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토교통부는 11일 '기계설비 성능점검 과태료 부과 연말까지 유예'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건축물 관리주체, 공동주택 입주민 등 부담 완화, 성능점검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올해 기계설비 성능점검 과태료 부과를 오는 12월 31일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하 국토부는 기계설비산업 육성과 기계설비의 효율적 유지관리·성능확보라는 명분으로 기계설비 유지관리기준 행정규칙을 제정한 바 있다. 동 행정규칙에 따르면 '연면적 3만 ㎡ 이상 건축물 또는 20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오는 8월 9일까지 성능점검을 받지 않을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윤석열 정부 하 국토부에서 과태료 부과를 연말로 미룬 것이다.
주목할 점은 국토부가 과태료 부과 유예 방침을 발표하는 동시에 기준 완화를 시사했다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관리주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현행 성능점검 제도를 보완하는 기계설비 유지관리기준 개정을 하반기 중 실시할 예정"이라며 "일정 자격을 갖춘 기계설비유지관리자를 보유한 관리주체는 자체적으로 성능점검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건축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소규모·소용량 설비는 점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를 개선하겠다. 관리주체가 자체점검 시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배포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동 행정규칙은 지난해 3월 행정예고 당시 관련 업계에 큰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기계설비 성능점검을 반드시 '성능점겁업을 등록한 성능점검업자'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규정해서다. 관리주체가 직접 실시하려면 성능점검업을 등록해야만 한다. 더욱이 적용 대상 건축물은 '1000세대 이상 2000세대 미만 공동주택'(오는 2023년 4월), '500세대 이상 1000세대 미만 공동주택·300세대 이상 500세대 미만 지역난방 포함 중앙집중 난방 공동주택'(2024년 4월) 등으로 매년 확대된다. 국민 대다수가 이 같은 규모의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현실, 성능점검에 소요되는 비용과 장비 등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정부가 관련 협회 등 특정 이익단체와 성능점검업체에 특혜를 제공하고, 전(全)국민의 관리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관리주체에서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성능점검업 사업자 등록 업체만 입찰 가능하도록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 '기계설비산업 육성'이라는 목표와는 달리 '중소규모 업체 일감 감소'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용역업체에 대한 관리주체의 갑질 횡포가 오히려 급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 또한 건축물을 보유한 일부 대기업, 중견업체들의 원성도 높았다. 이미 자체적으로 기계설비 성능점검을 진행할 역량을 충분히 갖췄는데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성능점검업자에게 굳이 점검을 맡겨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불만이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행정예고 후 시행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에 국토부에서 기계설비 유지관리기준 개정을 시사한 걸 환영하는 이유다.
국토부 측은 "기계설비 유지관리기준을 통해 '건축물 이용자의 편익을 제고'하는 한편 전반적 '건축물 관리비용,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도 시행 초기 미흡한 점에 대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관리주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기계설비 성능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계설비 성능 유지는 꼭 성능점검업자에게만 점검을 받아야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범정부 차원에서 주기적 점검을 실시하거나, 앞서 국토부가 언급했듯 탄탄한 자체점검 매뉴얼을 관리주체들에게 제시하고 사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건축물 이용자 편익 제고', '관리비용 절감', '관리주체 부담 최소화' 등은 현행 기계설비 유지관리기준으로는 절대 달성 불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향후 이 같은 부분에 무게를 둔 개정 작업이 진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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