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가계대출 증가 낙인이 불편한 이유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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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주담대, 가계대출 증가 낙인이 불편한 이유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8.27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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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논의된 50년 만기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 부담 경감효과 기대로 은행권등 도입
가계부채 증가 주범 낙인…당국선 규제 카드 만지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는 초장기 50년 주담대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사오늘(그래픽 = 정세연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정책당국과 금융당국이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은행권의 50년 주담대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죠. 50년 주담대는 최대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말합니다.

앞서 2021년만해도 우리나라의 주담대 최대 만기는 30~35년 정도였습니다. 해외에서는 당시 이미 최대 50년 만기가 도입됐다는 점에서 비교가 됐습니다. 이후 40년 주담대가 등장한 뒤 50년 주담대 도입에도 힘이 실렸습니다. 당시 관련 논의는 2022년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이뤄졌습니다.

은행권에서는 Sh수협은행이 올해 1월 18일 △Sh으뜸모기지론 △바다사랑대출 2개 상품의 최장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하면서 처음으로 선보였죠.

이 같은 초장기 만기 주담대는 대출 기간 연장으로 매년 갚아야하는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자총액은 늘어나지만, 당장의 상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아울러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른 대출한도가 증가하는 효과도 있죠.

이처럼 가계 빚 상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정책과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실제로 Sh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서는 50년 주담대를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5대 시중은행에서는 지난 7월 하나은행이 처음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최근 50년 주담대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불편한 시선을 내비쳤습니다. 그 배경에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증가가 있었습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들어 은행 가계부채는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실제로 은행 가계대출(잔액 기준) 부문 증감 규모를 월별로 보면 올해 4월 2.3조 원, 5월 4.2조 원, 6월 5.8조 원으로 증가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기간 주담대는 2.8조 원, 4.2조 원, 6.9조 원씩 증가했죠.

일각에서는 DSR 규제를 통해 억누르고 있던 가계부채가 초장기 주담대로 인해 늘어났다고 봅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금융당국 수장들은 50년 주담대를 겨냥해 규제와 점검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은행권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0년 주담대의 연령제한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담대 산정시 DSR 관리 적정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했죠.

은행권에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자칫 가계부채 증가 원인이 은행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에 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등 일부 은행권에서는 50년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거나, 연령제한(만 34세 이하)을 신설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50년 주담대 규제가 당장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들이 존재합니다. 일단, 이른바 절판 마케팅에 따른 대출 수요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50년 주담대가 중단되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자는 심리가 확산될 수 있죠.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당국발(發) 규제 이야기가 나온 뒤 관련 문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사실,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적 원인을 따져보면 집값, 즉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던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 6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섰죠.

이는 당국에서 그동안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추진한 규제 완화 등 관련 정책들이 가져온 효과로 풀이됩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함께 나타난 셈이죠.

여기에 더해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지금이 집을 마련할 적기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50년 주담대의 인기도 덩달아 늘어났다고 볼 수 있죠. 정말 50년 주담대가 문제라면, 앞서 추진된 당국의 부동산 연착륙 정책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책임 소재와 별개로 정말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돼 집값이 바닥을 친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경고성 발언을 남겼습니다. 이번 주 <주간필담>은 지난 24일 기자설명회 Q&A 과정에서 나온 이 총재의 발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 지난 10여년간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또 그런 낮은 금리로 갈 거라는 예상을 해서 집을 사셨다면 상당히 조심하셔야 된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고요. 집을 돈을 빌려서 샀을 경우에 생기는 금융비용, 이런 것들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지,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하셔서 부동산에 투자를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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