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선거제 개편·공수처 설치 패스트트랙 결사 저지로 ‘여전사’ 평가…결과는 ‘위성정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세운 기자, 김자영 기자]
지난해 5월 9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공포됐습니다. 2019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습니다. 모두 현 대한민국 사회에 유효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들입니다.
해당 법안이 각각 국회에서 처리되는 과정에서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중재안에 합의한 것으로 당원들의 큰 지탄을 받았고,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결사 저항 태세로 당원에게 ‘보수 여전사’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살펴보면, 검수완박 법안은 최종적으로 ‘중’에서 ‘등’으로 한 글자가 바뀜으로 인해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괴이한 상황을 낳았습니다.
해당 법안의 처리 과정을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검수완박 법안입니다. 2022년 3월 9일 정권교체가 확정되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최대한 축소시키는 입법을 하는데 착수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뒤 법안을 처리할 경우 때에 따라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입법이 막힐 가능성이 있어서죠.
민주당은 입법을 통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타 수사기관으로 넘기려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당시 시민단체, 학계 등 사회 다수 여론도 검수완박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거대 양당이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던 4월 22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 중재로 박홍근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협상 끝에 합의문을 도출합니다. 해당 중재안에는 검찰 직접수사 범위인 6대 범죄를 2대 범죄(경제·부패 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중재안 수용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안팎에서 야합이라는 등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4월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즉각 사과 입장을 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중재안을 재논의하겠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4월 26일 민주당은 곧장 검수완박 중재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 단독으로 의결합니다. 이어 법사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 상정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습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4월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5월 3일 각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합니다.
법률 개정안의 실제 시행은 4개월 뒤인 9월 10일부터 시행되기로 돼 있었습니다. 여기서 반전이 발생합니다. 법무부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에 대한 해석 범위를 넓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데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처음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법률안에서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돼 있었지만, 실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수정됐기 때문입니다. ‘중’에서 ‘등’으로 한 글자가 변경됨에 따라, 수사 범위를 확대할 여지가 생긴 겁니다.
당시 민주당 의원 중 일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2022년 4월 28일 ‘검찰 정상화 법안, ‘법사위 원안’으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등’과 ‘중’은 그 의미가 크다. ‘무엇 중’이라고 하면 ‘무엇’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합니다. 반면, ‘무엇 등’이라고 하면, ‘무엇’ 말고도 다른 것도 정할 수 있게 된다”며 경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등’이란 표현이 사용된 안이 통과됐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당시 합의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등’이란 표현을 추가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발의 취지처럼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히 축소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안과 관련해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루던 2019년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원내 2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는 나경원이었습니다. 그는 원내대표 시절 ‘강경 대여 투쟁’으로 ‘보수의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2019년 4월 말경,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 등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합의합니다.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하며 농성, 저지에 나섰습니다. 나경원은 원내대표로서 자유한국당에서 정당간 패스트트랙 협상을 주도했는데요. 그는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도 말할 정도로 결사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7년 만에 물리적 충돌이 오가는 동물국회가 재현되기도 했습니다. 4월 25일 저녁,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실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크럼을 짜고 봉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쇠 지렛대(일명 빠루)를 들고 반대에 앞장선 사진이 당시 패스트트랙 정국이 얼마나 혼란했는지를 나타냅니다. 여야 극한 대치 끝에 4월 30일 새벽 열린 국회 정개특위에서 결국 선거제 개편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됩니다.
한바탕 난동이 벌어진 이후에도 자유한국당은 두 법안의 통과를 강경히 반대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그해 11월 “한국당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아내는 일”이라며 “패스트트랙 저지가 한국당의 역사적 책무이며 그 책무를 다하는 게 나의 소명”이라 말할 정도로 결사적이었습니다. 12월경 그의 원내대표 연임이 불허되고,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이후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란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위성정당에 반대했던 더불어민주당까지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대표용 연합위성정당을 창당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 취지는 무력화됐습니다.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가 강경 투쟁을 벌이며 보수 지지층에게 많은 환호를 받았을지는 몰라도, 군소 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작아지고, 양당제가 강화되는 결과가 발생한 겁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1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정계 입문할 때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발한 케이스다. 1등이나 리더가 되지 못할 때 잘 참아내지 못하고 조급한 면이 있다. 사람을 꾸준히 못 챙긴다. 반면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화려함은 없지만 정치적 술수 없이 우직하게 사람을 챙기는 의리가 있다. 검사 출신이기에 일 머리도 있다. 두 사람다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촛불정국을 거치고 권 전 원내대표는 김무성을 따라 바른정당에 합류했고, 나 전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으로 갔다. 거기서 노선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편집자주>
좌우명 : YS정신을 계승하자.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