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관리-대출 실수요자 보호 둘 다 잡겠다”
보험사 등 2금융권 풍선효과…“우려할 정도 아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고삐를 죄면서 수도권의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대출 관리가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최근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금융소비자, 시장전문가, 금융권 협회 등과 함께 ‘가계대출 실수요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최근 서울‧수도권 중심 주택시장 회복,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대출수요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주택 실수요자의 불안심리가 확산할 수 있으므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차질 없이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강화와 관련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은행 자율적 심사 강화 조치 이전에 대출신청을 접수했거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 신뢰 보호 차원에서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평균 상환액 규모(월평균 약 12조원)를 감안할 때 실수요자에게 우선적으로 자금을 공급한다면 대출규모를 관리함과 동시에 실수요자에게 중단 없이 자금공급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9월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가산금리를 높게 적용해 개인의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다. DSR이란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눠 산출된다. 대출에는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자동차할부금융 등이 모두 포함된다. 현재 은행권은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앞서 당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지자 수도권 주담대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를 높게 적용해 대출 한도를 옥죄고 있다. 다만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과 은행마다 주담대 한도 제한과 시행 기준 및 시기가 제각각이라 일선 영업점에서는 대출 관련 문의와 민원이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급한 정책 추진으로 실수요자들의 혼란을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해 이 원장은 “스트레스 DSR 2단계 내용과 시기는 9월에 하기로 이미 말씀드렸고 은행권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며 “은행의 포트폴리오 관리나 위험관리 차원에서 특정 자산에 쏠림이 나타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대출정책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오히려 필요한 사람들한테 부작용이 있고 원하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아닌지 등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중단한 데 대해서는 과한 대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계적이고 일률적인 대출 금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최근 일부 은행들은 주택을 한 채라도 보유한 차주에게 수도권 주담대를 내주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원장은 “1주택자들도 자녀 결혼이나 자녀가 다른 지역으로 가서 집을 구해야 하는 등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투기 목적이 아닌 경우도 있는데 기계적이고 일률적으로 대출을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 기조에 따라 금융회사 간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와 관련해서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대출 상담이나 신청 등 선행지표를 봤을 때 걱정할 정도의 풍선효과는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준비나 우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풍선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계속 점검하면서 규제의 변화 필요성을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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