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업계 최초로 신탁업 겸영 인가받아
흥국·교보생명, 신탁사업 연계한 종신보험 출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우한나 기자]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시행됨에 따라 900조 신탁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등은 잇따라 관련 상품을 선보이며 신탁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다만 실제로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보험업계의 매력적인 먹거리가 될지는 의문인 상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 따라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가능해졌다. 기존 신탁제도는 퇴직연금이나 주식·채권과 같은 금전재산을 중심으로 취급했으나 이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출시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가 운용·관리해 수익자에게 주는 상품이다. 보험금을 신탁 재산으로 보관할 뿐 아니라 지정 수익자를 위해 생애주기별로 관리까지 가능하며 사후 재산관리 기능까지 탑재돼 효과적인 자산 보전과 이전이 가능하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허용으로 생명보험업계는 해당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국내 보험사 중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취득한 삼성·한화·교보·흥국·미래에셋생명 등 5곳이다.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출시 당일인 지난 12일 1호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1호 체결은 미성년 자녀를 둔 50대 여성 CEO가 체결한 것으로 본인의 사망보험금 20억 원에 대해 자녀가 35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35세,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다른 재산신탁과 달리 장기상품인 보험의 특성상 회사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컨설팅 역량이 중요하다. 삼성생명은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WM팀을 통해 고객에게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도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의 사망보험금 분할지급 기능을 활용하면 미성년자 자녀가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타인에게 편취당하거나 재산관리 능력이 부족한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탕진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위탁자(보험계약자)가 원하는 경우 자녀가 특정 조건(대학교 입학, 취업 등)을 충족했을 때 일정 금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개별 맞춤형 설계도 가능하다.
흥국생명도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인 ‘내가족안심상속종신보험’을 출시하고 1호 계약을 체결했다.
1호 계약은 50대 남성의 기업체 임원이 본인의 사망보험금 5억 원에 대해 자녀가 40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업을 인가받은 교보생명도 최근 상속세 재원 마련과 다양한 자금 활용이 가능한 ‘교보상속든든종신보험’을 출시했다.
교보상속든든종신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 피상속인이 원하는 구조로 수탁자인 교보생명이 사망보험금을 운용·관리해 신탁 계약의 수익자(배우자, 자녀 등)에게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아직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내놓지 않은 한화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출시는 검토 중”이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보사 22곳의 사망담보 계약 잔액은 883조 원에 달한다. 약 900조 원의 신탁시장이 새롭게 열린 만큼 신탁업이 새로운 수익원 활로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보험금청구권 신탁의 취지와는 별개로 해당 서비스를 선택할 고객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망보험금 담보 계약 가입자들이 소수인 데다 이들 중 수익자가 미성년자 자녀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게다가 신탁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신탁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이 많을지 물음표”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보험금청구권 신탁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실제로 전체 신탁 재산 중 보험금청구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미미하다”며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은 맞지만 신탁시장이 보험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을지는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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