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플랫폼 ‘오늘의집’, 전체 시장 어려운데 ‘나홀로 성장’
이은희 교수 “인터넷 활성화로 ‘롱테일의 법칙’ 시대 도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나영 기자]
중소브랜드가 황금기를 맞았다. 기존 대기업 위주의 유통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며 업계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높은 물가와 소비자 취향 다변화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이 세분·다양화되면서 중소기업 브랜드들이 새로운 유통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에 대기업들 역시 ‘매출 대항마’로 중소브랜드와 관련 유통 플랫폼을 주목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여러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라이벌은 타 대기업보다는 여러 중소기업들과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플랫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 역시 “예전에는 유행이 대기업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트렌드가 매우 다양해졌다는 걸 느낀다”며 “W컨셉, 29cm 등 중소브랜드가 한데 모인 플랫폼이 강세”라고 했다.
이를 보여주듯, 신진브랜드가 주를 이루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 10억 원을 넘긴 입점사가 500여 개에 이른다. 특히, 온라인 매출 한계치로 꼽히는 100억 원을 돌파한 10개 브랜드 중 7개는 중소기업이다.
무신사 측은 “다양한 국내 중소‧신진 브랜드가 고객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면서 “실제 자신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뷰티업계에선 CJ올리브영을 통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회사는 업계에서 ‘대한민국을 평정했다’고 평가받을 만큼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입점 기업의 70~80%는 중소브랜드다.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한 입점사는 전년 대비 30% 늘었으며, 이들 중 51%는 중소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실적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두 기업은 국내 대부분의 중소 뷰티브랜드 제조를 담당하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다. 양사는 올 1분기 기준 나란히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한국콜마는 연결 기준 매출이 57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9% 상승했고, 같은 기간 코스맥스는 30.6% 오른 526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증권가에선 이들이 2분기 및 하반기에도 실적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동산 및 경기 침체 기조로 가구업계 한숨이 짙어지는 가운데, 1400여 개 중소브랜드가 입점한 가구 플랫폼 ‘오늘의집’만은 웃었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402억 원으로 전년(1828억 원) 대비 31.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75억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516억 원)과 비교하면 66% 회복한 수치다.
전체 가구 시장이 위축된 시점에 오늘의집 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계청은 국내 가구 거래액이 2021년 11조7093억 원, 2022년 10조6603억 원, 2023년 10조2631억 원으로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약 1조 원이 쪼그라든 2022년, 오늘의집 중소가구업체 평균 거래액은 전년 대비 31% 뛴 3억1400만 원을 돌파했다.
오늘의집 측은 “2022년 기준 오늘의집과 거래한 중소가구업체의 평균 거래액은 3억1400만 원”이라며 “중소가구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개인사업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금액”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거래절벽이 정점이었던 2022년 4분기에는 통계청이 집계한 국내 가구소매판매액이 21년 4분기와 비교해 1년 만에 17%나 줄어들었다”며 “같은 기간 오늘의집과 거래한 중소가구업체들의 거래액은 거꾸로 31%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소브랜드 전성시대’의 주된 이유로 ‘고물가 장기화’를 꼽지만, 근본적으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땐 소비자들이 다양한 공급자를 만날 수 없어 대기업을 신뢰하는 경향이 컸다”며 “소셜미디어 및 인터넷이 고도화되면서 구매후기 등을 쉽게 접하게 됐고, 이에 따라 중소기업을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롱테일의 법칙’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과거엔 베스트 셀러가 더욱 잘 팔렸다면, 이젠 소수 소비자들이 찾는 상품도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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