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쏠림 현상 우려
삼성생명, 유주택자 수도권 주담대 제한 나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권 전반이 도미노처럼 대출 문턱을 올리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진입장벽을 높인 1금융권의 대출 수요가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쏠리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조만간 ‘풍선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면서 대출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이 주담대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 실수요자들이 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이 선제적으로 수도권 주담대 제한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최근 수도권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주담대를 제한한다고 각 영업점에 통보했다.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보험사들도 대출 규제 강화에 잇따라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의 대출 규제 강화는 최근 제2금융권에서 실수요자 외 과도한 대출 수요가 들어오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영향”이라며 “삼성생명뿐 아니라 여러 금융사들이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올해 건전성관리 강화 기조로 보수적인 대출 영업을 유지해 왔다. 최근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높이며 대출 수요 급증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업계 내 여·수신 규모는 감소하고 있는 상태다.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던 저축은행들이 대출 영업 활성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수신잔액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맞지만 당분간 수익 증대보다는 건전성관리에 집중한다는 업계 방침에 따라 대출 규모가 쉽게 커지진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1금융권에서 쏘아올린 대출 규제 강화가 2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풍선효과가 가시화된다면 대출절벽을 실감한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이 급한 수요자들이 우회 방법으로 대출을 받거나 일명 ‘대출 막차’에 대거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1주택자까지 주담대와 전세대출 등을 틀어막는 것은 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기 목적이 아닌 결혼이나 이직 준비 등 선의의 목적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 기조에 따라 금융회사 간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에 대해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했으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날 이 원장은 “대출 상담이나 신청 등 선행지표를 봤을 때 걱정할 정도의 풍선효과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대출수요가 더울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풍선효과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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