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윤석열 정권의 핵심 기조인 법치주의가 참으로 요상하다. 최근 정부는 국민 어느 누가 보더라도 수상스럽게 느껴지는 자신들의 행보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했다'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공사 수의계약 문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그리고 거듭 불거지고 있는 대통령실 인선 논란까지, 모두 법과 원칙대로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상식적인 국민 눈높이에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법과 원칙만 지키면 다냐'라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질문에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만 지키면 다다'라는 답변을 내놓은 눈치다.
현재 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 하에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제법령의 기업인 형벌규정 완화를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CEO 등 기업인은 경제법령을 위반했어도 그 수준이 경미하다면 징역이나 벌금형이 아닌 과태료 등 행정처분만 감당하면 된다. 또한 정부는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종부세 중과 기준을 기존 보유 주택 수에서 주택 가격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긴 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억 원짜리 집 하나를 가진 1주택자와 2억 원짜리 집 10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같은 규모의 종부세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명분은 좋다. 전자는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제법령상 기업인에 대한 형벌조항이 과도해 민간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후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고금리·고물가 현상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의 반등을 세제 완화로 모색하고, 최근 침체기에 진입한 부동산 시장을 경착륙 아닌 연착륙 시키고자 마련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리는 이미 잃은 모양새다. 법의 개정 방향이 지나치게 친(親)자본적으로 가면서 민심 이반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법 위에 돈이 군림하는 자본공화국을 공개 선포했다"고 손가락질 중이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들은 '투기꾼들에게 판을 깔아줬다'고 지적 중이다.
기업인 형벌규정 완화가 이뤄지면 앞으로 재벌 대기업 오너일가는 '유전무죄'라는 시민사회 비판에 '원칙대로' 했고, '법대로' 판결을 받았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당당하게 반박할 수 있게 된다. 주택 수가 아닌 집값을 기준으로 다주택자들의 세금을 산정하면 부동산 시장 내 큰 손들은 중소형 아파트, 빌라, 원룸, 지방 아파트 등 저렴한 물량을 거리낌 없이 확보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서민 주거권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그럼에도 이들은 '법과 원칙대로' 실거주용 주택만을 보유한 국민과 비슷한 수준의 종부세만 내면 되는 것이다. 법치주의라는 탈을 쓴 불공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한국갤럽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국민이 바란 건 '통합과 화합'이었다. '공정'을 원한다는 답변도 탑5 안에 들었다. 정부의 '법대로, 원칙대로'만 외치는 요상한 법치주의는 세력간 갈등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고 있다. 재벌 면벌, 다주택 면세라는 불공정한 법치주의는 계층간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국민들이 갈구하는 통합과 화합을 정부 스스로 저해하고 있으니, 날이 갈수록 부정평가가 증가하는 게 당연하다. 대통령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국민만 바라보면서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이 아니라 법전만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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