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3열 고급 SUV, 속은 사륜 짚차…가족들도 반한 ‘그랜드 체로키 L’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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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3열 고급 SUV, 속은 사륜 짚차…가족들도 반한 ‘그랜드 체로키 L’ [시승기]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4.10.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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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타긴 아까운 큰 차…가족들과 함께 떠나니 빛 발해
부드러운 승차감에 정숙성 갖춰…편의사양 넘사벽 매력
동해 오프로드도 손쉽게 주파…산길·진흙이 그냥 놀이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동해/장대한 기자]

오프로드를 달린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시승 차량의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혼자선 기름 많이 먹는 큰 차를 몰기가 망설여지고 부담스럽다. 지난 18일 지프 그랜드 체로키 L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다. 그랜드 체로키만 돼도 패밀리카로 부족함 없는데, 3열 SUV 모델은 과해 보였다. 시승 차량을 받자마자 비 오는 정체가 극심한 강남 퇴근길을 빠져나와야 하는 어려움까지 겪으니 역시 과한 게 맞다 싶었다. 집에 와서조차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는 순간까지 혹시나 긁을지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이튿날부턴 앞선 고민이 말끔히 씻겼다. 가족들을 태우고 강원도 동해로 떠나게 됐는데, 가는 내내 '이래서 그랜드 체로키 L을 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승차감부터가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웠고, 넓은 거주 공간 덕에 1~2열에 탑승한 가족들 모두 독립형 버킷 시트(캡틴 시트)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탱크처럼 든든하기까지 해 가족 모두가 안전하겠단 생각이 든다. 혼자 타긴 너무 아까운 차가, 가족들과 함께니 그 진가를 맘껏 발휘하는 듯했다.

그랜드 체로키 L 주행 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 한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그랜드 체로키 L 써밋 리저브 모델은 앞뒤 바퀴 모두 멀티링크 서스펜션 방식을 택해 노면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편안함을 적절히 유지했다. 육중한 무게로 노면을 찍어 누르며 가는 느낌마저 든다. 달리는 중엔 서스펜션의 높이를 차량이 알아서 조절해 준다. 고속일 땐 차체를 최대한 낮게 해 공력 저항을 줄이는 식이다. 승차감 역시 더욱 향상된다. 

최고출력 286마력을 발휘하는 3.6L 6기통 가솔린 엔진은 거침이 없다. 육중한 덩치 때문인지 차량은 초반 가속이 더딘 편이지만, 속도가 붙으면 매끄럽게 치고 나간다. 초반 가속은 아무래도 다소 낮은 최대토크의 영향을 받는 듯 보인다. rpm 바늘이 4000까진 치솟아야 35.1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그렇다고 불편한 수준이란 의미는 아니다. 나름 8단 자동변속기의 다단화를 통해 반응성을 높이는 데 신경 썼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가족들을 태우고 여유 있는 주행을 이어간 만큼, 불편함을 느끼긴 어려웠다.

그랜드 체로키 L은 최근 신차들에 탑재돼 주목받는 사양인 조수석 디스플레이도 일찍이 갖추고 있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옵션 사양도 프리미엄 그 자체다. 우선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연결이 가능해 티맵, 음악 기능 등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순정 내비 시스템부터가 티맵이라 활용성 높다. 노래를 틀면 우수한 음질의 매킨토시 사운드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한다. 그랑 콜레오스에 탑재돼 재조명받는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그랜드 체로키 L에게 이미 탑재된 사양이다. 변속 다이얼과 주행 모드 설정 등도 직관적이라, 차량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없다.

반자율 주행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손을 잠깐만 떼도 다시 잡으라고 민감하게 경고를 보낸다. 국산차 대비 차선 유지에 적극적이진 않지만, 스티어링휠에 손을 잘 대고만 있다면 얌전히 차량을 끌고 나간다. 큰 차를 운전하면서도 피로를 느끼지 못한 배경엔 고속도로 주행간 해당 기능이 주효했단 생각이다. 넉넉한 공간성에 시트의 우수한 착좌감, 1열 마사지 기능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동해 망운산 일대 오프로드 코스 내 물웅덩이를 지나는 모습.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물론 그랜드 체로키 L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험로를 거뜬히 주파해 내는 '지프차'의 면모를 그대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여타 모델들과 비슷한 프리미엄 3열 SUV 정도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단 의미다. 오프로드 코스는 지프코리아가 '지프 캠프 2024' 개최를 기념해 특별 출입 허가를 받은 동해 망운산 일대다. 

오프로드에 진입하기 전 주행 모드는 '샌드·머드'로 뒀다. 그러면 차체 높이는 알아서 높게 자동 설정된다.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 조작은 이처럼 간단하다. 차량은 비 내리는 미끄러운 산길부터 진흙 길, 깊은 물웅덩이를 손쉽게 빠져나갔다. 차세가 흐트러지거나 바퀴가 헛도는 법 없이 오프로드를 헤쳐 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낮은 토크 제어로 오프로드 기동성을 높여주는 쿼드라-트랙2 4X4 시스템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지프의 DNA 그 자체다.

총 558.3km를 주행하는 동안 8.4km/L라는 기대 이상의 실연비를 확인했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서울로 돌아오면서는 이 차가 오프로드를 뛰었던 4륜 SUV가 맞나 싶을 정도다. 또다시 도심형의 순한 맛 SUV로 변모한다. 차량 외관에 잔뜩 묻은 진흙들로나마 짐작할 수 있다. 훈장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기름 많이 먹는 차라 편견을 가졌지만, 충분히 그 정도 가치를 해냄을 알 수 있다. 물론 총 558.3km를 주행하는 동안 8.4km/L라는 기대 이상의 실연비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공인 연비 7.7km/L를 상회하는 수치다. 막히는 도심에서만 가려 타면 된다. 가족들과 아웃도어 및 여행을 즐길 때 애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차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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