년간 격년으로 두부, 콩나물 가격을 각각 2번이나 인상한 데 이어 또 두부, 콩나물 납품가 인상을 발표했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무리한 이유를 들며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을 향한 물가 안정 압박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풀무원의 실적 상승세 여부는 해외에 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풀무원도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는 눈치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 CEO는 2023년 신년사에서 "해외 사업은 미국, 중국, 일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턴어라운드 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캐나다, 유럽, 동남아까지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세운 바 있다.
대대적인 투자도 이뤄졌다. 풀무원은 지난해 11월 약 570억 원을 투입해 일본법인 아사히코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 해 4월엔 풀무원 중국법인인 푸메이뚜어식품이 베이징2공장을 준공했으며, 11월엔 베이징1공장 증설 작업에 착수했다. 이밖에도 풀무원은 지난해 3분기 524억6726만 원을 들여 중국 북경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베이징 푸메이뚜어식품), 베트남 Pulmuone Vietnam Co., Ltd., 미국 Pulmuone U.S.A., Inc. 등 해외 자회사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풀무원의 해외법인들은 아직 실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다. 아사히코의 순손실은 2021년 3분기 기준 82억 원에서 2022년 3분기 기준 85억 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미국법인도 적자폭이 139억 원에서 202억 원으로 커졌으며, 베트남법인 역시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순손실이 늘었다. 2021년 10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룬 중국법인들도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북경포미다녹색식품유한공사는 2022년 3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확대됐으나 순이익은 반토막(56억 원→28억 원)이 났고, 상해포미다식품유한공사(상해 푸메이뚜어식품)의 순이익도 26.96% 감소했다.
다만, 향후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효과가 식품서비스 부문에 온기를 반영해 풀무원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법인의 적자폭이 해상운임 비용 감소, 현지 생산량 확대에 따라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풀무원의 해외법인 적자 기조가 3분기(지난해)까지 지속되고 있지만 해상운임과 물류비 영향으로 4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변수는 중국, 유동성으로 보인다. 풀무원의 해외법인 중 가장 실적에 기여하는 업체는 중국법인이다. 공장 증설 등 대규모 인프라·설비 투자를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 환경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중국 정부의 봉쇄 해제, 위드 코로나 선언 이후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오히려 현지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정보 제공업체인 차이나 베이지북 인터내셔널은 현지 기업 435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중국 경기 둔화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으며, 이에 따라 연말 경기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물가는 하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풀무원을 비롯한 중국 진출 업체에게 악재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발(發)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방역을 강화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중국행 단기·상용 비자 발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유동성이 풀무원의 발목을 잡을 공산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 수년간 풀무원은 해외법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실시했다. 그만큼 자금 조달 여력은 떨어졌다. 풀무원의 해외 자회사들을 거느린 풀무원식품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53%, 32.74% 줄었다. 그런 와중에 단기차입금(연결기준)은 2021년 말 2699억6178만 원에서 지난해 3분기 3500억5104만 원으로 29.66% 늘었고, 같은 기간 장기차입금도 2175억8898만 원에서 2552억4574만 원으로 17.30%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절반 가까이(741억 원→397억 원) 축소됐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1년 말 878억1616만 원에서 2022년 3분기 1113억6602만 원으로 늘었으나 아사히코 지분 매입 비용, 중국 공장 증설 비용 등을 포함하면 지난 연말 기준 전년보다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가운데 해외법인들의 대출 만기일이 돌아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사히코는 지난해 3월과 5월 KEB 동경으로부터 7억2000만 엔, 11억1353만 엔을 차입했다. 해당 대출 만기일은 오는 2023년 3월, 5월이다. 미국법인은 지난해 8월 Shinhan Bank Irvine에게 600만 달러(오는 8월 만기)를 빌렸다. 모두 풀무원이 채무보증을 서준 대출이다. 이밖에 풀무원식품의 자회사인 푸드머스가 미국법인을 위해 채무보증을 한 약 1000만 달러 규모 대출 만기도 오는 7~8월 도래한다.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금리 부담이 커진 데다,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길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풀무원과 풀무원식품은 이미 최근 1~2년간 수차례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풀무원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효율 CEO는 올해 신년사에서 "새해 우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높은 물가와 고금리, 환율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위해선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회사는 수익성 중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수익 성장을 위해 부진한 사업과 품목, 채널, 서비스는 과감히 정리하고 전사 핵심전략인 식물성 지향과 동물복지 영역에서는 기술과 공급망, 인프라를 대폭 개선해 매출 비중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구조조정 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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