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유감 [일상스케치(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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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유감 [일상스케치(66)]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1.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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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을 보내고 토끼해 계묘년을 맞이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짐, 모두 무탈하길 기원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어찌 보면 그날이 그날 같은데…. 매일같이 해가 뜨고 또 지고. 무릇 연말연시엔 만감이 교차한다. 형언키 어려운 감정에 사로잡힌다. 벌써 한 해가 다 갔다는 세월의 아쉬움과 새해가 주는 기대와 설렘이 교차해서 일까.

‘한국의 산티아노길’ 강원도 운탄고도에서…. 내일의 희망을 향해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들이다. ⓒ정명화 자유기고가
‘한국의 산티아노길’ 강원도 운탄고도에서…. 내일의 희망을 향해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들이다. ⓒ정명화 자유기고가

아듀 2022

시간이 정말 전광석화처럼 지나갔다. 세월은 유수 같아 과거는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뭘 했을까 싶은데, 돌이켜보면 다사다난했다. 인생은 변수투성이라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걸 알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예상치 못한 무언가가 불쑥 끼어들어 삶은 언제나 왜곡되거나 다른 형체가 돼버렸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하루 속엔 다양한 그림의 인간사가 펼쳐진다. 누군들 삶이 버겁지 않겠냐마는 유난히 무거운 한 해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내일을 재촉한 날들이 많았다. 이룬 건 없어도 살아내느라 허겁지겁 숨 가팠다. 그러나 살얼음을 내딛는 상황에 직면했어도 최선을 다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몇 년 지속된 코로나는 지구촌 단위로 많은 걸 바꾸어 놓았다. 지난 봄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가 작동하는 질서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국내에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건 사고가 줄을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대수술로 병원을 들락거리며 컨디션이 바닥을 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상처와 고통, 안 좋은 기억은 다 잊어버리자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송년회 등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겨 있던  만남의 족쇄를 풀고 술 한 잔에 혹은 차 한 잔으로 회포를 풀었다. 자신의 허물이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한 성찰의 시간도 가졌다.

‘수세(守歲)’

음력 섣달그믐 저녁부터 새해 첫날 새벽닭이 울 때까지 자지 않고 밤을 새우는 것을 ‘수세(守歲)’라 한다. 한 해가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해지킴’의 풍습이다. 우리 민속엔 이날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해서 애써 졸음을 참으며 새해를 맞는다.

옛날 우리 가족들도 구정 전날 저녁부터 차례상을 차려놓았다. 그리고  모두 그 앞에 옹기종기 앉아 한 해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졸고 있던 나를 향해 아버지는 눈썹이 희어진다고 못 자게 흔들어 깨우며 놀려댔다.

산타 클로스 존재는 이미 허상이란 걸 알고 있었어도 아직 수세 풍습엔 긴가민가하여 아버지의 바람몰이에 속았다. 어린 난 겁이 나면서도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해  결국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소스라치게 놀라 거울 먼저 들여다봤다. 다행히 내 눈썹은 까만 채로 안녕했다.

토끼해를 반기며

새해를 앞두고 폭설이 호남, 제주 지역을 강타해 농민들의 피해가 컸다. 여기에 세입자 울린 빌라왕 사건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한파 속 잔인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게다가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의 화염 참변으로 5명 사망 등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세밑 다양한 사건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해, 어수선함 속에서 한 해가 저물고 새 아침이 밝았다.

해가 바뀌었다고 지난 일들이 온전히 정리가 됐을까. 과거는 과거일 뿐 이면 좋겠지만 여전히 연장선 상에 있다. 미진한 채로 떠안고 달력 책자만 바꾼 것 같다. 아니 나이만 한 살 더 먹었나.

그렇더라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고 희망의 내일에 대한 기대를 걸어본다. 과거는 대개 회한과 후회를 남기나 새로 맞이하는 오늘과 미래를 향해서는 또다시 기대를 품는다. 비록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설사 또 실망하고 좌절하더라도 말이다.

보다 나은 한 해를 꿈꾸다

내일 무엇이 기다릴지 아무도 모른다. 산행을 하다 보면 평탄한 길을 걷다가 울퉁불퉁 자갈길과 직면하기도 한다. 맑은 햇살을 비추다 가도 돌변하여 갑작스레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눈보라 속에 휘말릴 때도 많은 게 인생이다.

하지만 악천후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붙들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 딛다 보면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다. 미래 삶의 여정은 우여곡절이 많더라도 결과는 달콤하고 행복하길 소원한다.

다가오는 날들에 대한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으련다. 어린 시절엔 실천도 못할 정도로 꽉 찬 일정 계획표를 짜서 벽에 붙이고 다짐을 했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나 작심삼일에 머물렀던 날들이 많았다. 이젠 그저 매일 매 순간 최선을 다하여 삶과 동행해야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인생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끝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어려움과 고비를 잘 이겨낸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그 힘과 투지로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자.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감사하며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새로운 비상을 위해. 야무지게 신발 끈을 동여매며 숨을 고른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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