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태를 겪으며…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일상스케치(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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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사태를 겪으며…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일상스케치(57)]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2.10.23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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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명의 이기, 치명적 한계 드러내
데이터 센터 화재로 전국민 심각한 카오스
조선시대, 아날로그 페일오버로 사료관리
불편하지만 인간적인 아날로그시대 그리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의 먹통으로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췄었다. 10시간이 넘게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택시,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 접속에 장애가 있었고, 다음 이메일은 이틀이 넘게 복구가 되지 않았다.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일상 깊숙이 피해도 크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 15일 오후 카카오·네이버 등 IT기업의 데이터 관리 시설이 입주해 있는 SK C&C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인한 폐해였다.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네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지난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톡 오류 메시지. ⓒ연합뉴스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지난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톡 오류 메시지. ⓒ연합뉴스

카카오가 멈췄다

화재는 8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카카오는 이 센터에 입주해 있던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사흘이 지나도록 주요 서비스 중의 일부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편과 피해가 컸다.

카카오는 시장 점유율 87%인 국민 앱 '카카오톡'을 비롯하여 카카오뱅크, 다음(포털), 카카오맵(지도) 등 국민들의 소통과 일상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렇듯 하루종일 카카오를 의존, 이용하는 현 생활구조속에서, 소통 최일선의 도구가 화재로 서비스가 공급되지 않고 단절되면서 대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카카오가 멈추니까 이 정도로 불편할 줄 몰랐다'는 시민들과 소상공인들및 자영업자들이 큰 불편을 호소했다.

초연결사회, 일상의 무력화

지난 주말 필자는 원고를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가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태와 직면했다. 단순한 데이터 연결 문제가 아닌 완전 불통임을 확인하면서 불안해졌다. 이런 난감한 경우는 비단 필자만 겪은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15일부터 이틀간 중간고사 공부와 과제를 거의 못 했다. 시험을 위해 정리한 자료나 과제가 모두 카카오 블로그 ‘티스토리’에 들어 있는데 먹통이 되어 막히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기록물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업무나 공부에 지장을 받거나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개인 데이터 유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카카오가 기타 등등 국민 생활 깊숙이 들어와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날은 카카오가 끊기면 일상이 거의 무력화되는 구조에 이르렀다.

카카오 부재, 신구세대 차이

특히 오프라인 소통에 미숙한 세대의 불안은 더 높았다. 기성세대는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멈추자 콜택시를 이용했지만, 젊은 세대는 다른 택시 애플리케이션 이용만 고집하다 오히려 발이 묶였다. 오프라인 위주의 소통 방식이 잘 기억나지 않거나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의 경우 대안으로 활용할 ‘아날로그식 소통’에 미숙하거나 낯설기 때문이다.

반면 구세대는 잠시나마 아날로그식 여유를 누렸다. 정보의 홍수속에 벗어나 모처럼 한적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외부 연락에 늘 신경 써온 사람들은 그 부담이 사라지면서 불안 대신 평온함을 느꼈다고 한다.

일상과 업무를 거의 디지털로 해오다 분주했던 일들이 멈추면서 그 시간이 결국은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페일오버(failover)'

그런데, 데이터 센터 한 곳에서 불이 났다고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어떻게 일시에 먹통이 됐을까? 그건 그만큼 서버 관리가 취약했다는 지표다. '초연결 사회' 대한민국이 순식간에 먹통 사회가 되어버린 원인은 너무나 단순하고 명백하다. ‘페일오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페일오버란 컴퓨터 서버, 시스템, 네트워크 등에서 이상이 생겼을 때 이와 동일한 다른 예비 시스템으로 자동 전환하는 기능이다. 만약을 대비해 이중, 삼중화를 하는 것이다.

‘페일오버’ 즉 ‘고장절환’의 역량이 곧 초연결 사회의 기본 바탕이다. 우리 선조는 비록 아날로그 영역이지만 일찌기 '페일오버'에 상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실행하고 있었다. 실록을 백업해서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하고 다양한 위기에 대응하며 이를 지속 관리했다.

조선 초기부터 실록이 완성되면 필사본의 오·탈자를 방지하기 위해 활자로 4부를 인쇄해서 한양의 춘추관에 한 부를 두고, 나머지 3부는 지방에 각각 사고(史庫)를 설치하여 보관하기 시작했다. ‘이중화’가 아니라 ‘삼중화’ 이상을 한 셈이다.

그리고 한 번씩 꺼내 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실시해 곰팡이가 피거나 좀이 스는 것을 방지했다. 오늘날 구글 등에서 일년에 두 번 정도 ‘페일오버’ 시스템을 일제 점검하듯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고 있는 사고에서도 앞서 말한 ‘포쇄’를 실시해 백업된 콘텐츠의 건재를 확인했던 것이다.

조선 왕조 실록의 ‘페일오버’ 시스템은 항상 실재하는 위기에 대응하며 변화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이후 남방으로부터의 침략 위기가 지나간 후 이번에는 북방으로부터 후금(청)이란 새로운 위기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 조선 조정은 1614(광해군6)년 북쪽에 있던 묘향산 사고본을 남하시켜 전북 무주의 적상산으로 옮겼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을 겪으며 조선왕조실록은 네 곳의 사고에 분산 배치되어 왕조가 망할 때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

오늘날,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세상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효과적으로 바뀌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의 변화는 편리함을 주었다. 특히 카카오는 우리 사회의 아날로그 영역에까지 디지털 바람을 불어넣은 선두주자였다. 메신저 기능에서 시작해 택시, 금융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서비스를 정착시켰다.

게다가 카카오톡은 휴대폰 이상으로 국내외에서 소통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카톡이 없던 예전에는 비싼 비용을 내고 해외 통화를 했다. 지금은 카톡으로 인해 문자와 통화가 무제한으로 실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상 통화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불편함 없이 편해진 만큼 또 다른 석연치 않은 그 무엇인가 불편한 상황이 존재한다. 예전에는 암기할 만한 것들을 머릿속에 기억을 강요했다. 미처 기억해내지 못한 나머지 부분은 별도의 메모지에 기억을 담아 놓았다. 언제부턴가 개인의 정보를 두뇌를 대신 핸드폰이 그 일을 수행해가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핸드폰 노예 시대에 살고 있다. 카톡 없는 세상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제 카톡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기술과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들도 많았다. 카카오 사태를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디지털 사회와 소멸된 것들’이었다.

인류사 이래로 소통을 시작한 후 문자의 편리함을 경험했지만, 현재는 얼굴을 보지 않고 소통하며 대면 기회가 줄었다. 어찌보면 긴밀한 직접적인 스킨십이 사라져 인간성이 메말라가는 인상이 든다.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은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완벽함이란 없다.

끝으로, 화재나 기계적 결함으로 한순간 모든 것이 백지화 되고 불통이 되는 사회보다, 다소 불편하고 힘들지만 그래도 인간성이 살아 움직이며 직접 소통하는 아날로그 시대가 그립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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