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화그룹 오너가(家) 김영혜 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특수화물운송업체 한익스프레스(대표이사 이재헌)가 한 협력업체를 상대로 갑질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사오늘>은 '한익스프레스 갑질의혹'을 통해 이를 들춰본다. 협력업체로부터 단가인상 요청을 받은 후 180도 바뀐 한익스프레스의 모습을 우선 살피고, 한익스프레스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태경 소속 일부 직원들이 협력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금품 상납을 받은 정황을 이어서 다룰 예정이다.
"단가 문제가 발생해 더이상 편의를 봐줄 수 없습니다"
한익스프레스의 협력업체 A사는 1998년 설립된 이후 20년 가까이 한화케미칼 공장에서 배출되는 염산, 가성소다 등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운송해 왔다. 한때는 꽤 잘나가는 회사였다. 연평균 50억~6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고, 고가의 영업용 염산차량 수십여 대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A사가 올린 누적 매출은 10억 원 안팎이다. 운송기사를 포함해 30여 명에 이르렀던 직원 수는 현재 A사 대표이사 자녀들을 합쳐 12명에 불과하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면서 기존 직원 대부분이 퇴사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경영상황이 악화됐을까. A사 측은 이 모든 게 한익스프레스에 운송단가 인상을 요청한 이후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A사는 '중·장거리 운송비 38%', '인천 상차 단가 100%', '이밖에 전국 시내권 50%' 등 인상안이 담긴 공문을 한익스프레스에 보냈다. 언뜻 보면 무리한 인상안 같지만 2008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제대로 된 단가인상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감안한 제안이었다는 게 A사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익스프레스는 산출근거가 부족해 단가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협상은 고착상태에 빠졌다. A사는 한익스프레스가 일방적으로 기존 운송료 단가를 강요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했다. 여기까지는 단가인상을 둘러싼 원청업체-하청업체 간 일반적인 분쟁 수순이다.
하지만 이후 한익스프레스가 단가 후려치기, 배차보복, 협박 등 각종 갑질 횡포를 부렸다는 게 A사의 주장이다.
실제로 <시사오늘>이 입수한 한익스프레스와 A사의 거래 명세서를 살펴보면 지난 1~2월에는 '35원'으로 책정됐던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염산 운송단가가 지난 3월 10일을 기점으로 지난 9월까지 '7.5'원으로 기재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익스프레스는 A사 대표이사에게 '가성소다 운송료와 관련해 귀사와 협의한 바 있으며 기존 단가 1% 인하에 합의해 진행했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합의는 물론, 협의조차 한 바 없다는 게 A사의 입장이다.
일선현장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익스프레스 소속 일부 직원들이 A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한 내용의 문자들을 보낸 것이다.
한익스프레스와 A사 직원들이 운송차량 배차를 위해 만든 SNS 단체 채팅방을 살펴보면 한익스프레스 소속 직원들은 "그동안 A사에 문제되는 사항이 없도록 편의를 봐드렸지만 단가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협럭사 편의를 더이상 봐줄 수 없고 원칙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A사 측에 말했다.
A사 소속 직원들이 "언제 이런 배차를 했느냐. 20년 간 이렇게 해본 적이 없다. 보복행위 아니냐. 현장에 맞는 배차를 달라"고 항의하자, 한익스프레스 직원들은 위와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복사해 붙여넣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협박성 공문도 확인됐다. A사 대표이사가 한익스프레스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태경화성 등 임직원들이 지속적으로 금품을 상납 받았다는 내부비리를 고발하자, 되레 A사의 하도급법 위반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지난 8월 11일 한익스프레스가 A사에 보낸 '내부비리고발 등에 대한 회신' 공문을 살펴보면 '내부감사 과정에서 귀사의 귀사 소속 지입차주들에 대한 하도급법 위반사실이 확인됐다. 귀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고소 또는 고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쓰여 있다.
또한 A사가 한익스프레스와의 분쟁으로 경영이 악화되자 한익프레스는 지난 6월 8일과 22일 두 차례 공문을 통해 '귀사에 대한 수건의 채권가압류 결정을 송달 받았는바, 이는 즉시 해지사유에 해당한다. 이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운송용역계약 해지가 불가피하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현재 A사는 약 12억 원 규모의 가압류가 걸려, 한익스프레스로부터 받아야 할 전체 운송대금 약 11억 원 중 2억 원 가량만 지급 받았다. 이로 인해 A사는 소속 기사들과 임금체불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도산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사 측은 "그저 단가인상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한익스프레스 등이 실질적인 배차권과 물량 조정권을 쥐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우리 회사를 고사시키고 있다"며 "갑의 위치에서 을의 피눈물을 핥아먹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익스프레스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 없다…갑질 '사실무근'"
이 같은 갑질 의혹에 대해 한익스프레스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한익스프레스는 "A사로부터 단가인상 요청을 받은 이후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건 A사"라며 "A사는 소속 지입기사들에게 월 18% 수수료를 공제했고, 하도급대금을 상습적으로 연체하기도 했다"고 맞섰다.
또한 단가를 후려쳤다는 A사의 주장에 대해 "'35원'에서 '7.5원'으로 바뀐 품목은 원래 단가가 7.5원이었는데, 지난 1~2월에 마감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35원으로 잘못 기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 카톡방에서 한익스프레스 소속 직원이 A사 측에 보낸 문자에 대해서는 "한익스프레스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해당 직원들에게 전후 사정을 물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박성 공문에 대해서는 "하도급법 위반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A사가 위반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취지로 정보 제공 차원에서 언급한 내용인데 어떻게 협박성 공문으로 해석됐는지 의문"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한익스프레스는 "오히려 협박을 한 건 A사다. 우리는 경영정상화 지원금 명목으로 6억 원을 제시했고, 일부 구간 단가 인상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A사는 단가 조정 합의금으로 10억 원을 요구하고,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익스프레스를 비롯해 한화케미칼, 태경화성 소속 임직원들이 A사로부터 지속적으로 금품 상납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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