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월세로 돌아선 비아파트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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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월세로 돌아선 비아파트 난민들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5.22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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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수도권 연립·다가구·오피스텔 거래 전세↓·월세↑
전세반환보증 규모 줄고 보증사고 늘어…전세 불안 가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서울 성북구 동선동 일대 아파트와 다세대, 빌라들이 밀집한 주택가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동선동 일대 아파트와 다세대, 빌라들이 밀집한 주택가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수도권에서 빌라·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의 전세거래가 줄어든 대신 월세거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非)아파트를 대상으로 벌어진 일련의 전세사기 사건이후 전세거래보다 월세 비중이 많아지면서 전세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화된 2022년 7월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아파트 전세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차거래는 크게 늘거나 줄지 않았지만 전세거래건수는 낙폭이 컸다.

올들어 1~4월 연립·다세대의 전세거래량은 3만6206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7.56% 감소했다. 반면 월세는 3만8779건으로 9% 넘게 증가했다. 월세거래가 전세거래를 추월한 것이다. 

오피스텔도 전세거래 감소, 월세거래 증가라는 추이 변화를 보였다. 올 초부터 지난달까지 전세거래는 2만3377건으로 전년동기대비 3% 감소한 반면 월세는 4만1346건으로 20%나 늘었다.

비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은 서울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 기간 서울의 연립·다가구 전세 거래건수(계약일 기준)는 2만2353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2만4867건보다 10% 넘게 감소했다. 오피스텔도 1만20건에서 9450건으로 5%넘게 하락했다. 반면 월세거래는 전년동기대비 12%, 21% 많아진 2만4557건, 1만8705건을 각각 기록했다. 

아파트도 같은기간 전월세거래가 감소했지만 이는 전세 기피로 보기보단 비아파트에 대한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면서 전세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4월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8% 상승했는데, 전년같은기간 10.75%가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조회 시스템상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1~4월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오피스텔의 전·월세 거래량 변화. ⓒ시사오늘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조회 시스템상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1~4월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오피스텔의 전·월세 거래량 변화. ⓒ시사오늘

이처럼 비아파트에서 월세 수요가 뚜렷해진 이유는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입주때보다 계약 만료 시점에서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역전세’나 주택가격이 전세가보다 낮아지는 ‘깡통전세’ 현상이 나타나는 등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해 왔다.

아울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수준이 제한된 점도 비아파트 전세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5월부터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요건중 전세가율이 100%에서 90%로 조정됐다. 당초 주택공시가격 기준 전세반환보증 상한선이 140%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보증범위는 공시가격의 126% 이하로 낮아진 셈이다.

보증범위를 공시가격으로 계산하는 점도 온전히 전세금 반환을 보증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 올들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5년전 수준인 69%로 두면서 보증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세사기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해지면서 주거사다리로써 전세제도 역할에 대한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조만간 빌라 등 비아파트 중심의 전세보증제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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