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분배금 지급해야…일반 ETF와 차이 좁혀져
업계 관계자 “분배금은 적게, 재투자는 최대한 많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준우 기자]
시행을 5개월여 앞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로 인해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책 시행 후 토탈 리턴 상장지수펀드(TR ETF)가 직격탄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다.
금투세 시행되면 재투자 근거 사라져…1년에 1회 이상 분배해야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세가 폐지 또는 유예로 가닥이 잡히지 않고 그대로 시행될 시 TR ETF는 매년 1회 이상 투자자들에 분배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TR ETF의 특징이 미미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대부분의 ETF는 PR(Price Return) ETF로,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는 종목에서 발생한 분배금(배당금, 채권이자, 임대료 등)을 매년 일정 횟수(1~4회) 지급한다. 운용사가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분배금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되기에 투자자들은 분배금의 100%를 온전히 재투자로 활용할 수 없었다. 재투자하더라도 분배금과 ETF의 가격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다음 분배금 지급 시기까지 일정 금액을 예수금 상태로 남겨둬야 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TR ETF는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배당소득세를 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투자(매도 시 배당소득세 적용)되기에 과세이연으로 인한 복리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분배금을 예수금 상태로 남겨두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또한 TR ETF의 장점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집합투자기구로 하여금 매년 1회 이상 결산 및 분배토록 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ETF의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34조에 따라 지수 구성종목을 교체하거나 파생상품에 투자함에 따른 이익이나 집합투자재산의 평가이익(제238조), 회계처리기준에 따른 집합투자재산의 매매이익(240조 제1항)에 대해서는 유보할 수 있도록 정한다.
현재 TR ETF가 이익(배당소득)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지 않고 재투자하는 방식의 운용이 가능했던 건 이 같은 예외 항목 때문이다. 여태껏 운용업계에서는 TR ETF 운영 과정 중 발생한 배당소득의 재투자를 기초지수 구성종목 교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왔기에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재투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투세 시행을 위해 개정된 소득세법(2024년 2월 29일 공포, 2025년 1월 1일 시행)에는 이익을 유보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예외 가능 항목이 빠진 상태다. 금투세가 시행되고 나면 이전과 달리 TR ETF의 배당소득 재투자에 대한 근거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TR ETF도 1년에 최소 1회 이상 분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 ETF와 큰 차이 없을 수도…“분배금 최소화, 재투자는 최대화”
TR ETF의 분배금 지급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자산운용업계도 골머리를 썪고 있다. 금투세 시행을 5개월여 남겨둔 시점에 폐지를 두고 여야가 여전히 대립 중인 터라 시행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 시행이나 폐지 등에 대한 가닥이 확실히 잡혀야 구체적인 논의나 계획 수립이 이뤄질 텐데 내부적으로도 답답한 상황”이라며 “만약 시행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TR ETF 대응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현재의 TR 형식에서 또 다른 TR 형식으로 변화를 주지 않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운용 구조 자체를 뜯어고칠지도 고민 중이지만, 아직 정확히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매년 최소 1회 이상 분배금을 지급하게 되는 상황이 될 경우 ETF 운용 구조에 변화를 주기보다 분배금 액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운용하려고 검토 중인 운용사도 있었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자는 “아직 금투세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서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어찌 됐든 TR ETF의 핵심은 배당 재투자이기에 분배금을 최소화하면서 재투자 금액을 최대한 많이 가져갈 계획”이라고 했다.
TR ETF 투자금 빠져나갈 경우 상폐 가능성도…“과도한 해석”
운용사 측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TR ETF가 단 한 번이라도 분배금을 지급하게 되면 일반 ETF와 별반 차이가 없어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온전한 재투자가 불가능하다면 일반 ETF를 놔두고 TR ETF에 투자할 이유가 희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자금이탈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든 ETF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상폐 기준은 △상관계수 △유동성공급계약 △상장규모 △신고의무 △투자신탁 해지 △투자자 보호 등 총 6개 사항이다. 각 사항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못 할 경우 상폐된다. 이 중 투자자들의 관심도 하락으로 인해 자금이탈이 발생할 경우 상장규모 기준에 부합하지 못 할 가능성이 있다.
상장규모에 따른 상폐 기준은 신탁원본액(자본금)및 순자산총액 50억 원이다. 이 금액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가 1개월 이상 지속될 시 상폐 요건에 부합하게 된다. 운용사 측에서 자진해 상폐를 결정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앞서 KB자산운용은 개인투자자 수 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 5월에만 KBSTAR 200건설 등 총 16개 ETF의 상폐를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상폐 가능성까진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 한 번이라도 분배금을 지급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TR ETF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만큼 매력을 떨어뜨리는 건 맞지만 상폐까지 이어질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분배금을 1회 지급하더라도 TR ETF의 재투자 매력은 어느정도 유효할 것이며, 향후 금투세 시행이 확실히 결정되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운용에 대한 답을 찾아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약화된 투심으로 인해 운용사 측에서 자발적으로 상폐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운용 비용이 수수료보다 커지게 되는 경우 운용사가 스스로 상폐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TEF가 상폐된다 하더라도 담겨져 있는 개별 주식이 없어지는 건 아니기에 투자금 회수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좌우명 : 닫힌 생각은 나를 피폐하게 한다.