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회장 지분 높은 계열사 챙기기…드러난 무상 혜택만 12억
장남이 이끌던 ‘스킨큐어’에도 특혜…상표권 사용료 안 받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현호 기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정을 주거나 편의를 봐준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12억 원이라면 편의 정도로 치부될 수 있을까요.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과 그 계열사들의 이야깁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셀트리온은 이 때부터 약 10년간 사실상 서 회장의 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의약품 보관료를 받지 않았다는데요. 셀트리온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2016년부터 2019년까지로 좁혀봐도 해당 보관료는 무려 10억 원에 달합니다.
셀트리온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했습니다. 같은 기간 그룹의 상표권도 헬스케어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것인데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6년부터는 서 회장이 약 7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셀트리온스킨큐어’에게도 상표권의 사용료를 받지 않았습니다.
스킨큐어에게 무상 혜택을 제공한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더 이해가 쉽습니다. 단순히 서 회장이 지분을 많이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서 회장 장남이 직접 회사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당시 스킨큐어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회사 대표를 맡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스킨큐어가 혜택을 받았던 2016년~2019년 기간과 장남의 재임 기간이 겹치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당시 스킨큐어는 매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던 상황이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은 너무 야박하다고 느낀 것일까요. 기업 경영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특혜를 주는 일은 전 세계 공통의 클리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셀트리온 측은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조치됐다고 판단한 사안들이 현재 기준으로는 절차상 미흡했던 것으로 결론 지어진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2018년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반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절차상의 미흡이라기엔 계열사들로부터 미수취한 상표권 사용료도 자체적으로 산정하고 있었기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번에 셀트리온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4억3500만 원입니다. 이전 기사에서 셀트리온이 철퇴를 맞았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요. 다시 정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셀트리온이 사익편취로 얻은 혜택의 규모와 내년 5조 원을 목표로 하는 매출을 감안했을 때 과징금은 솜방망이에 불과해 보입니다.
자연스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에 대한 제재 여부에도 관심이 가는데요. 공정위의 칼날은 서 회장을 비껴갔습니다. 이번 행위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서 회장이 직접 이번 행위에 관여를 했든, 셀트리온 자체적으로 서 회장의 눈치를 보고 편애했든 계열사를 통해 부당하게 부를 축적했음은 달라지지 않는 사실입니다. 또한 서 회장의 관할인 셀트리온 내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제약회사가 사익편취로 인해 공정위에 제재를 받은 것은 셀트리온이 최초라 합니다. 서 회장은 지난 2013년 “새로운 사업가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 회장의 지금 모습은 새로운 사업가 상이 아닌 공정위 처벌을 받는 총수로 굳어졌습니다. 벤처기업계 신화로 불리는 서정진 회장의 커리어에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도 내부 준법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는데요. 이번 제재가 셀트리온과 서정진 회장 일가에게 준법경영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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