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표준체시장 포화 등 유병자 고객확보
일각에선 유병자 대상 보험금 지급 증가 우려도
“유병자, 할증된 보험료·낮은 가입금액한도 적용”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인구고령화와 함께 유병장수시대로 접어들면서 보험업계가 간편심사보험(유병자보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질병 이력이 있으면 보험가입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 유병자들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르면서 유병자들의 가입 문턱을 낮추는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고령화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유병자 보험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유병력자 대상 보험상품 및 특약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병자 대상 상품 출시를 활성화해 보장 사각지대를 없애고 새로운 유병자 수요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유병자보험은 과거에 병력이 있거나 현재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 또는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상품이다. 복잡한 계약 심사 과정과 서류 등을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며 암·뇌출혈·급성 심근경색 등 주요 질병의 진단비, 수술비, 입원비가 보장된다.
교보생명은 이날 유병자를 위한 종신보장 교보간편평생건강보험을 선보였다. 유병력자와 고령자를 위해 3대 질병을 포함한 주요 질병을 평생 보장하고 치료 후에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3가지 질문에만 답하면 가입할 수 있는 간편심사보험으로 경증질환이나 과거 병력이 있어도 3가지 고지항목에 해당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있다. 고지항목은 △3개월내 질병 확정진단·의심소견 입원·수술·추가검사 필요소견 △2년내 질병·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5년내 암·간경화·파킨슨병·루게릭병·투석중인 만성신장질환으로 인한 진단·입원·수술 등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건강보장이 가장 필요한 유병력자와 고령자를 위해 암을 비롯한 주요 질병을 평생 보장하는 건강보험을 선보였다”며 “진단보험금을 확대하고 중복보장, 치료 후 연금 지급 등 혜택을 강화해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고객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중증부터 경증 유병자까지 모두 가입할 수 있는 ‘LIFEPLUS 3N5 간편건강보험(연만기갱신형)’을 지난달 출시했다. 암 진단 후 특정치료비(암수술, 항암방사선·약물치료 등 보장)의 감액기간(1년)을 삭제해 고객의 암 치료비 부담을 줄이고 △유방암(수용체타입)진단비 △조기폐경진단비 △난소제거수술비 등 9종의 여성특화담보를 담아 상품 경쟁력을 높였다.
ABL생명도 간편심사형(3.0.5) 도입으로 유병자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무)ABL THE더보장종합건강보험’ 2종(해약환급금 미지급형, 갱신형)을 출시했다. 암 주요치료비 관련 특약을 부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며 해약환급금 미지급형, 갱신형 상품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특히 갱신형 상품은 일반심사형, 간편심사형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간편심사형(3.0.5)을 선택할 수 있어 △최근 3개월 이내에 질병확정진단·의심소견, 입원·수술·추가검사 필요 소견 △최근 입원 또는 수술 이력 무관 △5년내 암, 제자리암, 간경화로 진단받거나 입원 또는 수술을 받은 여부 고지만으로 가입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는 ‘삼성 인터넷 경증간편 입원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과거 병력이 있더라도 3가지 간편고지 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있다. 3가지 기본 고지항목은 △최근 3개월내 진찰이나 검사를 통한 입원·수술·추가검사·재검사 필요 소견이나 질병확정진단 또는 질병의심소견 △5년 내 질병, 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이력 △5년내 암, 간경화증, 투석 중인 만성신장질환, 파킨슨병, 루게릭병으로 인한 진단·입원·수술 이력이다.
KB손해보험도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유병자를 위한 신상품 ‘KB 3.10.10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Plus’를 출시한 바 있다. KB 3.10.10(삼텐텐)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Plus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진단받았으나 투약이나 치료로 건강하게 관리되고 있는 유병자를 위한 상품이다. 유병자 고객의 건강등급을 세분화해 10년 내 입원·수술·3대 질병(암, 심근경색, 뇌졸중) 여부 고지 항목만 통과하면 ‘초경증 유병자’로 분류된다.
흥국화재도 최근 자사 보험상품에 ‘암 전단계 48개 질병 수술비 담보’를 추가로 탑재하고 있다. 해당 담보는 궤양성 대장염, 간경화,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질병에 대한 수술비를 보장한다. 특히 ‘흥Good 간편한 6090 청춘보험’은 질병기록이 있는 90세 어르신도 간편심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인구 증가 및 식습관 변화로 만성질환자가 지속 증가하는 등 유병자보험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한 표준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과 고객 확보를 위해 유병자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과거 병력을 가진 유병자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알릴의무 기간이 가변적인 형태의 보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유병자들의 질병 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손해율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병자보험이 단기 실적 달성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보험금 지급 증가와 그로 인한 손해율 상승 등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질병발생 확률이 높지만 그만큼 표준체보다 통계적으로 할증된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특별히 손해율 관리에 어려움은 없다”며 “또한 가입금액한도를 표준체보다 낮게 운영하거나 표준체와는 다르게 1년미만감액(50% 지급)을 운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율 관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언더라이팅(보험가입심사) 측면에서도 표준체 대비 인수한도를 일부 낮춰 정책운영을 하고 있다”며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무병자보다 높기 때문에 현재로선 손해율 관리에 큰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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