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일본보다 세배 높으면 뭐하나…부실채권 다수로 은행 경영합리화 시급
2021년 20개 국내은행 당기순이익 16조 9000억 원…커진 대출과 예대마진 덕분
윤석열 예대금리차 공시화는 구원투수?… 공시 방법 놓고 검토·인수위 최종결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예대마진이란 금융기관이 대출로 받는 이자에서 예금으로 지불한 이자를 뺀 나머지를 말한다. 금융기관의 수입이 되는 부분이다.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예대마진이 커지고, 금융기관의 수입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시중은행은 커진 예대마진 덕분에 이자이익이 급증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금으로 벌어들이는 이자는 적게 오르지만 대출이자는 많이 오르니 부담이 된다. 이에 윤석열 당선인은 과도한 예금·대출금리 격차를 해소를 위해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비자들이 주기적으로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면 은행이 마진을 극대화하는 행동을 줄이지 않겠냐는 취지다. <시사오늘>은 윤석열 당선인의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역대 한국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흐름을 정리해봤다.
영세상공인들 울리는 고(高)대출금리… 일본 평균 예대금리차보다 3배 높아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은 1983년에도 나왔다. 당시 신용금고를 사용하는 서민과 영세상공인들은 신용금고의 대출금리가 수신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서 높은 부담을 안고 있으므로,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월 말 개정된 현행 신용금고의 여수신 금리를 보면 가장 높은 수신금리가 적용되는 차입금은 연 13%인데 반해 부금대출의 경우 연 20%나 돼 예대간 금리차가 연 7%씩 크게 차이나고 있다. (중략) 이에 대해 이용고객들은 지난 몇년간 증자 등을 통해 신용금고업계가 꾸준히 성장한데다 역금리 해당상품도 금년 말쯤에는 거의 만기가 될 것으로 보여 전체여신 상품의 금리를 연 18%이하로 낮춰도 신용금고의 경영면에서는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일경제> 1983.11.04
6년이 흐른 1989년 예대마진 폭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당시 국내은행들은 경영효율면에서 일본에 비해 크게 낙후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는 일본보다 세배 이상 높은데도 수지는 오히려 뒤지고 있는 실정이었다.
국내 은행들은 예금금리보다 대출이자를 평균 4.7%포인트 높여받아 일본은행의 평균 예금·대출금리차인 1.5%포인트에 비해 3배가량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 26일 은행감독원이 밝힌 국내 7개 시은 및 10개 지방은행의 지난 상반기 중 예금대출금리차 평균치는 4.7%포인트로 작년1년동안의 예금대출금리차 3.8%포인트보다 높아졌으며, 일본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인 1.5%포인트를 크게 웃돌았다. <경향신문> 1989.09.26
예대마진 높으면 뭐하나…부실채권 다수로 은행 경영합리화 시급
높은 예대금리차 논란은 1990년대에도 지속됐다. 은행의 수익성이 높아졌을 것이란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이 많아 은행의 경영합리화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작년 대출금 평균이자율은 연 9.93% 예금 평균이자율은 연 8.15%로 명목 예대 금리차이가 4.38%포인트로 나타났다. 이같은 예대금리차는 지난 90년의 4.25%보다 0.13%포인트 높아진 것이며, 지난 85년의 4.43%이후 6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는 미국의 제1금융권 예대금리차 3.87%포인트와 일본의 2.31%에 비해 명목상으로는 현격히 큰 예대마진을 누리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이자마저 받지 못하는 부실채권, 높은 지급준비율부담 및 타은행권처리 관행상의 이자부담 등으로 실제 예대금리차는 1.78%에 그치고 있으며, 이는 미국 3.72%에 비해 크게 뒤지고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동아일보> 1992.08.06
예대금리차가 5% 이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금리하락의 과실을 금융기관만 누릴 뿐 기업가계 등은 배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큰 폭의 예대금리차가 갖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점은 고금리가 신용도에 관계없이 무차별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의 김주형 상무는 "수요가 많고 신용경색(돈줄이 막힌 상태)이 심화되는 상화에서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며 "다만 대출고객의 신용상태나 은행 기여도에 관계없이 거의 무차별적으로 고금리가 적용되는 현상은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1998.07.07
은행들의 예대마진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들먹이는 선진국의 높은 예대마진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소 강호병 책임연구원은 " 미국의 경우 자체 생산성 혁신과 비용절감 노력으로 저수익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대마진이 한국보다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은행들은 조달코스트를 낮추기보다는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편한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 1999.01.14
2021년 20개 국내은행 당기순이익 16조 9000억 원…커진 예대마금리차 덕분
그렇다면 20여 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2022년 상황이 달라졌을까.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1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20개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6조 9000억원으로 전년(12조 1000억원) 대비 39.4% 늘었다. 코로나19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가계부채 총량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대금리 차이가 벌어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 3일 한국은행은 올해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가 1.80%포인트(p)로, 작년 12월보다 0.25%포인트 확대됐다고 발표했다. 한 달 새 0.25%포인트 이상 격차가 커진 것은 2013년 1월(0.26%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9년 만에 예금 금리와 대출금리의 차가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은 올해 1분기에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이 평균 3bp 내외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내로는 10bp가량 오를 것으로 기대됐다.
윤석열 예대금리차 공시제 구원투수되나?… 공시 방법 놓고 검토·인수위 최종결정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예대금리차 공시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지금도 사업보고서와 IR자료 등을 통해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자료가 매 분기 공시되는 탓에 최신 자료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예대금리차는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라 은행별 공시 방법도 제각각이다.
국민·하나은행은 분기별 사업보고서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공개하는 한편 신한·우리은행은 IR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일일히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매달 전월 취급한 대출의 평균금리, 기준금리, 가산금리, 가산조정금을 공시하고 있다. 수신은 상품별로 취급 금리를 공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현재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공시 방법론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나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은행별 예대금리차 현황을 공시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금융권은 추가 공개 데이터 항목, 비교 공시 화면 구성 방식, 예대금리차 공시 필효성과 실효성 등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 최종 방안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조율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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