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또 자극하는 민주당의 포퓰리즘
스크롤 이동 상태바
[기자수첩] 집값 또 자극하는 민주당의 포퓰리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2.03.07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與,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월세 지원 대책 발표
차기 정부와 협의할 일…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또다시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소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월세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전세대출 금리 인하 △중위소득 120~150%까지 전월세자금 지원 확대 △전세대출 한도 특별시·광역시 5억 원/기타 3억 원 등이다. 송 대표는 "현재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전세 지원 대상은 연소득 6000만 원 이하고, 대출 한도는 수도권 기준 2억 원"이라며 "폭증한 전월세 가격을 고려하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참 좋은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전월세가가 폭등해 무주택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나서서 그들에게 저렴한 이자로 기존보다 많은 주거비용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고약하고 비열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냉각기에 들어간 부동산시장에 불씨를 지필 소지가 있다는 측면에서 고약하다. 최근 전국 주택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은 잠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대선을 앞둔 수요·공급자들의 관망 등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향후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크게 엇갈리고 있는데, 한 가지 비교적 통일된 관측이 있다. 전셋값 상승이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3법 영향으로 갱신된 계약이 오는 8월을 기점으로 만료돼서다. 관련 업계에서는 수도권 신혼부부 수요가 증가하고, 집주인의 새로운 호가가 시장에 반영되는 오는 5월께부터 전세가 상승세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세가가 매매가를 떠받드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 구조 아래에서 전세가 상승은 변수가 없는 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대선 후 집값 상승론자들이 드는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여기에 민주당의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월세 지원이 더해지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을까. 집은 소비재가 아니라 필수재다. 주택시장은 수요가 '0'이 될 수 없는 시장이며, 필연적으로 공급자가 수요자보다 우위에 있다. 정부의 공급, 규제 등 외부개입이 없는 한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호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한계는 있는데 그 기준이 바로 '유동성'이다. 아무리 용을 써도 수요자에게 3억 원 밖에 없는데 집주인이 5억 원을 고집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내놓은 건 그 한계를 높여주는 정책이나 다름이 없다. 집주인이 높아진 전세보증금을 과연 어디에 사용하겠는가.

비열한 정책으로 보이는 이유는 타이밍이다. 만약 이번 대책의 의도가 정말 순수하게 무주택 서민을 위한 것이라면 현 정권과 여당은 왜 진작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실질적으로 임차인들에게 도움이 될 임대차3법으로 인한 신규계약을 대상으로 한 임대료 규제 방안은 왜 내놓지 않는지도 의아하다.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와 보궐선거, 나아가 오는 6월 지방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급조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5년이,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지 2년이 각각 지났다. 1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세상인데 5년 동안, 2년 간 뭐하다가 이제 와서 무주택 국민들에게 선심 쓰듯 위험천만한 대책을 발표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은 나라를 통째로 병들게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라 불리는 로마가 몰락한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었다. 라디푼디움(대농장) 확대, 네로 황제의 화폐개악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으로 심화된 빈부격차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생각은 않고, 그저 대증요법으로 국비·사비를 털어 시민들에게 빵과 포도주, 올리브 기름을 선심 쓰듯 던져줬다. 오현제 중 하나인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조차 그랬다고 한다. 그게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정책이었겠는가, 아니면 황제와 원로원 등 귀족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임시방편이었겠는가. 약 1600년(서로마 멸망 기준)이 흐른 지금도 사회 안정은 외면한 채 권력만 노리는 포퓰리스트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직도 사고가 '586'은커녕 '로마'에 머물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이 지금은 선심성 포퓰리즘으로 의심되는 정책을 앞세워 180석의 힘을 과시할 시기가 아니다. 대선이 코앞이다. 정권재창출이 이뤄지든, 정권교체가 이뤄지든 이제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국회가 협의해야 할 파트너는 차기 정권이다. 집값 올려놓고 집값 잡을 생각은 안 하고, 돈 빌려주겠다고 할 때가 아니다. 당선인이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최소한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제발 좀 자중하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