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서 ‘윤석열 정부 연대보증인’ 자처…변화 배경은?
YS 3당 합당·DJP연합…‘확장성’ 넓혀 정권 획득한 사례
李·朴 구속 이끌었던 尹 대통령, 국민의힘 입당해 대선 승리까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나선 안철수 의원은 전국에 있는 당원들과 만나 연일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으로 칭하며 ‘자신만큼 정부 성공에 절박한 사람은 없다’는 말도 강조했는데요. 과거 단일화를 반복해 ‘간철수’란 별명을 얻던 때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안 의원이 국민의힘과 함께하기로 결정했을 때 의아하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정치 생활 10여 년 중 6~7년을 민주당 진영 또는 중도에 머무른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안 의원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단일화한 뒤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2014년엔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고 공동 대표를 맡았죠. 하지만 얼마 못가 2015년 12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갈등이 심화된 끝에 탈당하고 신당 창당에 나서죠.
안 의원은 지난 2020년 7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민주당에 직접 들어가서야 그 정체를 알았다”며 “민주당은 고치는 게 불가능했다”고 소회한 바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기준 잣대가 흔들리는 사람들과는 도저히 당을 함께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죠.
이때부터 안 의원은 ‘제3지대’, ‘기득권 양당구조 타파’, ‘다당제’ 필요성을 부르짖었습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올라서는 쾌거를 잠시 이루지만 이후 대선 패배, 리더십 논란 등에 휘말려 위기를 맞습니다. 2018년 바른정당과의 합당, 국민의당 재창당 등을 거치며 제3지대로서의 한계를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지대 중도’ 포지션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안 의원입니다. 지난해 4·7 재보궐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은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를 두고 한판승부를 벌였습니다. 안 의원은 단일화를 하더라도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간 뒤 하면 중도층이 달아날 수 있다며 당 밖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아닌 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패하며 물러났죠.
20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하면 중도층 표심이 달아날 수 있다는 취지로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투표 일정을 하루 앞두고 단일화가 성사됐고, 윤석열 당시 후보는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후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습니다. 지난 6월엔 국민의힘 소속으로 분당갑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해 25% 이상 표 차이를 벌리며 당선됩니다. 그리고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나선 것입니다.
이렇듯 안 의원이 태도를 전환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기자는 이를 ‘확장성’에서 찾았습니다. <시사오늘>은 연대나 합당을 통해 정권을 획득한 과거 사례들을 돌아봤습니다.
20대 대선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당선까지 이른 일은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하나의 사건입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 적폐 청산에 앞장섰으며, 검찰총장을 맡았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 구속하는 데 역할을 했습니다. 조국 사태 등에서 자신을 검찰 총장으로 임명한 문 전 대통령에 반기를 들며 민주당 측과 각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안 의원은 그런 윤 대통령이 20대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대통령까지 거머쥐는 모습을 봤습니다. 거기서 국민의힘 소속으로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지 않았을까요.
과거에도 이념적, 지역적으로 이질적인 세력들의 조합으로 정계 개편을 이룬 사례가 있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적과의 동침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을 통해 대통령이 된 대표적 인물입니다. YS는 1990년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YS)의 민주당, 김종필(JP)의 공화당 3당 합당으로, DJ의 새정치국민회의는 1997년 김종필의 자민련의 연립정부를 이뤘습니다.
YS와 DJ는 정치 생활 대부분을 군부, 독재와 싸워온 민주화의 양대 거목이었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전두환·노태우 등 군부가 만든 민정당, 김종필 스스로 ‘유신본당’이라 자처한 자민련과 손을 잡은 겁니다.
YS는 야합이란 비판에도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강행했습니다. 대권을 잡고선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군부 잔재인 하나회를 척결하는 등 개혁을 이뤘습니다.
DJ는 호남에서의 정치 기반이 튼튼했습니다. 하지만 대권을 쥐기 위해서는 지지 기반 확장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DJP연합을 통해 자민련 텃밭인 충청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민정계 박태준 전 총리의 합류로 TK(대구·경북)에서도 14대 대선보다 약 13만 표를 더 얻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통해 ‘확장성’이 승패를 가르는 주요 요인임을 안 의원이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뒷담화’는 현 정치 상황을 75년 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봤습니다. <시사오늘>은 두번째 주제로 ‘국민의힘과 한 배를 탄 안철수’를 살펴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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