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 외교는 시한부 성과?…1년 후엔 다시 美 제재 거쳐야만
EUV 등 첨단장비 도입 시급한데…서류·사전심사 거치면 늦어
中서 '바이든 정치학' 주장도…"선거 전 韓 투자 유치 속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국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중국 기업에게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할 수 없도록 유도하는 광범위한 수출 통제를 가하면서,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과 SK도 해당 조치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삼성과 SK는 미국 정부로부터 1년간 유예 기간을 얻고 숨통을 트게 됐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각종 서류 준비와 심사로 인해 장비 공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美, ‘中 반도체 궐기’ 견제에 집중…삼성·SK, 간청으로 1년 벌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램 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KLA 등이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영향권에 놓이면서, 이들로부터 장비를 공급받는 국내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잇따라 중국 공장에 대한 서비스 운영 중단 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WSJ(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과 SK가 EUV(노광장비)를 공급받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은 최근 미국 지사 직원들에게 중국 서비스를 보류하라고 명령했다. 장비업계 1위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도 대중 반도체 제재로 인해 올해 4분기 매출 전망치를 4억 달러(5730억 원) 가까이 낮췄다.
다만,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와 소통, 1년간 허가 없이 중국 공장에서 쓰일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협의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미국 정부는 한국 기업의 경우 ‘개별 허가’를 받으면 중국 공장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다며 ‘조건부 허락’을 내세운 바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소통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시장에 반도체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속적인 장비 공급이 필요함을 미국 측에 강조했고, 이에 따라 미국이 신규 규제로 인해 필요한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도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1년간 유예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2곳, SK는 4곳…1년 안에 장비 완전 교체 어려워
현재 중국에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은 삼성과 SK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 후공정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 D램(DRAM)을 생산하는 C2, C2F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운영하는 S1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인텔의 낸드(NADN) 사업부 인수 1단계 절차를 완료하면서 중국 대련에 위치한 팹도 오는 2025년께 책임지게 됐다.
비록 양사에게 1년 동안 유예 기한이 주어졌지만, ‘시한부 성과’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반도체 장비 교체 주기상 1년 안에 충분한 수준의 교체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 산업은 수명주기가 짧은 지식 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시장진입 시점 결정이 매우 중요하고 한 세대 장비기술이 완전히 성숙되기 전에 다음 세대의 장비기술로 전환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특히 최근엔 반도체 소자의 고집적화와 미세화를 위해 반도체 장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만큼, 적기에 EUV 등 고성능 장비를 도입하는 게 필수다.
미국이 1년 뒤 강화된 심사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가는 데다, 향후 중국 공정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일일이 미국의 사전 심사를 거친다면 지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내 공장처럼 중국 우시 D램 공장에도 EUV 장비를 도입해야 하는 SK하이닉스는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이 같은 내용을 강조하며 장기간 수출규제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1년으로 제한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미국의 대중 제재 배경에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바이든이 삼성과 SK의 미국 투자를 강요하기 위한 압박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제재의 실효성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중국 반도체 업계에 대해 '과잉 압박'을 하는 건 중간선거 전에 결과를 얻고 정치적 점수를 따내려는 열망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불안감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과 같은 다른 일을 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제재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좌우명 :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