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찬옥 (사) 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지프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란 말이 있다.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란 무엇일까?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과거(낡은 것)에 대한 것은 파괴해야 된다는 것이다. 즉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은 파괴하고 새로운 기술을 창조하여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이 개념은 동시대를 같이 살았던 케인즈와 함께 경제학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은 오스트리아 헝가리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전파한 개념으로 기술발달에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으로 100년이 지난 이 시점에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슘페터는 1912년에 발표한 경제발전론을 통해 이윤이 기업가의 혁신에 발표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는 곧 이윤이 혁신적인 기업가의 창조적인 파괴로 인한 생산요소의 새로운 결합에서 파생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창조적 혁신을 주장하였고 나아가 경제발전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행위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파하였다.
슘페터의 두 가지 통찰력
슘페터의 가장 위대한 두 가지 통찰력을 들자면 혁신과 기업가이다. 기업가의 혁신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힘이며 즉 진보적 경제를 이끄는 힘이 혁신으로 보았고. 기업가는 혁신을 일으키는 주체라고 보았다. 기업가들은 자기만의 왕국을 세우고저 하는 꿈과 의지가 강하지만 동시에 많은 장애물과 대면하고 있다고 하였다.
특히 혁신은 이루기가 쉽지 않으며 혁신을 이루고도 그것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했다.
모든 성공한 사업가들은 자신의 발밑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곳에 서있으며 당연하게도 자본주의는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도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슘페터의 개념은 100년 전에 나와 근대 산업화시기에 유행한 이론이지만 정치기술 발전 속도가 가속화되고 산업의 정의 및 구조 그리고 기술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21세기에 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의 보편적 전파자는 조지프 슘페터이지만 애초에 그가 고안한 개념은 아니다.
이 용어를 최초 고안해낸 사람은 독일의 마르크스 이론가이자 사회학자인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이다. 베르너 좀바르트는 마르크스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엥겔스가 유일하게 마르크스의 사상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 평가했을 정도로 마르크스 사상과 이론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그는 처음에 마르크스주의를 열렬히 지지했으나 나중에는 보다 보수적인 입장이 되어 강력한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급과 경제사회의 발전에 관한 그의 역사적 저술 특히 근대자본주의는 방법론상 마르크스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이 저술과 자본주의에 관한 이후의 연구에서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발전적 관심을 제시했으며 자본주의 쇠퇴를 예견하는 관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당초 마르크스는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부의 축적과 소멸이 반복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지만 슘페터가 이 용어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했고 경기혁신 및 경기변동주기의 동력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슘페터는 경제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기존의 산업이 파괴 내지 도태되고 이에 적응하면서 신산업이 그 자리를 메꾸는 혁신 주기(Innovation Cycle)가 반복되며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슘페터는 기술혁신이 자본주의가 계속 굴러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경제학 역사를 대표하는 거물로 꼽히게 된 것이다.
산업혁명 後 6번의 사이클
현대 경제학자들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총 6번의 Cycle이 반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제1차) (1785-1845년) 수력기반 기계 방적기. 수력을 이용한 기계 방적기는 종이, 철 등 다양한 일상품을 기계화된 방법으로 제조하는 터빈 형 벨트시스템으로 발전하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최초 공장의 등장이다.
제2차) (1845-1900년) 증기기관, 철도, 제철.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인류가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크게 늘어났고 철도 그리고 증기선이 세계 각지를 연결하면서 우리의 삶도 크게 바뀌게 되었다.
제3차) (1900-1950년)전기, 전화, 통신, 자동차, 헨리 포드의 양산 자동차(그리고 소위 포드주의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현대식 공장시스템에 큰 영향을 준 벨트 컨베이어 시스템)인류가 낮과 밤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 전구 커뮤니케이션의 개념을 바꿔버린 전화기의 등장으로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과잉생산의 시대를 맞게 된다.
제4차) (1950-1990년) 전자, 항공. 항공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 어디든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소위 글로벌 시대가 열렸고 전자장비의 발달로 기존의 공학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기술과 산업이 다양해 졌다.
제5차) (1990-2020년) 디지털.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은 소위 디지털 인류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 없이는 살기 어려운 사람, 폰+ 호모 사피엔스)라는 표현을 낳을 만큼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제6차) 클린 에너지, 현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 차, 가상현실(VR)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세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미래는 창조와 혁신에 따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며 핵심 키워드는 융합이라 할 수 있다. 물리적 세계, 생물적 세계, 그리고 디지털 세계의 융합이 만들어 내는 핵심 기술이다. 또한 발달하는 기술의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도 중요하다. 이와 같은 기술들은 서로 융합하고 혁신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또다시 가지를 뻗어 다음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과 관련하여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수십억 인구가 전례 없는 속도로 연락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 공감하고, 엄청난 저장용량을 제공받고, 원하는 정보와 콘텐츠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5G 환경에서 소설미디어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진화하고 소통하며 커뮤니트를 형성하는 집합적 트렌드를 가속화 할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 대두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6G가 새로운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다. 5G 이후 등장할 새로운 다음 세대의 통신 인프라 기술로 5G 대비 핵심 성능이 발전하고 융합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 디지털 전환의 실현이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6G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지만 5G와 비교한다면 최대 전송속도, 체감속도, 통신지연 등 여러 주요 지표에서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6G는 5G와 비교하여 용량, 속도, 고속이동성 등이 개선된 기술특성으로 기존 장비, 서비스, 시장에 대체 및 신규 융합서비스 시장을 창출할 전망이다. 이동통신 인프라는 대개 10년 주기로 세대가 발전 구축되고 있어 6G 서비스는 선도국에서 2028-2030년경에 최초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과거 5차례의 혁신적인 변화는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단 그 과정에서 순탄치만은 안했다.
창조적인 파괴답게 혁신적인 변화의 폭발성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태되고 소위 되었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소수가 엄청난 부와 권력을 손에 넣고 새로운 시대의 지배자로 떠오른 것이 5차례에 걸쳐 예외 없이 반복되는 현상이었다. 창조적 파괴의 사례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기업은 애플과 기업가로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아이폰 역시 기존 휴대폰 시장의 구조를 뒤집어 버리는 창조적 파괴의 사례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업가의 혁신은 창조적 파괴를 이끌고 따라서 낡은 재고, 사상, 기술, 장비 등을 더 이상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예를 들어 애플과 삼성이 스마트폰의 개념을 확장하는데 있어 진화하고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성능은 아이 폰 3이나 갤럭시 2수준에 그쳤을 것이다.
위에서 보아 알 수 있듯 자본주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창조적 혁신을 주장하며 특히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강조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로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깨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룰 브레이커 역할을 했던 인물이 있다. 키 162cm 몸무게 45kg 지방대 출신, 영어강사, 평범하다 못해 루저라 불릴 만큼 모든 것이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포기를 모르는 도전정신 그리고 기존의 관행을 깨버린 그가 2009년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의 이름은 마윈 중국에서 최고 돈이 많은 부자로 세계 4대 IT 기업인 알리바바 창업자이다.
어떻게 보잘 것 없던 시골학교 영어 강사에서 중국 최대의 IT 기업을 만든 창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그는 평범함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했던 창조적 파괴에 있었다. 그는 90%가 찬성하는 방안이 있다면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갖다 버렸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계획이라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시도했을 것이라는 그의 판단이었다. 그는 항상 10%만이 추구하는 아이디어를 채택하였다. 기존의 뜰을 과감히 깨버리는 그의 횡보는 창조적 파괴의 표상이었던 것이다. 온 나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사업을 추구했던 일련의 과정이 좋은 사례였다. 2003년인 알리바바를 C2C 시장에 진출시켜 90% 이상의 시장점유물을 차지하고 있던 이베이에 도전장을 내밀어 주변에서 무모한 짓이라고 말렸지만 결국 성공 하였다.
룰 브레이커로 파괴적 혁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성장은 이제 혁신에 달려있다고 본다. 한강의 기적시대에 유효했던 요소와 자본에 의지한 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 모두가 혁신성장을 부르짖으나 혁신성장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혁신의 본질은 조지프 슘페터의 말대로 창조적 파괴다. 기존의 저부가가치 일자리를 파괴하고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단순 제조업을 파괴해 지식 서비스업을 만들면서 사회가 발전했다는 것이 산업혁명 250년 역사의 교훈이다. 파괴를 두려워하면 혁신은 사라진다.
실업률 증가와 일자리 보호
금융위기 과정에서 실업률 증가는 일자리 보호 규제와 정비례 하였다. 하르츠 개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달성한 독일보다 실업률이 프랑스가 높았고 프랑스보다 경직화된 일자리 보호국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자리가 증가하면 실업률이 증가한다는 일자리 패러독스가 창조적 파괴의 의미를 대변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시장혁신이라는 혁신의 두 얼굴을 이해하는 것이 일자리 패러독스 해소의 비밀코드이자 규제혁신의 출발점이다.
1811년 영국에서 기계파괴 러다이트 운동이 등장하고, 1961년 타임스가 컴퓨터 도입으로 인한 사무직 일자리 파괴를 경고하고, 지금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산업혁명 250년 역사상 실업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최근 어려움을 잘 이겨낸 기업들이 택한 대표적인 전략은 피벗(Pivot)이다. 피벗은 농구 등 구기 종목에서 따온 용어로 한 발은 붙인 상태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 데 비즈니스에 적용할 때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인해 처음의 계획과 틀어지는 경우 재빠르게 비즈니스의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전략이다.
피벗은 생존이라는 단기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회복과 성장성을 키우는 목표에 도움이 되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팬데믹 시대가 도래 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수정해 새로운 모델로 갈아타는 피벗전략이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피벗전략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팬데믹 같은 큰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뜻하지 않게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할 때 도움이 된다. 또한 기업의 체질까지도 개선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벗전략이 어려움에 처한 모든 기업을 구원할 해결책은 아니다.
단편적인 효과와 몇몇 성공사례에 지나치게 매료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연구진은 피벗전략에 대한 바른 이해 실행에 앞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 선택 조건 등의 전략을 좀 더 객관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담론을 제기했다. 연구진은 먼저 피벗전략과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전략적 변화를 확실히 구분 지을 것을 주문하였다. 피벗전략은 기업의 핵심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속 가능성이 없는 절재절명의 상황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피벗전략을 선택하기 앞서 기업이 정말로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또한 창업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과감히 궤도 수정이 가능하나 중견기업이라면 피벗전략을 수행하기 여의치 않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그 예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가 적대적 불신 배신으로 변모해 피벗시도가 자칫 회사를 딜레마에 빠트릴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피벗전략의 핵심은 시장적응과 소비자 중심적 사고에 있다. 시장과 소비자가 원한다면 한계에 직면한 사업을 과감히 번영해 가시적인 성과를 바로 도출해 내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결국 피벗전략은 창조적 파괴가 아닌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새 길을 모색하는 창조적 수정의 과정이다. 그래서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를 새로운 아이디어나 발명을 성공적인 혁신으로 전환할 의지와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의 광풍이라고 불렀던 것을 상기해 보면 슘페터는 혁신적 사고가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에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허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단순한 혁신이상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새로운 상품과 일을 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드는 것은 꾸준한 일자리 확대, 더 많은 소비 및 더 많은 역동성에 더욱 힘을 불어넣고 혁신적인 사고는 소위 파괴적인 혁신, 즉 기존제품을 뛰어넘는 혁신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한국경제 성장의 열쇠 중 하나인 창조적 파괴와 혁신은 기업과 정부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새로운 기술과 제품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도약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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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옥은…
故김대중 전 대통령 사단인 동교동계 소속으로 현재는 사단법인 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