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최소화’로 균일가 유지…뷰티 뷰랜드에겐 ‘박리다매’ 기회
1분기 화장품 평균 매출 150% 증가…올해 총 매출액 4조 넘길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여기도 품절이에요. 샤넬 저렴이 립밤 사려고 다이소 몇 개째 도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이소 화장품이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다. 고물가에 가성비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 명품 브랜드 제품과 비슷한 립밤, 시중에서 수만 원에 판매되는 기초 화장품 등을 최대 5000원에 구입할 수 있어 호평이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다이소 매장. 입구 바로 앞 화장품 코너에선 ‘다이소 화장품’을 구경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다이소가 새로운 화장품 유통 강자로 떠올랐음을 실감케 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샤넬 저렴이’로 화제몰이를 한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 3종’ 역시 ‘완판’이었다. 해당 제품은 샤넬의 ‘립 앤 치크 밤’과 비슷한 발색으로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탔다. 샤넬 제품은 6만3000원이지만, 다이소 컬러 밤은 3000원에 불과하다.
빈 판매대를 보며 아쉬움을 내비치는 고객들도 많았다.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찾은 한 고객은 “이걸 사러 왔는데 역시 품절”이라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VT 코스메틱의 기초화장품 ‘VT 리들샷100 앰플’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진 ‘품절대란’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다른 쇼핑몰에선 50㎖ 당 3만 원대에 판매하지만, 다이소에선 12㎖ 용량을 3000원에 살 수 있다.
다이소 매장 직원 A 씨는 “VT 리들샷도, 손앤박 컬러 밤도 전부 품절”이라며 “들어왔다 하면 다 나간다”고 했다.
이어 “공급량이 많지 않은데 수요는 많아서 항상 품절 상태”라고 했다.
다이소 측은 폭발하는 화장품 수요 대응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손앤박 컬러 밤의 경우 초도물량이 2주 만에 완판됐다”면서 “이런 품귀현상을 인지하고, 뷰티 상품 공급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이소 화장품의 인기 비결은 크게 두 가지다. 물가가 올라도 최대 5000원 균일가를 유지하는 것과, 저렴하지만 좋은 질을 갖춘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화장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4.35로, 직전 분기보다 0.94%p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물가지수(113.62)보다 높은 수치다.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는 물가에도 다이소는 여전히 모든 상품을 500·1000·1500·2000·3000·5000원의 6가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다이소가 낮은 금액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패키징’에 있다. 용기 제조 시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거품을 빼고, 용량도 기존 제품보다 소량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화장품 성분의 배합 비율이 조정되기도 한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다이소 제품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는 완전히 같은 제품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성분을 조금 달리하든, 배합 방식을 달리하든 조금씩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다이소 측은 “VT 코스메틱 제품의 경우, 다이소 전용 제품은 배합 비율이 다소 다르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시카리들’이라는 주요 성분은 같다”고 강조했다.
이를 입증하듯 다이소 화장품 구매자 대부분이 제품 질에 만족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19~49세 여성 중 다이소 화장품을 구매한 비율은 41%였고, 이들 가운데 만족했다는 답변은 72%에 달했다. 다이소 화장품을 산 이유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서’가 69%(중복 응답), ‘가격이 저렴해서’(48%),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아서’(32%), ‘후기와 평가가 좋아서’(32%), ‘매장이 많아 접근성이 좋아서’(25%) 순으로 많았다.
다이소의 ‘접근성’은 질 좋은 화장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한몫한다. 지난해 말 기준 다이소 매장은 전국 1519개에 이른다. 판매자 입장에선 이익을 적게 보더라도 많이 팔 수 있는 ‘박리다매’의 기회다. 현재 총 34개 뷰티 브랜드가 다이소에 입점하고 있다.
다이소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지난해 기준 1500개가 넘는 매장을 갖고 있는 만큼, 접근성이 좋은 게 협업사들에겐 메리트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매월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다이소는 뷰티 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 1분기 다이소의 기초화장품 매출은 200%, 색조화장품 100% 성장했다. 현재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제품군 역시 화장품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이소의 총 매출은 2021년 2조6048억 원에서 2022년 2조9457억 원으로 올랐고, 지난해엔 3조4605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매출 4조 원을 넘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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