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은 “사과” 부당대출엔 “조사중”…조병규 우리은행장, 손태승 사태와 선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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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은 “사과” 부당대출엔 “조사중”…조병규 우리은행장, 손태승 사태와 선긋기?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9.11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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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과의 간담회…공개석상서 두번째 입장표명
180억대 지점 횡령사고엔 대국민사과·재발방지 약속
손태승 부당대출 사태 사과 無…“성실히 조사받는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는 조병규 행장. (왼쪽) 지난 6월19일 은행회관 로비에서 취재진들의 질의에 횡령사고 관련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밝히는 조 행장의 모습. (오른쪽) 지난 10일 은행회관 취재진 질의에 답하지 않고 회의실로 이동하는 조 행장의 모습.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취임 후 잇따른 악재를 맞닥뜨린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또 한번 카메라 앞에 섰다. 임종룡 회장과 함께 조기 사퇴설이 거론되던 상황에서 거취 표명 여부가 관심을 받았지만 조 행장은 거취 표명은 물론 전임 회장 관련 부당대출에 대해 조사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별도의 사과 역시 없었다. 앞서 횡령사고와 관련해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약속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조병규 행장 취임 후 180억원대 지점 횡령사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관련 부당대출 등으로 불거진 부실 내부통제 논란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경영진 책임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조병규 행장 역시 금융권 일각에서 조기사퇴론까지 지라시 형태로 나돌았다.

이때문에 전날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조 행장의 입장 표명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조 행장이 공개석상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표명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20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은행장 간담회에서는 조 행장이 코로나 확진을 이유로 불참한 바 있다.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조 행장의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이날 조 행장은 간담회 시작을 앞두고 은행회관 1층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취재진들의 질의에 답하지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담회가 열리는 14층 회의실로 이동했다. 조 행장이 입을 연건 간담회가 끝난 후다. 그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사를 잘 받고 있다. 저희 임직원들이 수사를 성실하게 받고 있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추가 입장을 밝히겠다고 짧은 입장만을 전했다.

앞서 100억원대 횡령 사고와 관련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6월19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한 조 행장은 로비에서 횡령사고 관련 취재진의 질의에 “이번 일로 우리은행을 사랑해주시는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강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으로 자체적으로 사고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막지 못한 데는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당시와 전날 입장 표명을 보면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손태승 전임 회장 부당대출 사건이 현 경영진 책임론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전략적 태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거리를 두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부당대출 관련 금감원 발표에 대해 대출 취급분을 손태승 회장 재임 당시와 임종룡 회장 취임 후로 나눈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은행 참고자료에 따르면 부당대출 중 대부분은 2020년 4월~2023년 초에 취급됐으며 2023년 하반기 이후 2024년 1월까지 취급된 여신은 기존 거래업체에 대한 추가여신이거나 담보부 여신 등이다. 임 회장의 취임일은 2023년 3월24일이다. 우리은행의 해명은 사실상 부당대출 대부분이 손태승 회장 재임시절에 이뤄졌다는 의미를 담은 셈이다.

조 행장이 부당대출 사태와 관련해 별도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거리를 두려는 의미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임종룡 회장이 두차례나 이미 사과를 한 점도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공개석상에서 나온 발언은 아니지만, 임 회장은 우리금융 긴급 임원회의 등에서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당대출 조사를 받는 당사자인 우리은행과 달리 우리금융 입장에서 동양생명 패키지 인수가 달린 상황이라 저자세로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금융지주·정무위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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