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부재·리스크에 일부 증권사 보이콧
시장조성활동의 ‘시장교란행위’ 판단여지 남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해 국내외 증권사 14곳이 참여했던 ‘시장조성자’ 제도가 올해는 증권사 불참 움직임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8월 중순 시장조성계약을 위한 증권사 모집공고를 냈지만, 지난해 참여했던 국내 증권사들 일부가 불참의사를 밝히거나 신청을 아예 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들도 불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해 증권가를 뒤흔든 금융감독당국의 시장조성자 제재 논란이 증권사들의 보이콧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시장조성자 12개사 가운데 9개사의 위반혐의(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발견했다며 같은해 9월 이들 증권사에 대한 조치예정내용을 사전통지했다.
당시 금감원은 이들 9개 증권사에 480억 원이 넘는 과징금 부과를 추진했는데, 금감원은 이를 위해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증선위는 지난 7월19일 조치안에 대해 시장조성자의 행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과징금 부과대상이 아니라고 최종 의결했다.
증선위는 △시장조성자의 의무 이행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서는 시세 변동에 대응한 호가의 정정·취소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 △국내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의 호가 정정·취소율이 외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징금 부과를 철회하는 증선위 결론이 최근 나오면서, 지난해 9월1일자로 중단됐던 주식시장 시장조성활동 재개를 위한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증권업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못해 냉담하기만 하다. 이같은 시장조성자 보이콧 움직임은 이미 예견된 사태나 다름없었다.
지난 7월 증선위 결론이 나온 후 만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 ‘시장조성자 계약체결을 다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한국거래소에서 정식으로 공고가 나오면 관련 부서에서 검토하겠지만, 좋은 취지로 시장조성자로 참여했다가 과징금 부과 사전통보까지 받았던 입장에서, 과거처럼 선뜻 하겠다고 나서긴 힘들 것으로 본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단순히 과징금 제재 추진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시장조성자 참여에 따른 리스크를 부각시킨 선례로 남아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시장조성자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조성호가’가 시장교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여지를 줬다는 점에서 참여 리스크가 커졌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 그리고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 방향이 현재로선 불명확하다는 점도 리스크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장조성자에 시장교란행위자라는 낙인을 찍어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운 점도 증권사들의 참여를 꺼리게 만드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결국 과징금 제재 추진으로 ‘시장조성자 제도’ 불신을 키운 금융당국의 결자해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도 정비와 아울러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증권사의 리스크 최소화 등이 금융당국의 당면과제인 셈이다.
한편, 시장조성자는 거래소와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한 증권사가 매도·매수 지정가호가를 유동성이 필요한 상품(시장조성상품)에 제출해 투자자가 원활하게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조성하는 제도이다. 거래소는 이를 통해 공정한 가격 형성, 거래비용 감소, 현·선물 차익·헤지거래 활성화로 파생상품시장 효율성 제고를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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