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비전 보여야 지지율 오른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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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비전 보여야 지지율 오른다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2.08.02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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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상식·통 큰 리더 이미지 무너져…실력 보여야 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정부 안티테제로 등장한 윤석열 대통령을 후보 시절부터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안티테제로 등장한 윤석열 대통령을 후보 시절부터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합뉴스

‘정치인’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비전과 캐릭터다. 국민은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정치인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가 비전을 실현할 만한 추진력과 신뢰를 보여주면 관심은 지지로 변환된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매우 독특한 케이스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안티테제(Antithese)로 등장했다. 문재인 정부 반대편에 서서 공정을 상징했다. 윤 대통령이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건 이런 캐릭터 덕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인기를 얻은 정치인의 지지율은 거품에 가깝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건 비전이다. 더 좋은 나라를 향한 로드맵이다. ‘정치 초보’가 만들어내긴 어렵다. 안철수·반기문 등의 실패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환경 덕을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엔 눈에 띄는 대권주자가 없었다. 자연히 보수층 지지가 윤 대통령에게로 쏠렸다. 여기에 정권 교체를 바랐던 중도층의 표가 더해졌다.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정권 교체 열망이 더 강했다.

문제는 대통령이 된 이후였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국가 비전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정치 초보 대통령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은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여념이 없었다. 당연히 지지율이 빠졌다.

남은 건 캐릭터였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의 표상이었다. 대선 과정에서 얻은 ‘통 큰’ 리더 이미지도 있었다. 윤 대통령 개인의 매력과 이른바 ‘콘크리트 보수’층의 지지. 이게 윤 대통령의 가진 최후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내부 총질 문자’ 파문은 이마저 무너뜨렸다. 그간 윤 대통령은 당과 철저히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윤 대통령 문자는 공정과 상식, 통 큰 리더 이미지를 스스로 허물었다. 지금 윤 대통령이 받아든 지지율은 그 결과다.

그렇다면 지지율을 회복할 방법은 뭘까. 실력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캐릭터는 회복하기 어렵다. 이미지는 쌓긴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애초에 국민이 정치인의 캐릭터에 열광하는 것도 ‘뭔가 이뤄낼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대통령이 ‘좋은 캐릭터’ 구축에만 열을 올리는 건 본질에도 어긋난다.

결국 비전을 설정하고 로드맵을 마련해 하나하나 실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지지율도 오른다는 결론이다.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지 이제 겨우 83일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문재인 정부 대항마’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야 정부여당도, 국민도 미래가 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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