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블레이저, 4륜 구동 정통 SUV 지향…아웃도어·산악길도 거뜬
우열 가리기 힘든 차별화 매력…모두의 순한 맛 vs. 정통의 깊은 맛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GM 한국사업장을 지탱하는 주축 모델을 꼽으라면 누구나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떠올릴 것이다. 이들 모델은 우수한 상품성을 바탕으로 GM을 대표하는 간판 모델로 자리잡았으며, 수출 증가와 내수 회복을 이끄는 견인차로 통한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소형 SUV 범주 내 속해있다 보니, 언뜻 봐선 차량마다의 개성과 그 차이를 실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시승기는 두 모델 '트-트 형제'를 다양한 환경에서 번갈아 타며 저마다의 개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답부터 말하자면 도심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차크닉과 나들이에, 정통 SUV에 가까운 트레일블레이저는 산지 험로 주행에까지 두루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순한 맛'이라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보다 깊은 맛'인 셈이다.
우선 지난달 24일 강화도를 목적지로 두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순한 맛'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몰아봤다. 주행에 나서자 차량은 경쾌한 거동으로 즐거움을 북돋는다. 스포츠 쿠페형 디자인만으로도 스포티함을 느낄 수 있었는 데, 그 감성을 주행에서도 그대로 이어간다.
새내기 같은 풋풋함이 든다. 잘 달리고 싶어 부단히 애를 쓰는 느낌이다. 다소 작은 1.2 엔진이 탑재되긴 했지만, 발휘하는 힘은 제법이다. 동력성능은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 토크 22.4kg.m다. 차체 사이즈 대비 작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가속 페달에 힘을 잔뜩 주면 성난듯한 소음을 낼 때도 있다. 그래도 저 한 몸 가누기엔 충분히 넉넉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강화도 내 굽잇길 구간들이 이어질 때는 민첩한 조향성을 느낄 수 있다.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대로 빠르게 파고들어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SUV 보다 세단에 가까운 매끄러운 주행질감과 승차감은 만족감을 더욱 높여준다.
금새 도착한 강화도 목적지에 도착해선 차크닉을 즐기며 나들이 기분을 만끽해봤다. 뒷좌석을 접으면 나오는 거주 공간은 꽤 그럴싸하다. 차고 높이가 낮아 쭈그린채 트렁크에 오르긴해야 하지만 속이 깊어 잠시 누워 휴식을 취하기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카펫을 깔고 누웠을 때 다리를 쭉 펴면 발이 밖으로 나가긴 한다. 그래도 나름 편한 자세로 산들바람을 즐기기 충분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도심과 교외에서 나들이 차량으로 제격임을 입증했다면, 트레일블레이저는 보다 강인한 SUV의 멋과 힘을 갖춰 아웃도어 할동까지 가능케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정통 SUV를 표방하는 모델'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했다는 게 GM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의 차크닉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강화도에서 서울까지의 온로드 주행을 비롯해 김포 주변의 산악길을 오르는 구간에서 저만의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보다 한 단계 높은 1.35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의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동급 내 가장 다단화된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우수한 직결성과 발진 성능을 비롯해 효율성까지 사로잡았다.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배경엔 이 차의 하이라이트 격인 '스위처블 AWD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다. 이륜 모드에선 연비 중심의 효율적 주행을 가능케 해주고, 사륜 모드에선 어떠한 환경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든든한 성능을 제공한다. 도심형 SUV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정통의 깊은 맛이 당길 때가 있는데, 이를 가능케해주는 것이다.
트레이블레이저를 단순히 소형 SUV로 볼 게 아니라 정통 SUV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겠다. 이같은 능력은 산악길 주행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바퀴마다 강한 트랙션을 제공해 미끄러짐없이 지면을 헤쳐나갈 수 있는 사륜 구동 기술력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다.
해당 시스템은 돌길과 마른 오르막 흙길에서도 미끄러짐을 쉽게 허용치 않는다. 비틀림 없는 고강성 차체, 험로에서의 충격을 너끈히 잡아주는 Z링크 서스펜션 등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기술 패키지 역시 돋보일 수 밖에 없다. 오프로드가 이 정도다 보니, 온로드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술술 막힘없는 펀 드라이빙을 제공한다.
두 모델 '트-트 형제'는 GM 온스타 서비스도 지원한다. 온스타는 모바일 앱을 통해 시동과 도어 잠금, 비상등 작동 및 공조 제어를 가능케 해주는 원격 제어 기술이다. 이미 현대차·기아 등이 수년 전부터 해온 건데 웬 뒷북이냔 지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고객들의 편의 제고를 위해 적극 노력하는 자세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차값 인플레이션이 한창인 이 때, 트-트 형제는 온스타 서비스를 추가하고도 몸값까지 동결시켰다고 한다.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일상에서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고 심미성과 기능성 모두를 만족시키는 트-트 형제의 가치는 돋보인다. 국내외 시장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이유는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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