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천덕꾸러기된 ‘빌라’…경매건수 최고치에도 낙찰률은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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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에 천덕꾸러기된 ‘빌라’…경매건수 최고치에도 낙찰률은 ‘바닥’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5.07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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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빌라 경매 1456건…2006년 이후 최고치
착공-준공 모두 감소…거래건수 2년 연속 급감
전세사기 영향 빌라 수요 당분간 회복 어려울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모습. ⓒ뉴시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밀집지역 모습. ⓒ뉴시스

지난달 빌라 경매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착공과 준공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를 중심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늘면서 빌라 선호도가 크게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7일 지지옥션이 집계한 서울지역 빌라 경매건수는 1456건으로 2006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15년간 700건 밑으로 떨어진 뒤 지난해 3월 841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로 돌아선 모양새다. 빌라가 경매로 많이 나왔다는 건 투자가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낙찰율은 지난해 6월 8.10%로 최저치를 기록한뒤 지난달 15%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역력하다. 장기적인 추세로 보면 전세사기가 나타나기 전인 2021년까지 대체로 30%선 내외를 보였지만 2022년 8월 20%선 아래로 떨어진 뒤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빌라 매물에 대한 비선호 경향은 준공과 착공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그간 발표한 주택통계를 보면 전체 준공 및 착공에서 다세대와 다가구, 연립주택 이 속해 있는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해 왔다.

지난해 빌라 준공건수는 5만6028호로 전년대비 3분의1 감소했다. 전체 준공 45만4605호중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2.32%로 전년대비 6.32%포인트 감소했다. 올해의 경우 1~3월 기준으로 8590호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보다 절반 넘게 감소한 수치다. 같은기간 준공건수가 11만호를 넘기며 60% 가까이 증가한 아파트와 대비된다.

빌라 착공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전체 주택 착공 건수는 25만2000호로 전년대비 38.13% 감소했는데 빌라는 2만5000여호로 64.13% 급감했다. 올 1~3월에도 4224호가 착공돼 전년동기대비 45% 가까이 줄었다.

이 같은 감소 추세는 향후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2011년 주택 착공 통계를 집계한 이후 전체 착공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 아래로 처음 떨어진 뒤 지난해 10%를 하회했다. 현재 착공이 줄어드는 만큼 빌라 공사기간으로 간주되는 1년뒤 준공 물량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빌라 공급이 외면 받는 주 이유로는 전세사기가 꼽힌다. 지난 2022년 사회 문제로 야기된 전세사기 사건으로 빌라는 입주하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고 실제 수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빌라 거래는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거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빌라 거래 건수는 11만6000여호로 전년대비 35.72% 줄었고, 2022년에는 전년보다 39.25% 감소했다.

향후 빌라에 대한 수요 회복도 장담키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전세사기 때문에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월세로도 빌라에 입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빌라가 모여있는 주거지역에서 재건축과 재개발 시도가 늘어나는 상황과 맞물려 당분간 빌라 거래가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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