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2023년 계묘년 새해 마수걸이 수주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다만, 연초 수주는 지난해 사업계획의 연속이고, 업황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9일 DL이앤씨(구 대림산업)는 약 3151억 원 규모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시공권을 따내며 새해 도시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서울 강북구 미아동 일대에 지하 6층~지상 48층, 3개동, 총 688세대 규모 공동주택과 복합상가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DL이앤씨 측은 "올해도 아크로, e편한세상 브랜드 파워에 탄탄한 재무구조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요 도시정비사업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건설도 올해 첫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지난 8일 포스코건설은 약 3746억 원 규모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알렸다. 이 사업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방배신동아 아파트를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7개동, 총 843세대 규모 '오티에르 방배'로 새롭게 꾸미는 프로젝트다. 포스코건설 측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오티에르가 서울 강남 지역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수주 교두보를 얻었다. 여의도, 압구정 등 올해 수주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에서도 오티에르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현대건설은 약 3423억 원 규모 '일산 강선마을14단지 리모델링사업'으로 새해 마수걸이 수주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경기 고양 일산서구 주엽동에 지하 1층~지상 최고 25층, 792가구 규모로 조성된 강선마을 14단지를 수평·별동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902가구 규모 공동주택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 측은 "올해 첫 주부터 수주 실적을 달성하며 도시정비 선도기업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줬다. 앞으로도 부산 괴정7구역 재개발 등을 시작으로 수주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마수걸이는 아니지만 해외수주 소식도 들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카타르 라스라판 석유화학 프로젝트'(Ras Laffan Petrochemicals Project)를 수주했다고 9일 공시했다. 이번 공시는 발주사의 비밀 유지 요청이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 삼성엔지니어링은 대만 CTCI사(社)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사업은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 내 연간 208만 톤 규모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와 유틸리티 기반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총 계약금은 약 3조1263억 원이며, 이중 삼성엔지니어링 몫은 약 1조6029억 원(51.27%)이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중동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업체들의 수주 행보가 새해 벽두부터 펼쳐지고 있으나 앞날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前)정권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 코로나19 사태 후폭풍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 조짐을 보이더니, 미국발(發) 고금리 본격화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리스크가 겹치면서 건설업계의 주된 먹거리인 국내 주택시장이 완연한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 SOC 예산도 감소한 상황이어서 공공·토목 일감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연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대한건설협회 통계 등을 분석해 내놓은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 대비 7.5% 줄은 206.8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SOC 예산이 전년보다 10% 이상 감액되고, 기준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져서다. 건설사들의 핵심 사업장인 국내 정비사업 시장도 위축될 전망이다. 국내 건설투자 역시 최근 7년간 최저치(258.6조 원)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건산연 측은 "수도권 재건축·재개발은 일부 양호할 것"이라면서도 "민간의 모든 공종에서 수주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택 수주의 경우 금리 상승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부진한 부동산 시장 상황과 금리 상승으로 미분양이 증가해 주택투자는 횡보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3년 연속 300억 달러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룬 해외수주 환경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건산연 측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도 올해 해외건설 수주는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발(發) 코로나19 재유행, 미국발(發) 금리 인상 지속, 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 등 세계 경제 하방 요인이 다수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중동, 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수주가 확대돼도 문제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매출은 늘어도 수익성이 악화돼 예상치 못했던 저가 수주 사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가가 계속 올라서 해외수주를 해도 원가 방어가 도저히 안 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중동 지역 발주사들은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잘 해주지 않는다. 선별 수주는 물론이고, 원자재 리스크에 지속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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